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탈 거면 스마트 포투가 내 취향 #04
2시간에 한 번씩 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이야기일 뿐. 쉼을 결정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잠시 커피를 마시고 싶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하품이 나와 졸음이 몰려올 것 같을 때, 피곤하다고 생각이 되는 순간이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잠시 전 휴게소에 들렀다고 해서 조금 더 가서 쉬겠다고 몸과 마음이 전하는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
서울의 복잡한 도로를 벗어나, 어느덧 한적하고 뻥 뚫린 고속도로에 다다랐다. 점심 전에는 포항에 도착해야 했기에, 아직 해가 뜨기 전에 출발했는데 어느덧 라이트를 켜지 않아도 밖이 환하게 보이는 아침이었다.
한때는 어두울 때 운전하는 것이 좋았다. 쓸데없는 것들은 까만 어둠에 감춰지고, 오직 내가 켠 라이트에 시선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근심들은 안 봐도 되는 것을 볼 때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보이지 않는 순간이 나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턴가 수많은 위험은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고, 이후부터는 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시야에 가득 담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그런지 밝은 빛이 가득한 아침이 되니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시야가 좋다는 것은 보다 더 먼 곳까지 시선이 가득 닿는 것이다. 그러기에 때때로 룸미러나 사이드미러에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차가 보이면 무서웠다. 나보다 더 빠르게 달리는 차가 있다면 당연히 비켜줘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앞에도 옆에도 차가 가득한 순간 저 멀리 달려오는 차를 비켜줄 공간이라곤 없어서, 차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거침없이 운전하는 차가 제발 내 옆을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얼마나 빨리 가려고 그러는 걸까.
얼마나 급한 일이 있는 걸까.
어느새 차가 한가득 있던 도로들을 지나 차가 많지 않은 한적한 도로에 다다랐다. 고속도로의 정해진 속도에 맞춰, 앞서거나 뒤따라오는 차량의 흐름에 맞춰 열심히 달리는 순간,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나타났다. 주행차로가 아닌 추월차로에서 정해진 속도보다 현저하게 느린 속도로 느릿느릿하게 달리는 자동차. 모두들 그 차를 요리조리 피하느라 곡예 운전을 했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가지 못하면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느리더라도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큼 남들과 속도를 맞춰 달리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빨리 달리는 것과 느리게 달리는 것 그 사이 어디쯤, 최고 속도가 110km의 도로와 100km의 도로를 지나며, 누군가의 위협이 되는 빠른 속도가 아니면서 누군가의 장애물이 되는 느린 속도도 아닌 적절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빠르건 느리건 내 속도를 유지하겠다고 타인의 삶에 장애물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서울을 떠난 지 6시간쯤 지나 드디어 포항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휴게소가 아니라 처음으로 신호등을 만나 빨간색 불에 도로 한가운데 멈춰야 했을 때, 쉼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거라고 생각했던 빨간색 불은 실은 쉼 없이 달리는 길에 조금의 휴식을 주는 신호인 거라고,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고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출발하라는 응원이었다.
정해진 속도보다 너무 빠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 않게 달려야 한다는 것. 앞에 보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지키며 초록 불에 달리고 빨간불에 멈춰야 한다는 것. 우리의 모든 일상이 멈춰지지 않게,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오랜만에 스마트 포투를 타고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니 평소와 같지 않은 환경 속, 안 했던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때때로 일상을 벗어나 다른 길을 달려 보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