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집에서 푹 쉰다는 것.
최근 우리 집 아이들이 감기로 계속 아팠다.
첫째는 미친 듯이 기침을 해대는데 결석 한번 못했다. 학원도 한번 안 쉬었다. 내가 독한 어미라 그런 게 아니고, 첫째는 초3임에도 불구하고 집에 혼자 있는 게 아직은 무섭다고 한다. 조금 아파도, 기침이 잘 안 멈춰도 하루치 스케줄을 다 소화해 낸다.
둘째도 한동안은 콧물 방울을, 한동안은 왕코딱지를 달고 등원을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남편과 나는 직장 일로 항상 바빴고, 하루 연차를 쓴다는 게 아직은 눈치가 보인다. 아이들이 열만 나지 않으면 등교 등원을 시켰다.
그리하여 내가 복직 한 이후 아이들은 개근이다!
반면 우리 반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결석을 한다.
그들의 문자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내가 5시쯤 일어나니 결석할 것 같으면 그때부터 문자를 보내면 된다고 했더니 진짜 5시에 보낸다!)
배가 아파요. 머리가 아파요. 으슬으슬해서 결석해요. 우리 학교가 특성화고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너무 불성실하단 생각이 든다. 18명 중에 10명만 학교에 앉아 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생리결석은 진짜 여자 아이들의 권리가 되었다. 남고에서 근무하던 나는 이게 진짜로 이토록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인정결석인지 전혀 몰랐다. 한 달에 한번 아무 날이나 인정결석을 할 수 있다! 무려 이번 학생인권 관련 문건에서 생리결석과 관련해서 병원진단서를 받아오라고 하는 것은 인권 침해 사례에 해당된다고 나왔으니 말 다했다. 그걸 지켜보는 남자아이들이 심히 억울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결석처리계가 업무인 담임으로서는(아이들이 결석을 하면 담임교사는 결석 사유와 결석을 증명하는 서류를 정리해야 하는데, 우리 반은 매 달 결석 단골손님 덕분에 30-40장 가까이 나온다... 증빙서류다 더하면 거의 논문 한편 분량...) 결석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싶은 지경.
하지만, 진짜로 아플 때는 사람이 쉬는 게 맞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계처럼 매일 똑같은 루틴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기계가 아니지 않은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졸았다가, 죽을 먹고 조금 움직이다가 또 푹 잠을 자며 회복하는 것. 진정한 휴식이란 그런 것 아닐까.
그러나 나의 학창 시절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아파도 학교 가서 아프고, 아파서 죽을 것 같으면 학교에서 죽는 거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끔찍한 소리. 아니 진짜 학교에서 죽으면 담임은 무슨 죄!)
그렇게 자란 나여서 그런지, 열이 펄펄 나서 경기를 하지 않는 이상 우리 아이들도 학교 가고 유치원에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콧물 조금 난다고 집에서 쉬게 하는 거, 아이가 아주 어리지 않은 이상 아이를 나약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강하게 깔려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강력하게 아팠던 우리 두 아들들을,
그리고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두 아들들을,
억지로 침대에서 끌어내서 먹이고 입혀서 학교로 유치원으로 보내고 출근하는 발걸음은,
상당히 무겁다.
그래도 고맙게도,
아픈 증상들은 있어도 입원을 할 정도로 아프거나 입원을 할 정도로 다치거나 하진 않았던 우리 아들들.
학교에 안 가겠다고,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떼쓰지 않는 우리 아들들.
이 또한 축복이고, 그 또한 눈물 나게 감사할 일이다.
벌써 금요일이다. 오늘도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