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나도 큰다.
첫째를 생각하면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었다.
내가 복직한 이후, 첫째의 학원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 놓고, 첫째가 거기에 맞게 딱딱 움직여주길 바라는데, 가끔 뭘 사 먹겠다고 하면서 질척거린다거나, 일정에 대해 투덜거린다거나 하면 왜 그렇게 화가 나는 걸까.
초3 막바지의 첫째는
피아노,
태권도, 축구
영어,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로봇과학, 코딩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있다.
목요일은 원래 피아노 태권도만 다녀와서 노는 날인데, 학원 일정을 마칠 무렵엔 비가 왔다. 그랬더니 비가 온다고 짜증, 밖에서 놀고 싶은데 못 논다고 짜증, 그럼 집에서 보고 싶은 영상을 보겠다고 징징.
퇴근하며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반찬가게에 들러 반찬을 사고 둘째를 픽업해서 병원에 갈 일정을 생각하고 있던 나는, 오래간만에 첫째에게 걸려온 전화에 대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비 오는 것 가지고 나보고 어쩌라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나는 이 순간을 금방 후회할 거란 것을 직감했다. 집에 가서는 찬찬히 알려줘야겠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깔끔히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그렇게 전화를 끊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훅훅 드는 생각이, '아, 내가 첫째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구나.' 그거였다. 아이의 짜증은 나의 과도한 기대에서 오는구나. 혹은, 내가 아이를 내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이게 하려는 욕심에서 나의 화가 시작되는구나. 그거였다. 아이는, 그냥 아이답게 살고 있을 뿐.
둘째는 분명 객관적으로 봐서는 많이 부족한 아이이다. 소근육도 아직 갈길이 멀고, 말도 어눌하고, 사실 지금도 휴직하고 아이 작업인지 치료와 사회성 치료를 늘여야 마땅하지만, 2년간 미친 듯이 치료를 달려보니, 이제 그 또한 살짝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니 둘째는 마냥 귀엽다.
반면 그나마 어찌저찌 또래 수준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은 첫째에게 나도 모르게 과한 욕심을 부린 건지, 첫째가 내 생각대로 안 움직이면 그토록 화가 치밀어 오는 것이다.
그러니 좀 내려놓자.
좋은 가치관을 심어주고, 좋은 습관을 길러 주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지, 그 외의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오늘 하루, 그 마음가짐을 지켜나가길.
따스한 눈빛과 말로 아이를 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