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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May 16. 2023

상담의 이데아를 찾아서 (1)


2016년 겨울 첫 사주 상담을 시작으로 어느덧 상담에 대한 고민을 이어온 지 8년 차가 된다. 사실 상담사로서 다소 부적격한 체험 부재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다른 사람에게 (사주든 심리든 심지어 사적인 고민이든) 상담을 자발적으로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기본적으로 내 문제 정도야 내 선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자립심이 강한 편이고, 근거 없는 자신감(혹은 자만심)에 비해 타인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알게 모르게 깔려있어서 '굳이?' 찾아갈 필요가 있나 싶었던 것 같다. (내담자로 만나기 쉽지 않은 간여지동 일주의 특징인 것 같다)


스무 살 무렵 당시에 사귀던 여자친구를 따라가서 받았던 인생의 첫 사주 풀이(상담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는 솔직히 말해 형편 없이 실망스러웠다. 그때 겪은 부정적 첫인상의 영향으로 사주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를 다소 성급하게 (확증 편향의 편인스럽게) 잃어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사주 명리학을 공부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상담받으면서 배울 생각보다는 스스로 독학하면서 '내 팔자 정도는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아야지'하는 심정으로 공부해 왔다. 명리학은 본래 자기 사주를 제1의 근본 사례로 삼아 촘촘하게 신비를 느껴가며 점차 깊어져 가는 것이리라.


처음에는 '사주 상담'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사주에 대한 이야기'로서 일종의 모임을 진행해 보았다. 한창 사주 명리학에 입문하던 시기에 아직 공부가 부족하지만, 상대적으로 빠르게 '곧 직접 만나지만 아직 전혀 모르는 사람'의 사주를 실전 공부를 위해 실험적으로 풀어보기로 한 것이다. 다른 공부도 그렇겠지만 명리학 공부는 특히 이론에 대응하여 피부에 와닿는 실습 적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진지하고 면밀한 '상담' 형식을 진행하기에는 자격도 실력도 부족했기에 가벼운 흥미 위주의 '이야기' 형식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나를 제외하고 최소 1명에서 최대 3명이 참여하는 모임에서는 내 사주팔자를 알아가는 그 재미와 설렘을 참여자들에게도 고스란히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내가 감동을 한 바로 그 포인트들을 통해 사주 풀이를 전개해 갔다. 모임 직전까지도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며 황급히 벼락치기로 당사자의 사주팔자를 공부하고 궁리하다가 서툴게나마 모임을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모임 하루 전부터 당사자의 사주팔자를 곱씹으며 이 여덟 글자의 로고스가 현실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화현하여 운동하고 전개되고 있을지 초심자의 입장에서 무척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모임 당일에 참여자를 만났을 때 '이 사주를 가진 사람이 과연 어떻게 생겼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너무 궁금했어요!'라고 말하며 설렘을 애써 감추지 않은 적도 많다. 나는 어제부터 줄곧 당신에 대해서만 생각해왔다고.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사주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함께 풀어가며 재미를 느끼자는 취지의 모임이어서 1:1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오히려 여러 명이 함께 참여했을 때 서로의 사주와 그에 따른 인생이 대비되면서 각자의 개성을 더욱 뚜렷하게 파악하게 되는 재미, 서로에 대해 반걸음 떨어진 상태에서 함께 반응하고 공감해 주는 단체 상담의 효능을 작게나마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이제 막 입문한 단계에서 겁도 없이 여러 명의 사주를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볼 발상을 했을까? 그 무모함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 부작용으로 모임이 끝나고 나면 다음 날까지 누워있을 정도로 기가 엄청나게 빨렸던 기억이 난다. 무모하게 부딪쳐 본 결과 빠르고 알차게 성장할 수 있긴 했지만….


집밥 어플로 진행한 초기 사주 모임
첫 모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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