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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진 Nov 30. 2021

(방콕) Where is Chai?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Chai의 사진)




카오산을 여행 상권의 중심지로 두었을 때 슬며시 변두리의 느낌을 주는 삼센 로드하여 비전향장기여행자들이 서식하기에 보다 알맞은 조건과 느낌을 형성하는 그 거리의 골목에 자리한 한인(?)게스트하우스 Where is Chai를 회상하노라면 대체로 유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각기 다른 구성과 면모를 이룩하는 풍경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개중 썸네일 같은 이미지 하나 또렷하니, 



때는 엑소더스라도 예고하는 양 경천동지할 굉음과 함께 무지막지한 폭우가 아껴서 무엇 하겠냐는 듯 가차 없이 내리꽂히던 우기의 방콕비록 마음 없어 부득이한 회향의 끝자락이라고는 하나 내가 무엇 때문에 이 모양 이 꼴을 당해야 하는지시대의 참혹한 부조리를 궁구하며 홀로 궁상을 떨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아니나 다를까 우리 모두 다함께 즐거웁게 노래해우리 모두 다함께 부단히도 마셔 재꼈다가 느지막이 일어난 어느 아침,



부스스한 몰골로 도미토리를 나서 1층 복도형 거실로 내려가자 동숙하는 여인 둘이 직경 2메타도 되지 않는 문턱에 무릎을 모우고 앉아 폭우 치는 바깥을 바라보고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거기에 내가 더해졌다열대우림을 반영하는 간소한 원피스 차림과 그로인해 넉넉히 드러난 살색그리고 알록달록한 꽃문양과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의 조합...... 그런데 거리의 풍경을 좀 보라지.



폭이 좁고 외져 전반적으로 그늘이 잦은 골목길무성의하게 되는대로 깔린 아스팔트는 곳곳에 금이 간 채로 여기저기 내려앉아 있고 낡고 허름한 건물들은 불가피한 듯 솟아 미관에서 보다 굳건히 멀어져 있으며 드문드문 놓인 평상과 간이용 플라스틱 의자는 잃어버린 옛 정취의 끝자락에 매달려 점차 눅진히 닳아가고 있으니...... 거꾸로 서 고개 숙인 밀걸래와 녹이 잔뜩 쓴 마름모꼴 철창을 품고 있는 그 거리의 한구석에서 담배를 태우며 망연히 빚줄기를 바라보고 있는 살색 분분한 원색적 세 여자(?), 이에 물었다. 



우리 이러고 있으니 꼭 그런 것 같지 않나?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가고...... 나이는 들어가는데 밑천은 바닥이고...... 이제는 낙원에 대한 꿈 같은 것도 다 잊어버리고 딱히 손님을 기대하지도 않은 채 오전부터 나와 바깥만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세 명의 술집여자들...... 안 그런가?


와하하진짜 그렇네.


그럼 언니우리 손님도 없는데 술이나 한잔할까?


~!



6개월간의 빠이 생활을 정리하고 치앙마이 치앙칸을 들렀다가 고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들을 소진했던 방콕 삼센 로드의 Where is Chai. 주인장 Chai가 수시로 자리를 비워 이름이 그러하다는 게스트하우스와 그 주변에서 보낸 여섯 번의 밤과 낮이 일면 야릇하고 대저 왁자한 내음을 대동하며 예고 없이 엄습하곤 한다. 지금 역시도 한참 놀러다니고 있는 주인장 Chai가 있거나 없거나, 혹은 있든지 말든지 다시 찾아야할 아련한 곳 Where is Chai. 



기억의 첫발은 빗속에 캐리어 끄집고 들어선 그 이른 적요로부터 출범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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