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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 Oct 13. 2015

추억 속의 그날 밤

599. 뇌리에서  않는 그날 밤에 대하여

 그녀를 처음 만난 다음 날이었다. 집이 다소 멀었던 그녀와는 사뭇 이른 시간이라 느껴지던 11시 경에 해어졌고, 아마 그 첫날에는 늦은 시간까지 핸드폰을 붙들고 그녀와 카톡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술하는 사람에 대한 무작정의 동경을 가지고 있던 내게, 그림을 업으로 하는 그녀는 무언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녀는 우리의 첫 만남을 칵테일 바에서 가지길 원했다. 연락을 처음  주고받을  때부터 어딘가 비슷한 구석이 많았던 우리, 약 2주에 걸쳐 연락을  주고받던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도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수영을 좋아한다는 것,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밴드에 일원으로 음악을 사랑했다는 것 등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의 첫 만남 장소를 결정지었던 둘 다 칵테일을 정말 좋아했다는 점까지 참 닮은 것이 많았다.


 그렇게 한동안 연락을  주고받던 우리는 첫 만남을 가졌다. 건대의 어느 칵테일 바에서 사뭇 무거울 수 도 있던 처음의 자리를 너무도 유쾌하게, 웃고 떠들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일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발코니 앞에 앉아서 은근하게 취한 채 열려있던 창문에서 불어오던 여름 밤의 바람을 느꼈던 기억, 몇 시간 내내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던 기억  정도뿐이 나지 않는다.


 그 날의 전날은 그렇게 아름답게 끝났다. 둘 다 은근히 취한 채로 집에 들어가 연락을  주고받으며 피곤한 것도 잊고 해야 할 일들도 잊은 채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바로 그날 밤이 되었을 때 나는 연락도 없이 그녀의 학교 앞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밴드 리허설 중이던 그녀를 카페에 앉아 기다리며 그녀의 연습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연습이 끝나고, 카페로 온 그녀와 함께,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일단은 그녀의 학교를 돌고, 운동장에 잠시 앉아  이야기하고, 또 일어나 걷고 잠시 쉬다 걷기를 반복했다. 밤새, 차가 끊긴 이후에도 우리는 걸었다. 같이 솓아 오르는 해를 보며 우리는 함께 "우리"를 다짐하며 아침이 되어서야 인사를 나눴다.


 그리운 밤이다. 종종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밤이었다고 스스로 떠올리는 밤이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추억이기에, 종종 추억하곤 하는 밤이다. 이  날처럼 순수하고 뜨거웠던 밤을 다시 기억할 수 있게 될까.


 그 밤이 문득 그리워지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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