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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토끼 Apr 26. 2024

과연 무엇이 진짜 공부일까?

(2018년 글입니다.)


바야흐로 입시 시즌에 다다랐다.


과거에 비해 넘쳐나는 교육 정보 속에서도 학부모들이 여전히 불안해하고 경쟁과 선행에 목숨을 거는 원인 중 하나는 부모인 우리의 학창 시절보다 입시가 좀 더 아래 연령대로 내려왔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입만 준비했다면 요즘은 중등부터 소위 작은 입시를 치른다. 금수저 전형으로 비유되고 있는 자사고, 외고 폐지의 뜨거운 논란 속에서 강남에서 평범하게 별 선행 없이 학교생화를 하는 중3 딸아이의 학교 입시 상담을 가보니 20명 남짓 되는 한 반 아이들의 원서도 제각각이라 다들 카오스 상태이긴 마찬가지인 듯하다. 제 아무리 진로 선정을 잘한다 한 들 우리가 꿈꾸는 안전한 미래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사교육 거의 시키지 않던 굳건한 나 또한 한동안 요동치지 않던 불안감이 입시시즌이면 슬며시 올라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집 남매의 장점이라면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다양한 책과 각종 체험학습으로 충분히 놀면서 자란 아이들이라 기존의 획일화된 사회의 잣대에 눌려 일방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기보다는 본인의 꿈틀거리는 원초적인 생명력과 직관을 따라 주위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따라가기에 부모로서 좀 더 담담히 지켜봐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나의 방목형, 방임형 육아는 아이들이 커갈수록 점점 내면의 빛을 따라 자발적으로 움직이기에 갈수록 어릴 때는 다소 힘들어도 커 갈수록 좀 더 편해지는 묘한 묘미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듯이 세상은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속에서 한국은 더 급변하는 곳이라 서구 사회에서는 한국을  Dynamic Korea, 심지어는 Spicy Korea로 부를 정도이다.  변화하는 사회 속도만큼 부모-자식 간의 의식과 가치관의 차이도 과거의 조부모-증손주 사이만큼 시간차가 벌어지며  상당히 달라졌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자주 느끼게 된다.  X세대인 우리 부모 세대들이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모범생의 잣대였다면 요즘 아이들의 가치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좀 더 용기 있는 부모들은 아예 공교육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 홈스쿨링과 검정고시를 거치며 각종 자기 아이만의 속도에 맞춰 키워나가고 있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공교육의  허와 실을 명백히 알면서도, 별다른 대안을 찾지도 못하고, 그 틀을 완전히 무시하지도 못하며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히도 입시에서 자유로운 초등 과정은 과거에 비해 많이 변화해서 중간, 기말고사 등

결과 중심의 평가보다는 수행평가, 프로젝트 중심의 참여 수업을 통해 과정 중심의 평가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 다시 대학 입시라는 명목 하에 과거 20-3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회귀하는 듯하다. 꿈과 끼로 넘쳐나야 할 아이들의 교실에서 여전히 천편일률적인 지필 시험으로 줄 세우기식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평소 심지가 굳다는 소리를 자주 듣던 나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육아, 심리, 성장 강의를 듣고 다양한 책을 끊임없이 읽으면서도 가끔 이 제도권 교육을 따라가는 것이 맞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검색만 하면 몇 초 만에 알 수 있는 단순 지식을 달달 외워야 하고, 여전히 상대 평가를 치르고 있는 지구상에 몇 안 되는 나라에서,  그 틀에 맞춰 무조건 100점을 맞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수업은 전체적인 맥락과 요지만 파악하고(이러면 점수는 70~80점대에 늘 머무르게 된다.),  나머지 20~30점을 더 올릴 수 있는 단순한 문제 풀이 대신 미래 사회를 대비한 자유로운 창의적 활동을 허용할 것 인가가 늘 나의 딜레마이고 요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개인의 의견과 가치관에 따라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겠지만, 더 이상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골든벨 대회나 전 과목 100점은 그 의미가 사라지고 점점 퇴색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과거에는 우리 사회가 성장 중심이어서 fast follower로서 서양의 앞서가는 과학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재빨리 익혀야 했다면

이제는 글로벌한 사회로 지구촌이 변모하면서 각 문명들 간의 차이도 줄고 기술 발전의 수준이 대등해지면서

누가 보다 창의적인 해결책을 가지고  first mover로 움직일 것인가가 관건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교육은 소위 공부를 잘한다는 아이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각 과목 지필고사 100점에 목숨을

걸고 있으니 그 방향성에 학부모로서 늘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우리 집의 경우 10대 중반인 두 아이들에게 별 다른 고민 없이 가는 묻지 마 대학 진학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곳을 갈 것인지 말 것인지 먼저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늘 당부하고 있다.

아무리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지만, 아이들도 누구의 자식이기 이전에 주체적인 개개인으로서 본인의 소중한 삶을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접하게 된 카톡 김범수 의장의 강의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미래 사회는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무수히 많은 땀을 흘리며 촉망받는 축구 선수로 성장했다.

드디어 성인이 되어 프로로 첫 출전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내 눈앞에 펼쳐진 경기장은 축구장인 아닌 야구장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부모로서 내 아이에게 어떤 교육의 가치를 줄 것인지 더욱 고민이 깊어졌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막연하게나마 부모로서 늘 변화하고 깨어 있는 것만이 그나마 정답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하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부모의 길이지만 사랑하는 내 아이를 위한 일이기에 오늘도 이 땅의 수많은 부모들이

흔들리면서 함께 나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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