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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Sep 30. 2015

작곡가 베르디의 와인 '람브루스코'

 와인과 음악은 여러 가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통째로 흔들어놓는가 하면 상대방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기도 하지요. 날아갈 것 같이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로맨틱한 분위기로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음악가들 역시 내면의 감성을 최고로 끌어낼 수 있도록 해 주는 최고의 조력자로 와인을 항상 곁에 두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갖는 와인 모임에서  '오페라와  함께하는 와인'을 주제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공연 실황을 감상하면서 오페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신 멤버 한 분께서 오페라에 얽힌 재미 난 설명을 곁들여 설명해주셨지요. 오페라에 얽힌 설명을 들으며 공연을 관람하니 한층 더 재미있었고 맛있는 와인을  함께하니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오페라는 지루하다'라는 편견을 깰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며 다들 좋아하셨지요.

 오페라의 거장이었던 베르디는 파르마 주변의 론콜레(Roncole)에서 태어났습니다. 파르마는 베르디를 비롯해 작곡가 파가니니, 지휘자 토스카니니 등 이탈리아 음악의 거장들을 대거 배출해 낸 대표적인 음악 도시입니다. 하지만 파르마는 맛있는 음식들과 식재료들이 많이 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무리 치즈를 싫어하는 사람도 다 먹어봤을 법한 피자나 파스타 등에 뿌려먹는 파머산 치즈(Parmesan cheese)의 원산지이자 발사믹 식초(Balsamic vinegar), 프로슈토(Prosciutto) 햄 등 세계적으로 맛있기로 유명한 식재료의 원산지이기도 하지요. 와인에 찰떡궁합으로 잘 알려진 맛있는 음식과 식재료들로 넘쳐 나는 식도락의 고장에서 태어나서 자란 베르디가 와인을 사랑했을까요? 물론입니다. 수많은 음악가들의 와인에 대한 사랑이 다양한 전설과 스토리들을 만들어냈듯이 베르디 역시 빠질 수 없었지요. 베르디는 술을 많이 마시고 특히 에밀리아 로마냐(Emilia-Romagna)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벼운 와인인 람부르스코 와인을 많이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소설가 쿠르치오 말라파르테(Curzio Malaparte)는 베르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주세페 베르디의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람브루스코로 가득 차 있다."


람부르스코(Lambrusco)는 이탈리아 중북부의 에밀리아-로마냐(Emilia - Romagna) 지방 일대에서 널리 재배하는 포도 품종의 이름이자 와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람부르스코 와인은 드라이한 맛에서부터 달콤한 맛까지. 일반 와인에서부터 살짝 탄산이 들어있는 스파클링 와인까지, 레드, 로제, 화이트까지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지요. 특히 람부르스코는 이 지역에서 나는 음식과 좋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생산되며, 보통은 알코올이 8~9%대로 낮게 만들어져 상큼하고 과실 향 강한 테이블 와인으로 많이 생산됩니다. 그래서 람브루스코는 이탈리아인 누구나 할 것 없이 연말연시,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무더운 여름에 항상 즐기는 범국민적인 와인이기도 합니다. 


 아. 베르디에 관련된 와인 이야기라면 빼놓아서는 안 되는 와이너리가 있군요. 칸티네 체치(Cantine Ceci) 와이너리는 바로 베르디의 생가가 있는 파르마 지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베르디가 와이너리를 상징하는 심벌마크이며 '베르디의 땅(Terre Verdiane)'이라는 이름의 와인 셀렉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특이한 형태의 와인병에 베르디의 모습을 새겨 그들이 얼마나 베르디를 사랑하며 존경하는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 오텔로 체치(Otello Ceci)로부터 시작하여 현재는 그의 3세대 소유주들이 오텔로의 베르디 사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때 지나친 대량생산으로 싸구려 람부르스코들이 마구 생산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와인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여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를 거듭했고 마침내 그들의 람브루스코는 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맡게 되었습니다. 특히, 22012 Vinialy 국제 양조 콩쿠르 금메달'을 획득하며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가 극찬한 최초의 람브루스코'로 '2012 이탈리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전 세계의 찬사와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깊어가는 가을밤,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여자의 마음'을 들으며 베르디가 즐겼던 람브루스코를 함께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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