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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May 20. 2023

상담의 이데아를 찾아서 (2)

초기에는 커피값 정도 되는 가격을 받고 다대일 사주팔자 이야기 모임을 진행했었다. 일단 최대한 빠르고 가볍게 다양한 사람과 사주팔자를 실전에서 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여유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더 깊이 있는 상담을 추구하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이대일 상담을 하던 어느 날 다른 내담자의 존재로 인해 일대일 상담에서만 가능한 깊고 내밀한 소통이 어려워짐을 문득 발견하고는 일대일 사주 상담의 형식으로 전환하여 본격적으로 진행해 보게 되었다.


이제 어느 정도 실전 경험도 익혔겠다, 일대일 상담에서는 여러 명의 사주를 가볍게 볼 때 비해 부담이 덜어지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 나의 착각이었다. 한 사람의 사주를 집중적으로 분석해서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풀이해 주고, 나아가 그 사람의 인생에 적절히 대응해 주며, 현시점에서의 고민과 궁금한 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해 주는 것은 사주팔자 기본 풀이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복잡한 심화와 응용이 가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담의 호흡도 내담자가 여러 명일 때는 각자 여유를 가지고 다른 사람의 사주가 어떻게 풀이되는지 지켜보다가 자기 차례에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미리 준비할 수 있었고, 첫 번째로 사주를 풀어드린 분께도 다시 순서가 돌아가게 해 질문할 기회를 충분히 드렸다. 또 서로의 사주가 풀이되는 방식이 확연히 차이가 나면서도 한편으로 공통점이 없을 수 없으니 비교 대조를 통해 자기 사주에 대한 이해도 확장될 수 있었다.


반면 일대일 상담에서는 여러 명으로 분산되던 시간과 에너지가 한 명의 내담자에게 집중되기에 내담자에게 충분한 여유가 확보되기 어렵다. 상담이 어떤 스타일로 진행될지에 대한 최소한의 요령도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 내담자도 약간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러한 부담을 최대한 덜 수 있도록 분위기를 풀어주고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사주를 풀고 질문에 응대하는 것은 고스란히 상담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사주 명리학 자체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기본이고, 사람을 상대하고 대화하는 태도와 기술까지 갖춰야 원만한 사주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기질 탓에 어쩌다 보니 사주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고 그간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지만, 고백하건대 상담 8년 차인 아직도 나 스스로가 일대일 상담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만큼 일대일 사주 상담의 역량은 끝없이 발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영역이고, 그 궁극이라 부를 수 있는 '상담의 이데아'에 비해 내가 진행하는 상담이 과연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지 늘 의문스러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스로 그러한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며 어느 시점에서든 양심 성찰을 통해 다양한 층위와 측면에서 현재 진행 중인 상담의 불완전함을 발견해 왔기에 상담의 발전을 꾀하기 위한 궁리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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