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07
루틴처럼 매일 ‘당근 마켓’, ‘포인핸드’, ‘각종 고양이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혹시라도 누군가 다름이를 길거리에 유기한 거라면, 다름이와 함께 살 때 사용했던 어떤 물건들도 함께 버렸거나 중고로 판매하지 않았을까 싶어, 중고 장터를 살펴보기로 했다.
처음 다름이와 만났을 때, 뼈가 만져질 정도로 말랐었고, 제대로 걷지 못해 뒤뚱거렸었다. 게다가 목소리는 완전 허스키한 상태로 쉰 소리가 났었다. 그래서 밖에서 최소 2주 이상은 머물렀던 것으로 추측했다. 하루 이틀 만에 이런 상태가 되긴 어려울 것 같아서다. 그래서 다름이를 만난 날을 기준으로 최대 한 달 전부터의 중고 장터를 살피며 고양이용품을 대거 판매하는 판매자가 없는지 혹시라도 판매하는 상품에 살짝이라도 하얀 고양이가 등장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뒤졌다. 그러다 문득, 고양이를 키우다 밖에 버리는 사람이라면 (가출이었을 경우라도 찾지 않을 사람이라면) 고양이용품을 제대로 갖추기나 했을까. 기껏 고양이 모래와 화장실, 사료와 밥그릇 정도로 생활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뒤진다고 알아낼 것도, 알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것을 느끼곤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생각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은 티가 별로 나지 않아도 누군가 떠나면 그 빈자리가 상당하다는 뜻인데, 반려동물에게도 속하는 말이다. 단지 며칠이라도 반려동물을 집에 들였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 몇 차례 허전함을 느껴봤다. 오래 키우던 고양이들이 별이 되었을 때 느낀 감정이 그랬다. 집 곳곳에 남아 있는 흔적들과, 아이들이 좋아했던 자리, 즐겨 놀던 물품들을 보며 때때로 슬픔들이 솟구쳐 올랐다. 허전함과 슬픔,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들이 마구 나를 흔들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만약 누군가 다름이를 버렸다면 시간이 좀 지나고 허전해지면 이제라도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해 아직까지도 고양이 실종 신고 게시판을 놓지 못하고 매일 챙겨본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다름이를 위한 물품들이 가득 쌓였다. 처음 고양이를 키웠던 때처럼 하나씩 물건들을 갖추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집이 아닌 책방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서 생각보다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우선 가장 먼저 고양이 화장실과 모래가 필요했다. 밥그릇이야 아무 그릇이나 사용해도 괜찮았겠지만, 화장실이 없으면 안 되었기에 그것이 중요했다. 처음엔 임시로 리빙박스를 사용했는데, 장기 임보가 확실해지면서 작은 화장실을 하나 구매했고, 모래도 두부에서 카사바로 바꿨다.
그리고 어떤 사료를 좋아하는지 몰라 다양한 습식과 건사료 테스트를 구비하고 하나씩 먹이면서 기호성을 파악하여 무난하게 잘 먹는 습식 1종류와 건사료 1종류를 선택해 그것을 적당히 구비했다. 그리고 물을 잘 안 마시는 것 같아서, 고양이 정수기도 구매했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숨숨집과 스크래쳐 하우스, 그리고 포근한 방석들. 여러 곳에서 열심히 쉴 수 있도록 갖췄다. 기타 필요한 것들은 발톱을 정리하는 발톱깍기와 털을 골라 주는 빗, 낚시대와 같은 고양이 장난감들까지. 차츰차츰 늘어나던 물품들이 쌓여, 지금은 여기가 고양이집인가 헤깔릴 지경이 되었다.
고양이를 반려하는 데 있어 큰 돈이 들지 않는 것은 맞지만, 사실상 아이들을 잘 보호하기 위해선 자잘한 비용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 물론 초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좀 많고, 그이후에는 줄어들긴 하지만. 어쨌든 단지 임보였음에도 50만 원 가량은 지출이 발생했다. 장기 임보가 더 길어질수록 계속해서 물품들은 쌓여가겠지. 그래도 짧게 살더라도 편안하고 아늑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살다 갔으면 좋겠다. 아니, 그냥 여기서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