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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윤 May 06. 2022

벌써 1년이 다되어가는데 독일어 하나도 못하는게 가능?

가볍게 쓰는 독일 생활 매거진을 만들었다


가능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적어도 몇천 명 정도 되는 우리 회사에서 보는 사람들은 그렇다)


베를린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 영어를 잘해서도 아니고 일상에 불편함이 아예 없다면 그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내 독일어의 수준은 저번 달에 다녀온 2주간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배운 수준 정도랄까?

- 안녕, 잘 가

- 커피 1잔이랑 크루아상 1개 주세요.

- 계산할게요.

-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딱, 여기까지다. 오히려 독일에선 밥을 거의 집에서 먹는데 2주간 이탈리아에서 매일 외식을 하니 이탈리아어 주문이 독일어 주문보다 더 자연스러울 정도다.

극 공감 짤..

누군가에겐 내가 정말 한심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나 독일에 와서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독일어를 공부하고, 독일어로 일하거나 유학하는 분들이 보면 더 그렇게 보일 것 같다.


독일 유학생 네트워크 - 유명한 독유네 페이스북이나 독일 직장인 단톡방 같은 곳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다들 독일어를 상당 수준 하시거나,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걸 보아 독일에 이주를 해 온 사람 중에 나처럼 독일어를 못하는 '한국 사람'은 많진 않은가 보다.



나의 변

그런데 내 상황이나 히스토리를 한번 보면 독일어를 못하는 게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다.

영어로만 면접을 보고 영어로만 일해야 하는 회사여서 영어를 잘해야 하는 이슈가 더 큼.

대부분 중요한 곳들은 영어를 함 (외국인 이민청, 공항, 은행)

중요한 건은 전화로 안 하는 경우가 독일은 많음 (우편이나 이메일) 그래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읽고 답장 가능. 예를 들면 부동산, 전기세 가스세 등의 문의/납부, 가구 계약 등

독일 사이트엔 영어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고, 안돼도 크롬의 번역기로 돌려서 봄.

외식보단 장 봐서 해 먹고, 외식해도 음식 주문 정도까진 할 수 있거나 레스토랑이 영어를 함

앱으로 음식 주문, 택시 주문, 장보기 등이 간편하게 해결됨

친구들은 나처럼 해외에서 독일로 이직해온 외국인들이거나 한국인들임, 혹은 독일인이지만 외국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영어 하는 독일인들임 (막상 커뮤니티 글을 보면 독일어로 독일 친구들이랑 어울리기 힘들다는 글을 종종 봤다)


이렇다 보니, 회사 일하고, 주말에 친구들이랑 놀고, 주변 국가로 여행 다니고 하면서 1년 가까이 독일에 살다 보니 독일어를 딱히 쓸 경우도, 배울 동기도 없었다.

남자 친구도 독일어를 아예 못했다면, 아마도 동기부여가 더 되었을 텐데 남자 친구가 약간의 독일어를 하다 보니 대신 해결해주는 일이 많아지면서 더 필요성이 없어졌다.



나는 독일이란 나라에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독일에 너무 관심이 많아서 더 알고 싶고 그런 건 아니다. 해외 테크 기업으로 이직을 하고 싶었고, 싱가포르, 시드니, 베를린, 런던 중 (미국은 가고 싶지 않았음) 베를린이 가장 많은 포지션이 오픈되어 있고, 가장 오퍼를 많이 줬기 때문에 왔다.


그래도 다른 도시에서 살 생각이 추호도 없는 이유는 베를린만큼 다국적인 도시가 아니라 내가 '독일어를 당연히 해야 하는 소수자'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 인종이 압도적으로 많은 도시가 불편하다. 서울도 그런 의미로 불편하다. 

한 인종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건 내가 그들의 기본 정서나 문화와 다를 때, 그만큼 인정받지 못하거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기 쉽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집 앞 산책만 해도, 독일어, 터키어, 중국어, 인도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프랑스어, 영어 등이 다양하게 들리는 베를린이 좋다. 여기서는 개인이 다 다른 문화와 정서,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고 모두가 이를 존중하고 모두가 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독일어를 배울 생각이 없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다. 

언제까지 누가 뭐라고 말 걸면 어색한 웃음으로 남자 친구 얼굴이나 친구 얼굴을 바라보며 '무슨 말이야?'라는 표정으로 벙어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트에서 가서 '삽 겸살 1센티로 썬 것 600그램 주세요'를 제대로 말하고 싶다. (맨날 연습해도 자신이 없어 남자 친구가 대신해준다.)


3-5년을 최소 살 생각인데, 그 나라의 언어를 아예 할 줄 모른다는 것이 약간 아쉬운 기회를 놓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 나라 사람들과의 스몰 토크 정도까지는 가볍게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내 생활이 재미있어질 것 같아서다. 독일인뿐만 아니라, 이민을 온 외국인들 중에서도 영어보단 독일어를 잘하는 분들도 많다. 이런 분들하고도 이야기에서 막히고 싶지 않다.

물론... 결국 정말 서로의 생각을 교류하고 깊은 관계로 발견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일단 목표는 B-1 레벨까지인데...

1년째 왕초보에서 머물고 있으니 참; 


이제 정말 공부해 봐야지...ㅎ


*유튜브에 베를린 일상 브이로그를 올리고 있습니다 '노마드윤'을 검색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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