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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Oct 21. 2022

초소형 전기차 르노 트위지

특이한 차를 탄다고 특이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05

처음 트위지 차를 알게 된 것은 프랑스 파리를 여행할 때였다. 샹젤리제 거리의 르노 매장에 들렀는데 그곳에 트위지가 진열되어 있었다. 당시엔 작은 차가 너무 신기하다며 인증샷을 찍었다. 



2012년 파리에서 만난 르노 트위지


그로부터 7년이 훌쩍 지났을 때 그때 신기하다고 찍었던 차가 내 차가 될 줄이야. 뭐든 기록하는 습관이 가져온 재밌는 추억이다. 기록이 없었다면 내가 그날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르노 매장에서 트위지를 타봤다는 기억은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다.


트위지 오너가 된 것도 벌써 3주년이 지났다. 트위지가 출시된 것도 10년이 훌쩍 넘었고, 내가 이 차를 산 것도 3년이 훌쩍 넘어 버렸는데 이 차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아직도 손가락질하며 쳐다보고, 때때로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다가와 질문을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요즘은 아주 밀착해서 말을 거는 사람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코로나 이전 시대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례하게도 너무 가깝게 다가왔다. 가끔은 낯선 남자들이 갑자기 다가와 겁을 먹었던 적도 많았다. 그들은 그저 호기심이었겠지만 내가 느낀 감정은 공포였다.


아주 작고, 비교적 저렴한 금액 덕분인지 사람들은 트위지를 굉장히 만만한 차로 여긴다. 주행 중에는 무례한 상황을 많이 당했고, 멈춰 있을 때도 손가락질하면서 툭툭 치면서 하대하듯 그렇게 다가오는 불쾌한 상황이 많았다. 그러나 작다고, 싸다고 과연 무시할 수 있는 차일까. 


운전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초소형 전기차 중에서는 아마 동급 최강의 주행 능력을 갖추고 있을 거라고 자부한다. 후륜 구동이 가져오는 주행력과 코너링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부릉부릉 누군가 시동을 거는 시간에 이 차는 전원 켜서 밟기만 하면 슝 나가니까, 동시 출발을 하면 누구보다 앞서 나갈 자신이 있다. 물론 제로백을 따진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그리고 좁은 골목이나 막히는 도로에서 다른 차들보다 훨씬 빠르게 다닐 수 있다. 아주 작은 공간만 있어도 쏙쏙 잘 빠져나가니 가끔은 막힐 때 이 차가 있어서 시간이 절약된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들이 작다고 무시하면, 기가 찬다. 막히는 서울 시내에서 이보다 더 좋은 차가 있을까, 큰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은 막히는 길에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그냥 가까운 거리만 왔다 갔다 하는데 굳이 큰 차를 몰 필요가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한다.


물론 단점도 많다. 일단 고속도로를 달리지 못하니까 멀리 갈 수가 없다. 아니, 애초에 완충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최대 60km 정도니까 멀리 갈 수가 없다. 사람들이 전기 충전소를 찾아 충전하면서 다니면 괜찮겠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트위지는 220v로 충전해야 하기에 우리가 흔히 보는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하려면 따로 단말기를 구매해야 해서 번거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어찌어찌해서 전기차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게 단말기도 구매하고 했다고 쳐도 장거리 운전이란 썩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왜냐면 승차감이 좋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 차의 승차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차가 낮아서 거의 바닥에 붙어 다니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노면 굴곡을 제대로 느낀다. 도로가 파여 있는 것, 도로가 울퉁불퉁한 것 모두 온몸으로 느끼며 운전한다.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꿀렁꿀렁 운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에어컨과 히터가 나오지 않고, 파워 핸들도 아니고 스티어링 높이가 조절되지도 않고 의자 높낮이도 조절되지 않는다. 사이드미러는 있지만 룸미러는 없고 (뒤 창문이 없으니까) 도로 상태가 아주 안 좋은 곳을 지나갈 때는 차 문도 휙휙 잘 열리는 이 차를 타고 멀리 가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는다.


가끔 지나가다가 운전이 서툴다며, 나이가 많다며 이 차를 타면 편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났다. 그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진 않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며 늘 생각한다. 과연 이 차가 초보 운전자에게 괜찮을까? 과연 이 차가 노년층이 몰기에 쉬울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주차가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이 차는 차가 낮고 파워 핸들도 아니고, 차랑 움직임 반경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주차는 굉장히 어렵다. 뒷 창문도 없고 작은 사이드미러 두 개를 가지고 주차를 한다는 것, 초보 운전자들이 잘할 리가 없다. 그리고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으려면 힘을 꽤 써야 한다. 액셀과 브레이크가 민감한 차가 있지만 이 차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세게 밟아야만 하기에 운전하면서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멈춰 있을 때 브레이크를 살짝이라도 떼면 띠-띠-띠- 경고음이 울리고, 조금이라도 경사가 있는 곳에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차가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주차할 때 언제나 사이드브레이크는 필수인 차!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고 푸는데도 쓸데없는 힘이 필요한 차. 그러니까 힘이 없는 사람들이 운전하기에 무척 어려운 차다. 한 번은 오른팔의 신경이 잠시 마비가 되었던 날이 있었는데, 일반 차와 다르게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이 차를 운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차 문을 여닫는 것, 사이드를 푸는 것, 주행과 멈춤을 하는 모든 상황에서 온몸에 참 많은 힘이 들어간다. 어르신들이 많이 모는 의료용 전동 카트 정도로 생각한다면 정말로 슬프다. 


트위지 차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장점보다 단점을 한 바가지 풀어 놓게 된다. 그런데도 왜 트위지를 타냐고 묻는다면 단점이 한 바가지, 아니 그 이상이 되더라도 몇 가지 장점이 모든 단점을 커버할 만큼 좋다. 골목을 주로 다니는 내게 편리하다는 점, 전기 충전으로 인해 교통비가 절약된다는 점, 친환경 전기차로 인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책방을 운영하고 있어서 책방의 전기를 활용해 충전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차를 3년 넘게 운전하면서 가장 만족하는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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