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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해 Nov 21. 2019

창업가의 업무에 '관리'라는 것이 추가되는 시점,

Highoutput Management 와 얻어 터지는 맥그리거

5월에 이사한 우리 집 침대 위에서.

시작하며

내가 읽었던 경영서적은 대부분 창업가 본인의 이야기이거나, 혹은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TOP의 자리까지 갔던 사람들을 포함해 CEO의 이야기가 많았다. 0에서 1을 만들고, 불확실성을 무기 삼아 미래를 그려가는 창업가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이 책 역시 인텔 사장이었던 미국 아저씨가 본인의 경험을 근거 삼아 쓰기는 했는데,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조직의 중간 관리자가 단순히 업무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아니라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로서
관리 업무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관리(Management)를 생산(Production)의 관점으로 접근하여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령의 신 헤르메스. 신들의 소식을 인간에게 전달하며, 도둑과 상인, 여행가, 교활함의 신이기도 하다.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가 교활함의 신이라니. 그럴듯하다.

물론 제조업 회사가 배경인 데다 무려 20년 전의 근무 환경이기에 다소 고루한 면이 있기는 하다. 요즘은 워낙 밀레니얼하고 일하는 법이라던지, 리모트 근무라던지, 생산성보다는 창의성을 추구하는 업무 방식이라던지, 다양한 형태의 소통 방식과 근무 환경이 대두되고 있으니까. 그래도 오래된 고전이 의미가 있는 것처럼 경영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도움될만한 내용이 꽤 많았다.

이미 우리 회사에서 잘 쓰고 있는 목표를 통한 관리와 관련된 파트를 제외하고, 몇 가지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나 메모해두고 싶은 것들, 깨달은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타임 오프셋 Time Offset

시스템공학이나 제조업의 원가 계산을 위해서 누군가는 꼭 알고 있는 개념이었을 수 있으나, 나에게는 다소 모호했었던 개념이었다. 제조 공정에서 각각의 과정이나 절차의 시간대를 적절하게 맞추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샌드위치 하나를 만들어 손님에게 내기 위해서는 빵과 계란을 구워야 하는데 두 재료는 구워지는 시간이 다르다. 따라서 홀에 나가는 시점부터 시간을 역순으로 계산하여, 빵을 굽기 시작하는 시각과 계란을 굽는 시각을 정확하게 맞추고, 그것이 제조 공정에서 프로세스화 되어야 한다.


관리 활동의 레버리지 Leverage

관리 생산성, 즉 업무시간당 관리자의 결과물은 관리 활동의 레버리지에 의해 결정된다. 한 사람의 관리자가 많은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친다던지,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던지, 독특하고 핵심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여 대규모 업무에 영향을 끼칠 때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다. 레버리지가 높은 사람이 표정 관리를 못 한다거나, 관리자의 간섭은 다른 팀원들에게 부정적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

(*레버리지 : 지렛대. 금융 쪽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입한 돈을 의미하기도 하고, 경영 측면에서 보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입된 비용이 될 수도 있다.)


이중 보고의 필요성

기능 중심의 조직(극단적으로 모든 업무를 직군별로 나누는 조직)과 미션 중심의 조직(아메바 조직 같은 것)에서 이중 보고는 기본적으로 매우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업 출신이 부장이 되면 생산직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따라서 생산에 대한 관리까지 잘하려면 동료집단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줘야 하고, 저자는 이에 있어 좋은 방법이 이중 보고라고 제시한다.


성과 평가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직원의 업무를 완벽하게 측정하고 특정 지을 수 있는 딱 부러지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령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활동에 적절한 비중을 두어 직원의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직원을 관리 감독하는 사람은 마치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객관적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주관적인 근거에 의해 판단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관리자가 피해야 할 큰 함정은 '잠재력이라는 덫'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성과를 평가해야 하지 잠재력을 평가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잠재력은 본질이라기보다 외양이다.

줄타기 이렇게 웃으면서 하는 것은 반칙 아니냐고요.

관리자와 직원 간의 조합

최적의 관리 스타일과 관련된 연구 결과.
놀랍게도 초기의 직관적인 가설들은 증명되지 못했다. 다시 말해, 다른 것보다 나은 최적의 관리 스타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 외에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인텔에서는 순환 근무를 많이 한다. 관리자가 바뀌면 생산성이 높거나 낮아지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로써 높은 성과는 특정 관리자와 특정 부서의 직원들 간의 특별한 '조합'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몇몇 연구자들은 어떤 특정 상황에서 최고의 관리 스타일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데에 근본적인 변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변수는 바로 직원의 '업무 관련 성숙도(Task-relevant maturity, TRM)'로 학력, 교육, 경험뿐만 아니라 '성취 지향의 정도'와 '책임지려는 자세'를 함께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업무별로 이러한 요소들을 요구하는 정도가 매우 구체적이고 다르기 때문에 어떤 업무에 높은 TRM을 지닌 직원이나 부서가 다른 업무에는 낮은 TRM을 보이는 경우가 자주 나타나곤 한다.
(중략)
효과적인 관리 스타일은 부하직원의 TRM이 낮음, 보통, 높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절대적으로 좋은 관리 스타일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사수 A가 부사수 B와는 월등한 성과를 냈지만 부사수 C와는 말아먹기도 하며, 팀장-팀원 간의 어떤 조합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같이 일할 사람을 채용하거나 선택할 때, '나의 성향'은 고려 대상에서 매우 후순위였다. 누구 와든 적당히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사람이 부족한 스타트업에서 직무 역량이 갖춰진다면 나와 다소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잘 지낼 수 있다고, 그래 왔다고 믿었다. 혹은 나라는 개인을 위해 누가 희생하거나,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대부분 잘 지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애매한 성과와 애매한 관계로 남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결국 헤어지기도 숱하게 헤어졌다. 그때 나의 문제는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는 것이다.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던 와중에 이 책을 만나고 깊은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현재 가장 좋아하는 취미. 8개월 전에 혼성 풋살을 시작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다. 케미가 잘 맞는 사람이 팀원으로 배정되냐 아니냐에 따라 그날 경기력이 매우 달라진다(ㅎㅎ)

내가 어떤 성향이고 어떤 사람과 잘 맞는지가 중요하며, 그것에 따라 성과가 극대화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왜 이제야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어쩌면 내가 과거에 너무 운 좋게 성공했기 때문일까? 지난 몇 년 간 좋은 케미를 발휘하며 역량을 극대화했던 동료, 팀원들을 만난 덕이었으리라. 나름 좋은 리더십을 가졌다고 자부했으며 실제로 성공 사례를 만들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아찔함에 겸손해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조직관리라는 새로운 직무를 배워가는 단계에서 2019년에 얻은 것을 추리면 아래와 같다.

경력직이 회사에 들어올 때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몰랐고, 다행히 이제는 어떻게 경력직을 채용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팀장급에 전달된 말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팀원들에게 어떻게 왜곡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 팀장님들을 존중해드리면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경영진이 직접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우 몇 살 밖에 차이 안 나지만, 사원급 직원들이 나에게 느끼는 심리적 장벽이 꽤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린 경영진으로서 너무 가볍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수준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기존 회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수많은 제도, 정책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를 숱하게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규율과 정책은 꼭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법과 규제와 시스템은 언제나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마련이고, 인간은 게으르고 영리하다. 따라서 서로 견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을 타고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람 간의 형평성과 성과기반 의사결정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참 중요하고 어렵다.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과 조직관리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나 개인의 가치관과 동떨어진 결정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인간 신동해와 경영자 신동해는 다를 수 있다.


깨달았지만,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은 사실 많이 아프다.

창업을 하고, 사업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성장한다. 나는 늘 업무적으로 역량을 키우려고 노력했고,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공부했고, 결과를 내기 위해 실행했다.

이제는 창업가의 일에 '사람을 관리'하는 업무가 주가 되는 시점이 되었다. 단순히 채용하고, 회의하고, 업무를 주고, 보상을 하고 이런 것들로 설명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사람 다루는 일을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난도 높은 일이다. 상처 주기도, 상처 받기도 쉽고. 가끔은 이런 것에 무딘 소시오패스이면 어떨까 진지하게 생각도 했다. (사실 원하지 않음.)


별 관심도 없는데 우연히 봤던 맥그리거 vs 메이웨더 경기. 얻어 터지는 게 꼭 나 같다.

한동안 계속 인원이 늘어 내년에는 또 50명, 혹은 100명이 될 수도 있다. 사무실 안에서 일하는 직원만 50명이 된다는 것은.. 실로 놀랍고도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영어식 표현 안 좋아하는데, 대체할 방법이 없다.)

명절이 되어 부모님한테 말씀드렸더니 하는 말.
"뭐하러 사람을 그렇게 늘려? 회사가 실속이 있어야지. 그리고 사장이라면서 왜 그렇게 일이 많아?"

라고 뼈를 때려주셨다.

아부지, 어무니. 제가요.. 저도 안 늘리면 좋을 것 같기도 한데.. 많이 힘든데 ㅜㅜ 목표로 하는 데까지 가려면 사람이 더 필요하고, 그 사람들 월급 줄만큼은 돼요.. 라고 말씀드리고 일갈해버렸다.


과거에는 좋은 리더십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관리자로서 성장하고 있다.

나도 회사 안팎에서 좋은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이 있고 그것을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 경험이 꼭 방정식처럼 늘 적용되는 것은 아니더라.

얼마 전, 나보다 경험도 많고 내공도 많으신, 내가 좋아하는 대표님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께 최근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더니 모든 분들이 똑~같은 표정을 지으시면서 '으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아직 익숙해지기에는 너무 어렵다. 실패하고 좌절하는 이 과정만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관리자로서 나의 역량을 평가하고 검증해나가고 계발해 나가는 단계라고 정의하고 나니 완전히 다른 관점의 세계가 열렸다. 이렇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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