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artlover Mar 02. 2022

단골 카페에서의 대화

겨울에 마시는 라떼


나는 2015년 즈음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커피 공부를 할 때 즈음, 라떼를 즐겨 마셨는데,

커피의 온도에 대한 취향이 생기면서, 카페를 고르는 기준을 갖게 되었다.


기울인 컵 표면으로 우유가 밀려올라와 입술에 닿는 순간의 그 온도.

내 몸의 온도보다 살짝 높은 정도의 온도.

뜨거워서 금방 입술을 떼내야하는 온도가 아니고,

너무 미지근해서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온도가 아니고,

내 입술보다 살짝 따뜻해서, 내 속을 따뜻하게 해줄 것 같은 그 정도의 온도.


그 기준을 가지고 카페를 찾다보면, 적정 온도로 라떼를 준비해주는 카페가 3분의 1 정도 되는것 같다.


현재 단골이 된 카페는 처음에는 적정 온도로 라떼를 준비해주셨는데,

마시다보니 어느 순간, 뜨겁게 만들어주시길래, 안 뜨겁게 해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사연인 즉, 겨울이 되면 추운 날씨 때문에 음료가 금방 식어버리니,

테이크아웃해간 손님들이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늘 따로 "안 뜨겁게 해주세요" 라고 부탁한다.


"안 뜨겁게" "안 뜨겁게" "안뜨겁게"


주문할 때마다 말하기 민망하지만,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날은 기분이 살짝 가라앉은 채로 시작하게 된다.

-------------------------


어느 날 저녁에 갑자기 두 번째 커피가 마시고 싶어,

카페 문닫는 시간에 거의 세이프 하듯이 도착했다. 


그 날은 적립하는 기계가 종료되서, 적립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음료만 테이크 아웃 했다.


다음 날, 카페에 가니, 전날 본 직원은 없고, 다른 직원이 주문을 받았다.


어제 적립하지 못한 포인트에 대해 깜빡 잊고 있었는데,

"적립 못하신 거 있으시죠?" 하고 물어보시는 게 아닌가?


잊고 있던 기억을 상기시켜줘서 반가우면서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는데,

얼핏 보니, 메모장에 적립해야하는 손님에 대한 코멘트가 적혀있는게 보인다.


그게 나인 걸 정확히 알고 있는게 신기해서,

"그런데, 저에 대한 호칭을 뭐라고 되어 있어요?!" 라고 물었다.


"안 뜨겁게 손님이요~"라고 하는게 아닌가. ㅎㅎㅎㅎ


내가 "안 뜨겁게" 도메인을 점유한 손님이라고 한다.


나는 라떼 온도에 까다로운 손님이다.


"단백질들 살아있게!!! 아시죠??!!! 안 뜨겁게~~~~~"

매거진의 이전글 단골 카페에서의 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