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여름 한 자락에서.
올해 2016년 여름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혹독했다. 하루 종일 후덥지근함과 높은 습도, 낮에는 장렬하게 내리쬐는 햇빛. 사람도 참기 힘든데 고양이는 어떨까. 사람보다 체온이 조금 더 높다는 이 동물들에게 여름은 너무 가혹한 올해 여름. 집사는 선풍기와 아이스팩으로 무장을 하지만 번번이 무릎을 꿇고 만다. 주인님은 물 마시러 갈 때와 밥 먹을 때, 비우러 갈 때 빼고는 바닥과 한 몸이시다. 겨울에는 그렇게 볼 수 없었던 배와 다리를 한껏 넓러 뜨리고 눈은 게슴츠레. 그렇게 그 더위를 견디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고양이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하나 있다. 그것은 어디가 시원한지 어디가 따뜻한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여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곳이 에어컨 바람이 직빵인 곳 이라던지, 겨울에 웬일로 이불밖에 누워있다면 그곳이 보일러관이 지나가는 바로 위일지도 모른다. 신기하면서 부러운 재주가 아닐까 싶다. 다른 의미에서는 저렇게 누워있기만 해도 더우면 선풍기 틀어주고 때 되면 밥 주고 추우면 보일러로 따뜻하게 해주니 냥 천하 세상에서 부럽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벌써 8월 말. 입추도 지나갔지만 아직까지 날씨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와중에도 밖에서는 매미소리가 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간간히 불어 보는 바람이 너무나도 반갑고 시원한 음료수 한잔 들이켤 때의 상쾌함이 너무나도 즐겁다. 여름이 지나가면 가을, 그리고 곧 겨울이 온다. 혹독했던 여름많큼 올해 겨울도 만만치 않을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래도 여름 동안 별 탈 없이 지나가 준 우리 고양이가 너무 이쁘다. 혹시 열사병에 걸리지 않을까. 집에서 괜찮을까 일이 끝나면 언제나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와 단추의 상태를 측정하고 괜찮은 것을 확인 한 뒤에야 마음을 내려놓기 일쑤였다. 그런 고생이 있었기에 단추도 별 탈 없이 지나간 게 아닌가 싶다. 비록 남은 여름이 길지 않지만 모든 반려동물들이 부디 건강하게 아프지 말고 넘어가길 소망한다. 그리고 길 위에 외로이 거닐고 있을 길고양이들도 아프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