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글이니 벌써 6년 전이네요^^)
그동안 쌓아온 나만의 육아 방법을 토대로 지난 연말에 우연히 정식으로 강의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겼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며, 각종 SNS로 초연결된 사회 속에서 보다 경쟁력 있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옳은 방향성을 지닌 사람들과의 굳건한 연결망과 연대라는 생각이 최근 자주 들었다.
지금껏 두 아이를 키워오면서, 때론 힘든 상황이 닥쳐와도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의지하기보다는 오롯이 홀로, 때로는 외롭게, 때로는 힘겹게 해 나가며 나에게는 어느새 삶의 큰 세 가지 축이 생겼다.
첫째는 내 삶을 리셋해 준 30대 이후에 나 스스로 새롭게 선택한 종교이며,
둘째는 늘 따뜻하고 친정 같은 넉넉한 품을 지닌 육아 사이트인 푸름이닷컴이었고,
셋째는 유스내비라는 서울시 아동청소년 종합정보 사이트의 각종 체험학습을 소개하는 맘애포터
(엄마리포터)라는 활동이었다.
책과 자연으로 아이를 자연스럽게 키우는 푸름이닷컴은 일찍 접했지만, 우리 부부와 두 아이 성향 모두 집에서 얌전히 책만 보는 정적인 스타일이 아니어서, 주말이면 숱하게 각종 체험학습과 자연으로의 짧은 여행을 다니면서 일상을 보내던 중 서울시 청소년 미디어 센터가 주최가 되어 운영되는 우연히 마주친 유스내비는 또 다른 정보의 창구였다. 서울시 각종 청소년 수련관을 모두 아우르는 곳이 여기다.
25여 년 전 미국과 캐나다에서 혼자 유학하며 잠시 머물렀을 때 가장 놀랐던 점 중에 하나가 소위 시민들의 교양과 보다 나은 문화생활을 위해 투자한 선진국들의 사회 기반 시스템이었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 이제 만들어 가고 있는 공공도서관의 상호 대차 도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서구 사회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내가 읽고자 하는 책을 굳이 멀리 떨어진 해당 도서관까지 가지 않고, 집 근처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빌려보고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었다. 일상이 바쁜 시민들이 편리하게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시 미국, 캐나다의 유아, 초등 아이들 방과 후 생활은 우리처럼 개개인이 등록한 사교육 기관인 학원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가기보다는 학교에서 좀 더 여가 시간을 즐기거나 각 지역에 있는 커뮤니터 센터에서
각종 운동을 하거나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을 하며 보낸다. 이런 곳의 대부분은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수강료가 저렴해서 사교육비의 부담이 없이 부모들의 호응이 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문화 사회에서 자칫 열등한 소수로 몰리기 쉬운 이민자 그룹들조차도 이곳에서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해당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배움터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복지여건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서울 시내 청소년 수련관들도 자체적으로 정비가 많이 되고 예산 확보 등에서도 과거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외국에서의 좋았던 커뮤니티 센터의 추억을 되새기며 아이들과 서울 시내 수련관들을 찾아가 보면 대부분 프로그램들이 상당히 열악하거나 간혹 준비가 되었더라도 홍보가 제대로 안 된 탓인지 호응이 부족해서 시민들의 혈세가 들어간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폐강이 되는 등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보기도 한다. 이런 기존의 수련관들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다 잘 활용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만든 것이 유스내비라는 공공사이트이다. 각 구별로 있는 서울 지역의 수련관 시설을 아이들과 직접 체험하고 장, 단점을 분석해서 향후 보다 나은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알리기 위한
맘애포터라는 직책을 지역 사회봉사의 형태로 맡게 되었다. 나 또한 이곳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7-8년 차에 접어들고 작년부터 강남구 지역장과 후배맘들을 보다 즐겁고 보람된 육아로 이끌어주는 서울시 멘토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엄마들의 세바시라는 형태로 가끔 강의도 하게 되었다.
흐르는 세월만큼 그동안 쌓아온 각종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작년 연말 송년 행사의 일환으로 자녀가 초등 취학 무렵인 엄마들 100여분을 모시고 맹목적인 사교육보다는 "책 + 체험학습 + 리얼한 세상 속에서 다양한 경험 쌓기"라는 모토 아래 이렇게 키우고 있는 유스내비 내의 7인의 멘토맘들이 모여서 "내 자녀의 바람직한 역량 강화 노하우"라는 강연을 정식으로 펼치게 되었다. 처음에는 첫 강의 무대라 서울 시청 내 시민청에 올리기로 기획을 했는데, 준비 기간이 촉박했던 관계로 아쉽게도 무산이 되고, 용산에 위치한 소규모의 서울시립 미디어센터 강당에서 진행하였다. 추운 한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머님들이 열정적인 멘토맘들의
강연을 들으러 오셔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또 하게 되었다.
낯선 타인 앞에서 내 경험과 이야기를 쏟아내야 하는 강의라는 것이 왠지 모르게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살짝 떨리기도 했지만 그동안 문화센터와 각종 공공기관의 부모 교육 강연을 무수히 쫓아다녔던 수많은 강의를 기억하며 나도 이제는 선배맘으로서 후배들에게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날의 강의 무대를 진정 열정적으로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주위 지인들과 교육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푸름이닷컴 출신이라는 것을 간혹 밝히게 되는 자리가 생기는데, 이곳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큰 오해 중 하나가 푸름이닷컴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하루 종일 엄마가 주도적으로 끌어서 오롯이 책 잘 읽는 아이들로만 만드는 엄마의 지나친 욕심 위주로 아이를 키우는 사이트인 줄 안다. 하지만 이 강의를 통해서 늘 책만큼 중요한 자연에서도 함께 배우자는 닷컴의 교육 철학과 글만이 아닌 실질적인 체험을 통한 학습이라는 유스내비의 기본 정신과도 맞닿아 있어서 세간에 잘못된 이 ㅋ커뮤니티에 관한 인식을 공식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개인적으로 정말 뿌듯하기도 했다.
2018 새해도 어느새 절반이 훌쩍 지나가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올해는 보다 많은 곳에서 나의 이야기들을 좀 더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도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자연스럽게 올라감에 따라
소위 광장의 열린 토론 문화라고 하는 테드 강의나 세바시 강의가 열풍이다. 첫 무대라 떨렸지만 막상 강단에 서보니 사실 대단한 사람만이 할 것 같은 강의도 이런 면에서 살펴본다면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곳인 듯하다. 살아가면서 무대는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그 주인공은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을 최근 배웠다.
좋은 강의는 누가 주인공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강연자가 무대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풀면서
함께 하는 청중들에게 담아줄 함의된 정신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선한 영향력을 내뿜으며 올 한 해도 거침없이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