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추뚭이맴 Aug 22. 2016

여름 X 고양이

지독한 여름 한 자락에서.

 



올해 2016년 여름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혹독했다. 하루 종일 후덥지근함과 높은 습도, 낮에는 장렬하게 내리쬐는 햇빛. 사람도 참기 힘든데 고양이는 어떨까. 사람보다 체온이 조금 더 높다는 이 동물들에게 여름은 너무 가혹한 올해 여름. 집사는 선풍기와 아이스팩으로 무장을 하지만 번번이 무릎을 꿇고 만다. 주인님은 물 마시러 갈 때와 밥 먹을 때, 비우러 갈 때 빼고는 바닥과 한 몸이시다. 겨울에는 그렇게 볼 수 없었던 배와 다리를 한껏 넓러 뜨리고 눈은 게슴츠레. 그렇게 그 더위를 견디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캐리어를 캣타워 삼아 바깥구경 중인 단추.




부엌 창문턱에 올라있는 단추.






 고양이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하나 있다. 그것은 어디가 시원한지 어디가 따뜻한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여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곳이 에어컨 바람이 직빵인 곳 이라던지, 겨울에 웬일로 이불밖에 누워있다면 그곳이 보일러관이 지나가는 바로 위일지도 모른다. 신기하면서 부러운 재주가 아닐까 싶다. 다른 의미에서는 저렇게 누워있기만 해도 더우면 선풍기 틀어주고 때 되면 밥 주고 추우면 보일러로 따뜻하게 해주니 냥 천하 세상에서 부럽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아무리 더워도 옆에 꼬옥 붙어있는 단추









벌써 8월 말. 입추도 지나갔지만 아직까지 날씨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와중에도 밖에서는 매미소리가 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간간히 불어 보는 바람이 너무나도 반갑고 시원한 음료수 한잔 들이켤 때의 상쾌함이 너무나도 즐겁다. 여름이 지나가면 가을, 그리고 곧 겨울이 온다. 혹독했던 여름많큼 올해 겨울도 만만치 않을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래도 여름 동안 별 탈 없이 지나가 준 우리 고양이가 너무 이쁘다. 혹시 열사병에 걸리지 않을까. 집에서 괜찮을까 일이 끝나면 언제나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와 단추의 상태를 측정하고 괜찮은 것을 확인 한 뒤에야 마음을 내려놓기 일쑤였다. 그런 고생이 있었기에 단추도 별 탈 없이 지나간 게 아닌가 싶다. 비록 남은 여름이 길지 않지만 모든 반려동물들이 부디 건강하게 아프지 말고 넘어가길 소망한다. 그리고 길 위에 외로이 거닐고 있을 길고양이들도 아프지 않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