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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Sep 20. 2023

<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프롤로그

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01

“나도 예전엔 고양이를 키웠어요.” 

“고양이가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어요.”

“해외에서 잠깐 살 때 고양이를 키웠었죠….” 


2004년부터 고양이 집사로 살아왔기 때문에 수많은 고양이 집사들을 만났고, 그에 맞서는 숫자만큼 고양이를 거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자랑이라도 되는 듯, 고양이는 집을 나가는 동물이라는 둥, 자기 집이 싫어 나간 고양이가 더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는 둥, 나중에 또 외로우면 키워보겠다는 둥… 대꾸할 가치도 없는 소음에 할 말을 잃은 적도 참 많았다. 나만 불편한 것일까?


어지간한 표현은 다 들어봤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 난생처음 생소한 말을 들었다. “이 고양이 내가 데려갈까요?” 무심코 던진 말이겠지만, 순식간에 내 표정이 싸늘해졌다. 유기 혹은 가출 고양이를 잠시 맡고 있다고 했을 뿐, 입양처를 알아보고 있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 말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상당히 불쾌했다. 상상도 못 한 말이었기에, 그저 이 아이의 원래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만약 만나지 못할 경우 제가 맡아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입양은 보내지 않는다고. 만약 임보나 입양을 준비했어도, 살아있는 생명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데려간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후보에서 이미 낙선이었다. 주변에서 길고양이를 구조하고 임보와 입양을 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심한 말도 많이 듣겠구나… 불편했겠구나.





다름이를 처음 책방으로 데려온 9월 6일 모습. 길에서 고단했냥. 들어오자마자 꿀잠 자는 중




고양이와의 만남은 이랬다.


얼마 전 집 앞 길고양이 급식소 주변에 버려진 유기묘가 보인다고 남편이 그랬는데 바로 그날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그 아이를 만났다. 그다음 날, 남편이 고양이가 부비부비해서 배고픈 것 같아 밥을 챙겨 줬다고 하더니 자기를 따라 현관으로 들어왔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가출한 아이일 수도 있으니 일단 보호하면서 가족을 찾자고 했다. 집에 두 고양이가 있어서 격리가 필요할 것 같고, 가족을 찾을 잠깐만 임시 보호할 생각으로 책방으로 아이를 옮겼다. 케이지에 쏙. 구조랄 것도, 포획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전에 냥줍처럼 주워 담는 수준이었다. 혹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면… 아찔했다. 


데리고 오자마자 당근마켓, 포인핸드, 고양이 커뮤니티에 아이를 보호 중이라는 글을 올렸고, SNS와 길고양이 관련 인플루언서들에게도 공유를 부탁했다. 아무런 소식이 없자, 일주일 후 재 업로드와 더 영역을 넓혀 동물구조협회 등에도 글을 올렸다. 첫 글을 올린 지 벌써 14일째가 되었다. 첫날부터 혹시라도 전단이 붙었을까 동네를 살폈고, 전국구 단위로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온갖 글을 뒤졌다. 혹시 놓칠까 봐 가입하지 않았던 각종 커뮤니티에 가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식은 전혀 없었다.


처음 며칠은 화장실도 없어 리빙박스에 모래를 깔아줬고, 밥도 없어 길고양이 사료를 줬지만, 곧바로 기호성 테스트를 통해 선택된 습식과 건식 사료가 도착했고, 고양이 화장실도 마련했고, 집에 있던 각종 장난감과 새로 산 스크래처 등 얼핏 보면 한동안 오래 이곳에 살았던 것처럼 고양이용품들이 늘어났다. 오랜 고양이 집사 생활에 익숙한 듯, 물품들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처음부터 고양이는 공간을 전혀 낯설어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 공간이 원래 집인 듯 편안해했다. 이름도 생겼다. 우리집 고양이 이름이 ‘름’ 돌림이어서, 어떤 ‘름’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가나다 ‘다름’이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다름’이라는 임시 이름이 붙은 목걸이도 채워졌다.


그러니까, 장기임보의 시작인 셈이다.


“당근 마켓에 올리면 유기한 사람도 볼 수 있어요.”


집 근처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한 상점 쥔장이 남편에게 그랬다며 남편에게서 부랴부랴 연락이 왔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다 보면 동네 고양이를 다 알고 있던 터라 우리가 보호 중인 고양이도 당연 알고 있었고, 내가 당근 마켓에 올린 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가출이 아닌 ‘유기’가 맞다는 이야기도 했단다.


“그럼, 유기한 사람이 보고도 안 찾는 거네?”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대화가 이어졌다. 갑자기 슬퍼졌다. 먼 훗날 이 사람들이 어디 가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한때 고양이를 키웠는데 문을 열고 나가더니 안 들어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당근 마켓 보니까 누가 맡아 키우더라고요?”라고 이야기할까?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무용담처럼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당근 마켓의 글을 내리고 싶었지만, 혹시나 만약에 언젠가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최소한의 자료는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보존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임보일기를 쓰기로 했다. '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다름이를 바라보며 느끼는 고양이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담아, 6개월간 글을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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