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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 Oct 08. 2016

다시 한번 꿈을 꾼다(16.2.4)

이등병 시절의 발랄한 시작

 오늘 아침 참 이상한 꿈을 꾸며 잠에든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깨어났다. 우리 부대는 밤낮없이 이어지는 근무로 밤잠보다는 아침잠, 낮잠이 좀 더 익숙한 곳이다. 무튼, 이제 전입 온 지 갓 1개월쯤 되는 나는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라는 황당한 명령을 받게 된다. 이유인즉슨, 인터넷 어딘가에서 전역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눌러나 보자 하고 눌렀던 것이 전역 대상자가 아닌 내가 전역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전출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말도 안 되는 꿈속에서 간부들과 거친 말다툼을 하다 잠에서 깨었다.

 좀 황당하고 어이없던 꿈이었다. 집에 얼마나 가고 싶었으면 이런 꿈을 꿨을까 싶다.


 느닷없는 "꿈"이 웬 말이냐고? 그 황당한 우리들의 "꿈"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고 싶어서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꿈이란 건 우리의 장래 희망과 동의어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꿈이란 건 수면 간에 뇌가 쏟아내는 잡음을 뜻하는 단어로 한정되었고, 어느샌가 장래희망이었던 꿈은 허무맹랑한 판타지 같은 소망을 뜻하게 되었다. 어릴 적 우리의 장해 희망은 어느샌가 판타지가 되어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꿈쟁이"라고 칭하기를 좋아한다. 말 뜻 그대로 허무맹랑한 이상을 꿈꾸면서 살아가서 이기도 했고,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아서이기도 했다. 이 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살아가던 내게 참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내 모습을 주변에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진득하지 못하다, 산만하다, 시간 낭비한다는 꼬리표를 내게 붙여가며 그다지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 그동안 이 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다양한 활동들을 하다 보니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고, 이런저런 실수를 연발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내게도 "꿈"이란 것은 내가 되고 싶은, 이루고 싶은 모습을 듯하는 것에서 점차 저 멀리에 떠다니는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판타지가 되어갔다. 더 좋은 학교를 다니고 싶었고, 더 열띤 교육의 장에서 더욱 열정적인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의 거대한 울타리를 바꾼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고, 이상과 기대치는 나날이 높아지기만 했다. 그리고 꿈이 판타지로 둔갑해버린 이후에는 그것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귓속에 너의 현실은 보잘것없는 지금의 현재라고 속삭였다.



 입대 전 내 모습을 돌아보면 끊임없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만족스럽지 못했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하게 풀어냈던 수많은 프로젝트들의 이렇다 할 만한 성과 없는 결말,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실패, 다시 도전한 대학 입시에서의 고배 등 당시에는 너무나도 가슴 아팠고 힘들었던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아직도 이 실패에서 완전히 일어났다고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요즘도 나는 끊임없이 스스로 되묻고는 한다. 이 수많은 절망의 시점들 중에서 어느 한순간에 낙담하고 좌절한 채로 입대를 했다면 어땠을까?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아도 살아 숨쉬기조차 힘든 이곳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지 자주 되뭍는다. 그리고는 지금, 이 시점에 입대를 하며 지금의 모습으로 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참 커다란 행운으로 생각한다. 

 꿈을 꾸고 있기 때문, 절망적이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도 나는 꿈을 심고,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룰 것이 있고,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꿈을 꾼다. 당장 내일 뛰게 될 근무를 꿈꾸고, 몇 달 후면 들어올 후임을 꿈꾸고, 또 더 멀리 전역 후의 삶, 전역이 시들해질 때의 삶을 꿈꾼다. 어느샌가 내게 꿈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장래희망을 뜻하지도, 이뤄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판타지를 듯하지도 않다.

 매일 즐겁게 웃으며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또 다른 하루를 뜻한다. 

 또 그런 날들이 모이다 보면 더욱 큰 행복과 기쁨을 내게 선사해 줄 그 날을 뜻한다.


그렇게 나는 꿈을 꾼다.


 이 곳도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기에, 생활 속에 기쁨과 즐거움이 존재하는 곳임을 알기에, 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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