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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Jan 08. 2016

또 하루를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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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그림자 하나 움직인다.

그리웠던 당신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왈칵 울음을 터트렸고

그대의 그리운 손에 한참 매달려 있었다.

많은 생각들이 뒤엉켰다.

드문드문 떠오른 기억의 조각을 이어보려

서둘러 다시 찾아보아도 이미 잠을 깬 후다.

간혹 꿈들은 내게 당신의 말을 건네지만

깨어나면 그저 꿈으로 사라지고

또렷하지 못한 하루를 내내 앓아야 하기에

나는 꿈꾸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내 몹쓸 기억력이 꿈을 잊어버리면

당신을 다시 못 볼까봐, 당신의 말을 잃어버릴까봐

나는 기억의 마지막 페이지를 차마 넘기지 못한다.

당신은 나의 손을 꼭 잡았다.

나는 그런 기억을 꼭 잡고 그대 손에 매달려 있다.

가슴 아픈 꿈을 하나 꾸었다, 또 하루를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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