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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추뚭이맴 Oct 31. 2019

고양이처럼 살기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부러운 점이 한두 가지 생겨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나보다 좋은 음식을 먹을 때와 느긋하게 하루를 사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이다. 음식 가지고 부러워하는 게 어찌 보면 치졸(?)해 보일 수 있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스턴트 간편식, 자극적인 배달음식을 먹는 집사에 비해 그들은 청정해역을 뛰놀던 연어와 신선한 야채를 먹으니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 음식을 해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감히 말하건대 그것은 재료와 시간의 낭비일 뿐이다. 요리는 노력과 부지런함 어쩌면 재능이 필요한 작업인 것 같다. 

 

낮잠자는 공간에서 집사를 내려다보는 단추



 두 번째로 부러웠던 것은 느긋하게 즐기는 여유로움이다. 이것도 어찌 보면 집사의 투정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솔직히 투정이다.) 그들도 나름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편이다. 종종 새벽에 출근하는 집사 덕분에 두부는 5시가 넘으면 아침밥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늦게 출근하거나 쉬는 날에는 7시까지는 너그럽게(?) 참아주기도 한다. 밥을 먹고 적당히 빈둥거리다가 오후 2시쯤부터 낮잠을 자기 시작한다. 이 시간은 하루 중 집사가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2시쯤에 잠들다가 5시가 넘으면 잠에서 깨고 그때부터 오후 활동의 시작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의 불이 꺼지고 집사가 침대에 누울 때쯤 그들의 하루 일과도 마무리가 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하루 일과지만 가끔 시계를 볼 줄 아는 듯이 비슷한 시간에(밥 달라고 우는 시간은 그렇게 정확할 수가 없다.) 이루어진다. 낮잠을 자는 여유로움도 부럽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태도도 부러웠다. 나는 교대 근무를 하는 직업이라 생활의 리듬이 근무에 맞게 바뀌는 편이다. 그래도 나름 근무 패턴에 맞게 규칙적으로 생활을 하기는 하지만 갑자기 일이 생기는 경우에는 규칙성이 깨지기 마련이다. 

 


 나는 변화를 귀찮아한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움에 적응하는 것이 더디고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21세기에 태어나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도 뒤처지면 낙오인 세상이니 어떻게든 따라가려고 아등바등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변화가 없는 지루해 보이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고양이들이 부러웠다.  

 

작아보이는 상자 안에서 잠을 청하는 두부.



 여유롭고 단조로움의 규칙성은 고양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것이다. 내일이 아닌 오늘에 충실하고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공간 안에서 느긋하고 만족할 줄 아는 고양이라서 가능한 것이다. 미래를 걱정하고 가기지 못한 것에 집착하고 남들의 시선에 의존하고 의식하는 사람의 나는 아마 그들처럼 살 수가 없기에 가지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보란 듯이 몸을 둥글게 말고 자는 고양이들을 보며 마음의 위안이라도 삼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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