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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Jun 10. 2021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월드,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어

정세랑 월드,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어

생각해보면 살아 있는 상태가 너무 신기하지 않은지? 꼭 개인적 얘기, 사람들 얘기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렇다. 지구가 초속 30킬로미터로 빙글뱅글 날아가고 있는데 그 위에서 온갖 동식물이 38억 년 동안 생겨났다 멸종했다 하며 보글보글 지내왔다는 것이……. 우주는 죽어 있는 게 더 자연스러운 상태인데 어떻게 다들 살아 있지? 거의 매일 놀란다. 심장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뛰었다니? 신경을 쓰지 않는데 호흡이 계속된다니? 산책만 나가도 흥미로운 발견을 하고 화분에 새 잎이 나면 기분 좋은 충격을 받는다. 


_『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16p


계절이 변하고, 아침과 밤이 오는 안온한 일상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 적이 있나요?

계절이 변하면서 바뀌는 빛의 색과 바람의 냄새, 공기 중의 온도.

그리고 그 계절을 고스란히 살아내고 있는 생명들.


정세랑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이런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다정함이 유별나지 않게 느껴져서

나도 세상에, 생명들에,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다정해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세상의 높고 낮은 곳의 반짝거리고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

정세랑 작가님의 첫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에서도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쁘던지요.






뭔가 힘든 일을 만나 마음이 꺾였을 때 좋아할 만한 대상을 찾으려고 하면 이미 늦은 감이 있다. 괜찮은 날들에 잔뜩 만들어두고 나쁜 날들에 꺼내 쓰는 쪽이 낫지 않나 한다. 

_『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38p


마음속의 저울이 잘 작동하는 사람들과만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마음속의 저울은 옳고 그름, 유해함과 무해함, 폭력과 존중을 가늠한다. 그것이 망가진 사람들은 끝없이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힌다. 사실 이미 고장 난 타인의 저울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저 내 저울의 눈금 위로 바늘이 잘 작동하는지 자주 점검할 수밖에.

_『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101p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싫어하는 데 삶을 낭비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지요.

당연히 좋아하는 것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서 인생을 살아내고 싶지만

우리의 마음의 추는 미움과 증오가 무거워서인지 자꾸만 그 쪽으로 기울곤 합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을 평소에 많이 만들어두고, 사랑하는 사람을 항상 가까이에 두세요.

그리고 싫어하는 것 말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세상에 더 많이 얘기해주세요.



여행은 눈에 띄는 나약한 표적이 되는 걸 감수하고 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니 사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최악을 각오하고 여행하는지도 모른다. 예민한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조금 더 신경이 굵은 사람들은 무의식 깊이 묻어놓았겠지만. 아름다운 해변에도 맹독성 해파리들이 있고, 환한 잔디밭에서도 흉기가 칼집에서 빠져나온다. 세계는, 인류는, 문명은 순식간에 백 년씩 거꾸로 돌아가기도 하고 그럴 때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견뎌야만 한다.


_『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44p




여행이 쉽지 않은 시기에 좋아하는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을, 보고 싶은 것들을 자꾸 떠올립니다.

이런 때 정세랑 작가님의 책을 만나게 되어. 정세랑 작가님만의 다정하면서도 산뜻한 시선으로, 세심하고 밝은 눈으로 여행을, 일상을, 그리고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읽을 수 있어 마음이 자분자분 벅차오릅니다.


그리고 내가 그리워하는 장소에 대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좋아하려면. 어쩌면 이제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좋아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지도 모릅니다. 정세랑 작가님은 '하와이를 사랑하게 되어, 하와이에 되도록 가지 않겠다고. 제주도를 사랑하면 제주도에 너무 자주 가서는 안 되듯이, 하와이로 은퇴하겠다는 농담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고 저 역시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슬아슬하게 존재하는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더 이상 나와 관계 없는 일이 아니니까요.







"다시 여행이 시작되면, 

그때 남을 발자국들이 가볍고 잘 지워지는 종류이길 가만히 머물며 바라고 싶다."


_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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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https://bit.ly/3pwsm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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