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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Sep 29. 2015

괴테의 와인, '시인의 꿈'

오래 전부터 시인들은 가슴속의 사랑을 비롯하여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사실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어 시로 읊어왔습니다. 인정할 수 없었던 현실의 안타까운 상황과 분노, 애절함 등을 시로 승화시키려면 술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죠. 그래서 많은 문학가들과 시인들 중 특히 와인매니아가 많았습니다. 와인은 서서히 취하고 분위기를 돋우니 시상을 떠올리기에 아주 좋은 매개체였던 셈이지요. 

 한번은 독일의 유명한 시인이자 와인매니아였던 요한 볼프강 괴테에게 기자가 질문을 했습니다. “만약 무인도로 홀로 떠나야 하게 되었을 때, 딱 3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괴테는 ‘시,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와인’이라고답했습니다. 기자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 중 한가지를 포기해야한다면 무엇을 버리겠습니까?” 그러자 주저하지 않고 그는 ‘시’를 택했습니다. 기자는 시인이 시를 포기했다는 말에 놀라면서 “만약 여자와 와인 중에서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지고 가시겠습니까”’라고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괴테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글쎄, 그건 빈티지에 달렸지!”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아주 절묘한 답변이지 않나요? 아직 숙성되지 않은 와인과 젊은 (빈티지가 어린?) 여인 중에선 당연히 풋내 나는 와인보단 여인을 선택할 것이고, 숙성된 깊은 맛이 우러나는 와인과 나이든 여인이 있다면 잘 익은 오래된 빈티지의 와인을 선택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어쩌면 시인 괴테에게는 외딴 섬에서 시 한 수를 읊게 해주는 한 병의 좋은 와인이 여인보다도 더욱 소중하고 위로가 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괴테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후, 실제로 군주제가 패배를 선언한 1792년 샹파뉴 전쟁에 실제 참전을했다고 합니다. 그 후 그는 일기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오늘바로 여기에서 세상은 변할 것이고, 후에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내가바로 그 자리에 있었노라고. (Von Heute und hier wird sich die Weltveraenderm. Man wird sagen, ich sei dabei gewesen.)

 전쟁이 끝나고 독일로 돌아오는 길에 쉥엔(Schengen)이라는 마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이 곳은 독일과 프랑스, 룩셈부르크의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었습니다. 이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을 받은 괴테는 직접 그 경치를 그리고 바로 거기에 자유의 나무(Freiheitsbaum)를 그려 넣었습니다. 

자유의 나무는 프랑스 혁명이 있었던 시기에 각 마을의 어귀에 세워진 상징물로서 당시에는 그 나무 앞에서 모자를벗어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쉥엔(Schengen)마을에 그 나무가 세워져 있지는 않았지만, 괴테는 일부러 그 그림에 자유의 나무를 그려 넣고, 거기에 “Passans cette terre est libre(지나가는 이웃들이여, 이땅은 이제 자유의 땅일세.)”라는 말을 새겨 넣었다고 합니다. 이를통해 괴테는 프랑스혁명을 통한 자유를 찬양했고 유럽의 평화를 기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200년 후에 유럽연합의 평화조약이 바로 이 세 나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쉥엔(Schengen)에서 이루어졌고, 이 협약을 통해 200년전에 괴테가 꿈꾸었던 유럽의 평화가 이루어졌다는의미에서 ‘시인의 꿈’이라는 와인이 탄생하게 됩니다.

디히터트라움 리슬링 크레망 브륏

실제 1992년에 이 일을 기리는 행사가 트리어와 룩셈부르크에서 있었고그 행사에 SMW(Saar-Mosel-Winzersekt: 32개의 와이너리가 모여서 만든 모젤와인협회)에서 괴테의 ‘젝트 스파클링 와인’을만들어서 후원을 했다고 합니다. 이후 이 그림을 가지고 있는 뒤셀도르프에 있는 괴테박물관의 허가를 받아서 그 그림을 디히터트라움 젝트(Dictertraum Seckt)와인의 레이블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젤와인협회장을 동시에 역임하고 있는 아돌프 슈미트 회장은 샴페인 방식의 젝트로는 독일에서 단연 선구자적이며 입지전적인 인물이며, 독일 대표 품종인 리슬링과 모젤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토착품종 엘플링(Elbling)으로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최고의 젝트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선선한 가을밤에 시 한 자락 읽고 싶어지는 요즈음, ‘시인의 꿈’이라는 부제가 붙은 디히터트라움 리슬링(Dictertraum Riesling) 한 잔과 함께 하며 ‘우리시대의 진정한 자유’가 오길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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