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03
길에서 유기 동물을 발견할 경우 지자체 혹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신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신고하는 즉시 보호소로 보내야 하고, 그것은 과연 길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간혹 지병이 있었거나 아프기라도 하면 ‘자연사’라는 안내문과 함께 사라져 버릴 수도 있고, 공고 기간 후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에 처하기 때문에 길에 사는 것이 오히려 더 오래 사는 방법 아닐까. 그래서 유기 동물을 발견하거나 보호하는 경우, 직접 원래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잃어버린 가족이라면 당연하게도 같은 경로로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할 테니 서로의 접점은 얼마든 있다.
2007년에 나도 고양이를 잃어버렸던 적이 있었다. 고양이가 방충망을 뚫고 탈출을 한 것인데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각종 커뮤니티에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글을 올렸고, 집 앞에 평소 먹던 사료와 모래를 뿌리고, 밤새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고양이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며칠은 미친년처럼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국의 동물보호협회를 뒤졌는데, 양주의 동물보호소에서 우연히도 내 고양이와 닮은 아이를 발견했다. 발견 장소도 마침 우리 집 근처의 주소였기에 확신하고는 전화를 걸어 아이의 특징을 물어보고는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곧 찾으러 갈 거라고 말했다. 2시간 거리였고 차가 없었기에 바로 달려갈 수 없어 속상했다. 며칠만 늦었어도 안락사 위기였던 아이. 혹은 다른 사람의 품에 입양될 뻔했던 아이. 너무 속상했다. 지자체에 연락해서 보호소로 보낸 사람이 왠지 원망스럽기도 했고. 다만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었고, 인터넷이 있어도 관심이 없다면 고양이 주인을 찾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게 쉽지 않았던 시절이라 이해가 되었다. 발견한 사람도 어쩔 수 없었으리라.
그 일이 있고 난 후, 집은 완전 요새가 되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오자마자 다용도실 창문을 제외하고 절대 찢어지지도 않는 안전 방충망으로 모조리 바꿨다. (혹시나 화재 사고 등이 있을 수 있어 자주 열지 않는 곳은 비상용으로 바꾸지 않았다.) 돈이 많이 드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들의 안전이 가장 1순위였다. 그리고 방묘문 등 고양이들의 보호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고양이를 반려하는 인구가 늘었고, 또 그만큼 아이들의 가출 사고도 늘었다. 그래서 가출한 고양이를 찾는 탐정도 있다. 또 커뮤니티와 동네 정보를 알 수 있는 각종 앱이 발달해 커뮤니티에는 매일 아이들의 가출 소식이 올라오고 때때로 가출한 아이로 추정하는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글도 올라온다. 비교적 빠르게 찾는다면 가출한 아이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러나 어떤 때는 빠르게 발견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시간이 지나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고양이가 사라지거나, 가족들이 몽땅 사라지거나.
어쨌든, 남편을 간택(?)한 한 고양이 덕분에 며칠 동안 유기된 혹은 가출한 고양이를 구조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충은 알게 되었다.
ㄱ. 발견 장소와 특징을 사진으로 찍거나 세세하게 살핀다.
ㄴ.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게 된다면 최소한의 사진과 정보만 담아 올린다. 구조하기 전이라면 자세한 위치는 OO동까지만 표기한다. 더불어, 주인이 고양이를 찾는 글이 있는지 각종 커뮤니티와 사이트를 뒤져 살핀다. 최대 몇 주, 몇 달 전까지 글을 상세히 본다.
ㄷ. 주인이라고 연락이 오는 경우, 집에서 함께 찍은 사진, 혹은 영상통화 등으로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집에서 고양이가 찍혀 있는 사진을 요구하고, 꼼꼼하게 체크하여 원래 주인인 경우에만 발견 위치를 알려 준다.
ㄱ. 발견 장소와 특징을 사진으로 찍거나 세세하게 살핀다.
ㄴ.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게 된다면 최소한의 사진과 정보만 담아 올린다. 더불어, 주인이 고양이를 찾는 글이 있는지 각종 커뮤니티와 사이트를 뒤져 살핀다. 최대 몇 주, 몇 달 전까지 글을 상세히 본다.
ㄷ. 주인이라고 연락이 오는 경우, 집에서 함께 찍은 사진, 혹은 영상통화 등으로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집에서 고양이가 찍혀 있는 사진을 요구하고, 꼼꼼하게 체크하여 원래 주인인 경우에만 아이를 돌려준다.
ㄹ. 임보나 입양글이 아닌데도 임보 해준다거나 본인이 입양한다고 연락 오는 경우에는 대꾸하지 말고 차단한다. 사람과 함께 살았던 아이들은 사람과 친화적이어서 동물 학대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 확인되지 않은 모르는 사람에게 절대로 아이를 보내지 않아야 한다. 혹시라도 임보를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절대로 꼭 확인해야 한다.
ㅁ. 구조자가 보호하기 어려운 경우, 함부로 입양을 보내지 않는다. 혹시라도 원래 주인이 나타나는 경우 분쟁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임보나 입양을 보내게 되면, 원래 주인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한 사항을 계약서에 넣는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최소 10일은 직접 보호하는 것이 옳다.
ㅂ. 분쟁의 여지를 피하기 위해선 구조 후 보호소에 보내 공고를 거쳐 정식 입양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으니 추천하지 않는다. 책임질 수 없으면 차라리 모른 척하는 것이 더 낫다.
ㅅ. 포인핸드, 동물구조협회 등에 올린다. 단, 이곳에 글을 올린다고 해도 보호소로 보내 보호소에서 올리는 글만 법적 효력을 가진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후 가장 먼저 확인하는 곳이 포인핸드와 동물구조협회 사이트다. 필수로 올리자.
ㅇ.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냥이네, 길고양이 급식소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다.
ㅈ. 당근 마켓, 동네 맘카페 등. 당근 마켓인 경우 동네 소식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또 고양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사이트이며, 고양이 관련이 아니어도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교적 효과적인 곳이다.
*이곳들에 글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래 주인이 아이를 찾는다는 글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9월 6일 아이를 데려온 후, 고양이 커뮤니티와 당근 마켓, 그리고 포인핸드와 SNS 등에 올렸다. 고양이 커뮤니티에 올린 글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포인핸드와 당근 마켓을 보고는 연락이 여러 건 왔다. 주인이라는 연락이라면 참 다행이겠지만, 아이가 품종묘처럼 보인 건지 (올화이트이다 보니까) 번식업자를 주의하라는 문자가 제일 먼저 왔고, 사기 입양자를 조심하라는 문자도 왔다. 특히나 카톡 닉네임과 *표기된 실명 몇 글자를 알려 주며 상습범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이번 기회로 카카오톡 친구의 송금하기를 누르면 실명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처음 알게 되었다. 중고 거래를 전혀 하지 않다 보니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어쨌든 그 사람은 임보나 입양을 해주겠다고 하고는 학대한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했다. 물론 나는 임보나 입양처를 찾는 것은 아니었으니 사기꾼에게 아이를 맡기지 않겠지만 고양이 구조와 임보, 입양을 하는 것은 꽤 책임감이 따르는 것이라고 새삼 느꼈다. 자칫 구조해서 오히려 학대범에게 아이를 맡기는 꼴이 될 수도 있겠구나. 아무튼 실제로 입양을 하겠다는 연락도 몇 차례 있었다. 당근 마켓에 올린 글에는 아이를 길에서 봤는데 그 아이가 맞는 거냐고, 자기가 입양자를 찾아 놨으니 데리러 오겠다는 댓글도 달렸다. 아이를 반려하던 원래 주인을 찾는 글에 왜 이렇게 입양하겠다는 연락이 많은지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내가 키울 거라고, 임보나 입양 문의는 받지 않으니 원래 주인이나 찾아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 후 일주일 동안은 임보나 입양 문의를 비롯한 어떠한 반응이 없었다. 책방에서 엉뚱하게 아이 데려가겠다는 말을 들은 것을 제외하곤.
이제 본격적인 장기임보에 돌입해야 할 것 같아, 동물병원에 가기로 했다. 유전병이나 지병, 혹은 문제가 있다면 치료해 주고, 접종 등의 여부나 기타 검사를 해보자. 복덩이라고 생각했는데, 돈덩이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