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8월이요..? (허탈)
※ 평소보다 감정을 토로(?)하는 내용이 많을 수 있음 주의
올해는 정말, 정말 대단했다.
우선 2019년 이야기를 짤막하게 적어본다.
2019년 조직 문제를 엄청나게 겪고 나의 조직관리에 대한 무지함과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 회사에 맞지 않거나 급하게 채용하여 문제가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내보내고, 텐핑거스다움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했고, 채용에 정말 정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 나보다는 다른 경영진 두 명이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을 해주었다. 덕분에 회사에 좋은 인재들이 많이 들어왔다.
'신입인데 이렇게까지 일을 할 수 있다니?' 나를 놀라게 한 친구도 있었고, 어려운 환경을 같이 헤쳐나가는 기존 인원들에게도 감사한 시간이었다. 1월 생일을 기념으로 상해 여행 가던 비행기에서 혼자 일기를 썼는데, 그 사람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기록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사람 때문에 고생했었으니까.
그렇게 조직이 안정화되고, 새로운 시도도 하면서, 우리는 12월~1월 월 매출 최고치를 찍으며 정말 잘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물론, 늘 그렇듯 그때 당시에도 회사에 어려움이 있긴 했다.
2019년 조직 문제에 때문에 사업 계획이 일부 늦춰지고 실행하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부랴부랴 실행했던 몇 가지 프로젝트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회사의 영업 모델이 일부 수정되었다.
신규 영업 난이도가 올라갔고, 그 과정에서 영업팀에서 이탈이 있었다. 물론 회사에서는 신규 영업 난이도가 올라간 만큼 인센티브 구조를 변경하였고, 시나리오 대로 실행만 된다면 원래 받던 급여(3~400만 원)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팀원들의 저항이 거셌고, 팀 이탈이 왕창 생겼으며, 팀장님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다.
(놀라운 사실은 그때 본인 급여가 깎일까봐 바로 나갔던 직원들과 달리, 회사에 남아 열심히 자기 몫을 하는 직원들은 여전히 400 혹은 그 이상을 받아가고 있다.)
그래도, 전사적으로, 회사의 큰 방향을 보았을 때, 분명히 옳은 결정이었고 2020년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
그 외에도 성수기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몇가지 프로젝트에 회사 전체가 집중하고, 좌충우돌은 했어도 가시적인 결과가 조금씩 나오던 시점이었다. 그게 1월이었다.
그때, 모두가 아는 그 사건이 터졌다.
2월 말 이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행되고, 회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환경에 따른 변화는 아래와 같다.
1. 자영업 폐업이 늘었다. (영업팀 및 영업관리팀 성과에 영향)
2. 밖에를 안 나가서 팝딜이 안 팔리니 매출이 떨어졌다. (매출에 직접적 영향)
3. 어디 가려고 찾지도 않으니 신규 사용자도 줄었다. (마케팅팀 영향)
4. 신규 영업도 없고 신규 사용자도 없으니, 컨텐츠팀 업무와 성과에 영향
5. 이 모든 것들 갑자기 다 백업하려니 개발팀 업무 로드 증가
원래도 우리 회사는 한 사람이 1인분 이상을 하는 마당에.. 바다를 헤쳐 가는데 폭풍우가 덮쳐서, 앞으로 항해를 해야 하는데 단 한 발짝도 못 나간 꼴이 되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고, 진짜 허탈했다. 그 허망함을 잊을 수가 없다.
원래 '성취충'들은 열심히 해서 성과가 나오면 재밌다. 시간과 노력의 정도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결과가 좋으면 재밌으니까. 그런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서 즐겁게 일한다.
그런데 열심히 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몇 달이 지속되니, 조직에 피로도는 올라가 있는 상태였고, 나를 비롯한 경영진도 전부 지쳐 있었다. (내가) 예민해졌고,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이 환경이 너무 야속했다. (단어를 매우 많이 순화했다.) 매달 안 좋은 성과를 직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게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직원들 앞에서는 웃으면서도 속은 참 말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 팀장님들, 직원들은 참 열심히 해주었다. 각자 주어진 KPI를 달성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고, 이렇게나 달라진 환경에도 묵묵히 자기 할 일 하면서 고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팀원들이 이 난관에서 오는 부담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지만, 불안해하거나 불평하기 보단 경영진을 믿고 따라줬다. 감사의 마음을 이 자리를 빌려 전한다.
그래서 우리가 상반기에 했던 것들은 아래와 같다.
1. 마케팅 비용 등 지출을 줄이자.
보통 이럴 때 복지 비용을 줄이곤 하는데, 우리 회사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복리후생 제도라고 내세울만한 게 정말 없다. 간식, 야근비, 버디 런치.. 끝? 민망할 정도로 없다. 그래서 줄일 복지 비용 같은 건 없었다.
마케팅 비용만 대폭 줄이고, 방향도 대폭 수정했다.
2. 개발의 방향성을 앱 내의 리텐션과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로 운영했다.
양적 성장보다 존버 하면서 기회를 보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일단 유입된 유저를 통한 매출 극대화가 필요했다.
3. 영업팀에 회사의 리소스를 최대한 붓는다.
오죽 했으면 프로젝트명이 '구해줘 영업' 이었을까. 단순히 돈 쓰는 문제가 아니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책을 강구했다.
4. 인재에는 투자하자.
연봉 협상 시기가 돌아온 인재들 중 고성과를 낸 직원들에게는 외부 환경과 별개로 원래 기준에 맞는 수준의 보상을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신규 채용을 하고 있는데, 사람에게 하는 투자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회가 왔을 때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려면,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한 덕분인지, 몇몇 지표는 암울했지만 엄청난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점점 나아졌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심각한 타격은 아니었다.(는 것을 6월 말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그래도 훨씬 더 많이 성장해 있어야 했고, 할 수 있었는데. 어쩌겠나.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대해 회의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비대면으로 모든 세상이 바뀔 것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예상보다 우리의 삶이 빨리 바뀐 것은 사실이고, 나는 2014년에 키오스크 회사에 투자하고 싶을 만큼 관련 트렌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가 놀고먹는 문화나 놀거리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스크린 안에만 있을 순 없고, 그럴수록 서로가 소통하며 시간을 보내는 대면 체험과 여가는 소중해질 것이다. 확신한다.
상반기에는 키를 잡고 있어야 할 사람이 물을 퍼내고 부서진 돛대 고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누군가는 "그런 와중에도 대표님은 키를 잡고 있으셔야죠."라고 했다. 우아하게 키만 잡고 있는 사람이 정말 대표가 될 수 있나?
또 어떤 대표님은 창업 6년 만에 이런 일을 겪었으니 오히려 다행인 거 아니냐고 했다. 나중에 대비할 수 있으니까.
평시가 아닌 전시 체제의 전력을 다졌으니, 다시 항해를 준비하자.
아직도 지표가 올라 오려면 한참 멀었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되, 낙관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 정신 없었던 상반기와, 그나마 잘 살았던 7월을 마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