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읽는 책 │ 고마움이 곧 도착합니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고마움을 마주합니다.
정말 고마워서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선물 가게에선 자꾸만 망설이게 됩니다.
이건 너무 싼 것 같은데,
이런 걸 선물해도 될까?
편지를 써볼까 하다가 딱히 무어라 써야 할지 몰라서 엽서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냥 '고마워!' 말만 넣어 후다닥 포장해버린 적 없으신가요? 선물이라고 하면 뭔가 알맹이는 약해도 포장은 근사해야 할 것만 같은데, 하루는 조카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어요.
가볍게 건넨 사탕 반지였는데 조카는 너무 좋다면서 하루 종일 제가 사준 사탕 반지를 하루 종일 안고 다니더라고요. 이모, 고마워. 너무너무 고마워. 정말 너무 고마워! 환하게 웃으면서요.
이 책을 읽으며 환한 조카의 마음이 떠올랐어요. 어린이 스스로 찾아낸 고마움을 전하는 방법을 담은 귀여운 책, <고마움이 곧 도착합니다>입니다.
<고마움이 곧 도착합니다>는 주인공 앤디가
'고마운 사람이 있어?'라는 질문을 받으며 생각합니다.
질문을 안고 앤디는 '고마운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엄마, 자기 전에 책을 읽어 주는 아빠, 항상 함께 있어 주는 강아지 맥스 등- 망설임 없이 고마운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앤디를 보며 앤디의 마음속엔 '고마움'이란 감정이 질문을 받기 이전부터 이미 싹트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고마움이 곧 도착합니다>는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반복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마운 사람을 떠올리고 왜 고마운지 다시금 생각해 보며 '고마움'이란 감정에 대해 풍부하게 생각해 보게 합니다.
돌아보면 어른이 되고 나서 고마움은 특별한 감정이 된 것 같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면 괜히 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고, 고맙지도 않은데 메일 끝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붙이기도 싫고. 그러고 보니 진짜 고맙다는 고맙다는 말을 아끼고 살았던 게 아닐까, 주인공 앤디가 고마움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작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고맙다 보다는 싫어, 고마운 사람 보다는 싫은 사람.
어쩌면 저는 삶에서 많은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 고마운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선물하고 싶어?
-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오후를 보낼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어?
아무런 미움 없이 고맙기 때문에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 정말 고마워서 주고 싶은 마음. 어른이 돼버린 저는 어쩌면 그런 마음을 잠시 잊고 산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고마움은 꼭
비싼 선물과 비례하지 않는 것.
고마움을 고맙다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그 타이밍을 잃지 않고 진심을 다해 고마워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감정은 어쩌면 상대에게 분명히 전해질지 모릅니다. 꼭 거창한 선물이 필요한 일이 아닌 것, 마음을 전하는 것도 역시 근사한 방법이란 것을 <고마움이 곧 도착합니다>을 통해 배웁니다.
어린이들에게 놀이처럼 고마운 마음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어른인 제게도 어린이의 시선은 언제나 배울 점이 많습니다, 자기 전 펼친 책 속에서 선물 같은 감정을 발견합니다.
이번 주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주도 우리 힘내서 보내요.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일요일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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