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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업뎃은 프로덕트적으로 정말 욕먹을만 했나?

글로벌 PM이 보는 카카오톡 업데이트 사태와 이로 인해 드러난 문제점들

by 노마드윤

카카오톡은 뭘 정확히 업데이트했나?

*이미 잘 아시는 분은 아래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부터 읽어주세요

대한민국 전 국민이 쓰는 카카오톡의 15년 만에 대규모 프로덕트 업데이트를 했다. 토스에서 새롭게 영입된 홍민택 카카오 CPO는 이번 업데이트의 방향은 소셜 기능의 확장과 메신저 서비스 강화라고 설명했다.


가장 크게 업데이트가 된 기능은 4가지로 보인다.

1) 친구탭: 기존 친구목록만 보여주는 친구탭을 친구가 자신의 프로필에 올린 사진을 피드형태로 보고 상호작용을 (좋아요 등) 할 수 있게 하였다.

2) 숏폼: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의 숏츠처럼, 숏폼 형태의 비디오를 스크롤링하며 볼 수 있도록 오픈채팅방 탭 옆에 하나의 탭을 더 추가하여 노출시켰다.

3) 커뮤니티: 공개 커뮤니티의 경우, 기존 커뮤니티 제목만 노출되던 것에서, 대화내용을 '미리 보기'로 노출시켜 바로 대화에 참여하고 싶게끔 넛지효과를 높이려 했다.

4) 광고: 1-3에 광고가 대거 들어갔다. 피드형태의 광고, 숏폼 사이광고, 등등

뜨거웠던 '전 국민' 유저의 반응

여태껏 카카오톡의 업데이트 이래 역대급 뜨거운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부정적으로 뜨거운 반응이란 거다.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마켓의 별점은 1점 별점이 폭주하며 2점대로 내려갔다.

뉴스에서 몇 가지를 발췌해 왔다.

주제별로 분류하면 업데이트 전반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리뷰가 42%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 니즈 파악 못 한 업데이트',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 등 직접적인 불만감을 표출하는 리뷰를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사용자환경(UI)과 디자인 불만이 19%, 친구 목록과 프로필 불만이 10%로 사용자 불만이 거셌다. (연합뉴스)
카카오는 업데이트 전이었던 지난 22일 시가총액 29조 3천671억 원이었지만 업데이트 이후 29일 기준으로 26조 6천692억 원으로 감소했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5 거래일 만에 2조 7천억 원가량이 증발했다. 카카오의 주가는 이 기간에 6만 6천400원에서 6만 300원까지 하락하며 10%가량 빠졌다. (연합인포맥스)

결국 카카오톡은 올해 내 친구목록을 기존대로 돌려놓기로 했고, 소셜피드 기능은 다른 메뉴로 빼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카카오톡은 대한민국 국민 전부가 쓰는 메신저 서비스로 자리매김을 한 후, 그간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과 수익모델을 찾아왔다. 그렇게 해오는 여정에서 카카오톡의 실적이 나쁜 적은 거의 없었다. 지난 2024년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광고와 쇼핑 사업에서 선전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년 대비 각각 4.2%, 6.6% 늘었다. 광고와 쇼핑이 수익모델로서 잘 견인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전체 영업이익은 다른 이야기다. 콘텐츠 부문의 부진이 전체적인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렇지만,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플랫폼으로서 시도할 수 있는 서비스와 수익모델의 한계가 온 지는 이미 꽤 지났다. 늘 같은 메신저 기능에 계속 다른 서비스를 붙이고 연결하는 식으로 프로덕트를 가지치기하는 것도 한계가 왔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Ground breaking 한 메신저 자체의 개선과 혁신 그리고 그 안에서의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 필요하다고 판단 내리는 건 너무 당연하다.


메신저 특성상, 가장 중요한 목표로 잡는 것은 '메시지를 '더 주고받게 만들기' 더 근본적으로 '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게 만들기'였을 것이다. 이것이 결국 Retention, engagement, user session duration을 높이고 이는 바로 광고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연결된 모든 사람들과 더 소통하기 쉽게 만드는 여러 가지 nudge를 제공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아는 사람의 소식'이 '잘 보여야 한다'. 그런 이유로 내가 연결된 사람들의 소식, 사진들이 피드로 보이는 것은 논리적인 생각의 결과물이고 보인다.

또한, 인스타그램의 릴스와 유튜브의 숏츠가 엄청난 체류시간을 보장, 이를 공유하며 인터렉션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숏폼을 시도해 보기로 한 건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라도 본다.


위 두 가지를 시도한다고 했을 때, 카카오 톡방에 이를 넣을 수는 없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광고 계좌와 형태가 필요하다점을 생각해 보면 기존의 연락처 메뉴를 피드형으로 바꾸고 광고를 노출시키고 숏폼을 중간 광고와 함께 노출시키는 것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고 시도였을 거라고 본다.


프로덕트매니지먼트 관점에서 본 이번 사태

위에서 내가 소식 피드형 연락처는 논리적인 생각의 결과물이라고 보이며, 숏폼 역시 해볼 만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는데,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유저들은 난리가 난 걸까? 그리고 유저의 반응과 별개로 Product manager로서 이 신규 서비스들의 론칭이 정말 전 국민의 욕을 먹을 정도로 문제가 되는 걸까? 에 대해 이제 말해보려 한다.


나는 이번 업데이트가 아래 이슈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저 이해도 이슈

프로덕트 feature의 이슈

프로덕트 릴리즈 방법의 이슈

의사결정 과정과 프로덕트 매니저 권한 이슈

조직문화 이슈


유저 이해도 이슈

일단 이 새로운 CPO는 정말 기본에 충실한 '논리적인 결정'을 했는데, 이 유저에 대한 이해 없는 '논리적이기만 한 결정'이 나는 문제였다고 본다. 각 군집의 유저군을 전혀 이해하지 않았고, 모두 똑같은 니즈를 가지고 '피드로 소식을 접하면 더 인터렉션을 할 것'이라고 가정했고 '숏폼을 제공하며 체류시간이 길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먼저 서비스의 유저가 전 국민이라는 점- 카카오톡 메신저를 쓰는 사람들이 초등학생부터 80세 노인까지 모두라는 점과, 안 친한데 필요에 의해 카카오톡 아이디를 등록해서 쓰기 때문에 정말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이 연락처에 너무나 많다는 (나는 최소 70%다) 점을 완전히 간과했다.

시공 때문에 등록한 인테리어 사장님의 아들 사진, 이전 상사의 골프 치는 사진들이 뜨는 게 현실이다. 또 예고 없이 자기가 10년 전 올린 사진이 피드로 노출되니 속수무책으로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식을 봐서 반갑거나 소식에 좋아요로 반응할 수 있는 연락처들의 소식들이 피드로 떴다면 반응이 다르지 않았을까?


도덕적인 부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유저는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가 어리거나, 너무 많은 분들은 설정 메뉴를 통해 공개 범위를 정하는 것들을 힘들어할 수 있는데, 이러한 배려 없이 일괄적으로 바로 신규기능을 모두에게 적용해 버렸다.

해외에서는 '인스타그램' '틱톡'을 아예 18세까지 사용금지시키는 법까지 등장하는 와중에 카카오톡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초등학생들까지 숏폼 강제 노출을 시켜버렸다. 초등학생들의 숏폼 중독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데이터비용이 많이 나오면 안 되는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자동재생되는 숏츠를 계속 보다 데이터료 폭탄을 맞을 수 있는 경우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덕트 Feature의 이슈

유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면, 프로덕트 Feature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잘되는 서비스 기능을 가져다 끼우기 식으로 만들지 않고, 카카오톡의 정체성을 살리고, 대한민국의 정서에 맞는 기능으로 사람들의 소식을 보고, 서로 더 인터렉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작년엔 대화한 내역이 있지만 올해는 아무런 인터렉션이 없는 친구의 생일일 때 리마인더를 메시지창으로 선물 추천/광고와 함께 준다던가 하는, 단순 문의/답변만으로 끝난 게 아닌 지속적인 대화가 있었던 연락처 상대들과의 소통을 더 부스팅 해주는 방향으로 갈수도 있었을 것 같고, 읽을 수 없을만큼 빠르게 쌓이는 단톡방 메시지를 AI가 요약해서 보여주거나, 여행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관련된 숙소를 광고로 띄워주는 등, 좀 더 톡 서비스에 밀착된 Seamless한 방식으로 방향을 가져갔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프로덕트 릴리즈 방식의 이슈

유저에 대한 이해도 다음으로 가장 크게 실수한 부분이 나는 프로덕트 릴리즈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똑같은 기능을 프로덕트 릴리즈만 조금 다르게 했어도, 이렇게까지 욕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소규모 타깃 그룹의 A/B테스팅을 통해 미리 반응을 봤더라면

2) 연락처의 피드형태 기능과 숏폼을 맛보기 시켜 주후, 적용/미적용의 선택지를 줬더라면

3) 순차적으로 기능 by 기능으로 릴리즈 했더라면

4) 타깃 그룹별로 릴리즈 했더라면

- 미리 가장 크리티컬 한 문제가 뭔지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어떤 기능 때문에 유저가 이탈하고, 지표가 움직이는지 정확히 측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한 번에 모든 기능이 릴리즈 되면 이를 측정하기 어려운데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 특히 거부감이 심하거나, 성공하지 못하는 타깃 그룹은 릴리즈를 미루고 다른 형태를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실제 기능의 순기능이나 성공여부를 흐리게 만드는 대규모 부정적 여론에 휩쓸려 급하게 롤백을 결정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의사결정 방식, PM의 권한 이슈

이번 카카오톡 사태에서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여기는 문제는 의사결정 방식 그리고 Product manager의 역할. 권한에 대한 것이다. 이 사태는 내가 결국 한국에서 프로덕트매니저를 하고 싶지 않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를 여실히 드러냈다. 바로 한 사람의 '비전문가'가 내리는 '탑다운'방식의 프로덕트 개발 방식이다.


내가 말하는 비전문가라는 건, 그 사람이 그 직무에 대한 지식/스킬/경험이 없다는 게 아니다. 큰 카카오톡이라는 프로덕트 내에서 각 담당하는 문제 영역에 대해 제대로 유저와 문제들을 알고, 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PM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이 바로 그 분야의 전문가인데 이들의 의견을 무시했다는게 문제다.


CPO라는 사람은 카카톡이라는 프로덕트가 나갈 비전을 제시하고, 각 '전문가'들이 그 비전에 맞게 내놓는 안들을 같이 검토하고, 제시한 로드맵게 피드백을 하고, 놔두면 협업하지 않는 각 부서들을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협업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 구조를 정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카카오톡을 주물럭 거리기 전에, 카카오톡 분야에서 일해온 PM. Designer들이 그동안 무수히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제안해왔을 텐데, 이것들을 한 번이라도 CPO는 제대로 검토해 보았을까? 심지어 검토해보지 않았다 쳐도, 자신의 아이디에 대한 오픈 피드백과 challenge를 제대로 받아보긴 했을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전혀 아니며, closed 된 그룹에서 모든 게 진행된 걸로 보인다)


결국 이렇게 찍어내리기 식으로 프로덕트 기획을 요구하고 자기 말 잘 듣는 사람들 데려와서 앉혀서 끼리끼리만 소통하며 자기가 원하는 프로덕트 맘대로 개발해서 출시하는 방식은

첫 번째로, CPO 역할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두 번째로, PM의 개인 권한을 완전히 무시하고 침범했으며

세 번째로, 사내 프로덕트 개발 문화를 완전히 박살 낸 거와 다름없다.


조직문화 이슈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근본원인은 언제나, 늘 그렇듯 '조직문화'가 잘못돼서 그렇더라. 그렇다면 뭐 카카오만 이러냐, 그건 아니다.

조직문화 이슈는 어느 나라나 어디에나 있다. 그런데 조금의 차이가 있어서 그 부분을 언급하고 싶다.


리더진의 탑다운 방식인 "무조건 해내라"는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내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건 말 그대로 '선 넘는' 거다.

해외에서도 정말 중요한 사업을 최우선으로 진행해야 할 때는 리더십이 이를 우선수위 1로 올리고 탑다운으로 해결하길 요구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내야 한다는 부분은 유저/클라이언트와 그 분야의 PM이 풀 문제다. 물론 리더십도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최소한 PM이 결정적으로 '그렇다/아니다'라고 하는 부분을 존중해 준다. 왜냐하면 리더 자신들이 정말 그 분야를 담당하는 PM보다 더 잘 알 수 없다는 것이 깔려있다. 그리고 의도한 '방향'으로 '목표'를 이뤄주기만 하면 사실 어떻게 이뤄내야 하는지 세세하게 요구할 필요를 못 느끼기도 한다.


탑다운을 하더라도 Trade-off를 명확하게 하고 책임을 진다.

한국의 탑다운 일정은 XX를 10월 1일 무조건 론칭시켜.라고 하는 식이다.

하지만 Global cooperation world에서는 모든 선택지에 Tradeoff와 리스크를 문서화시켜 명시한 다음 리더십에게 선택하게 하고 책임을 지게 한다. 예를 들면, 똑같이 누군가가 'XX를 10월 1일 무조건 론칭시켜.'라고 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실무진들이 회의를 한 후 아래와 같은 옵션을 리더십에게 제공한다.


Option1:

condition: 10월 1일까지 XX 서비스를 최조 론칭
Trade off: 개발 산정을 해보니 XX의 Scope 전부는 불가하다. 기능을 1/3으로 축소하여 론칭하여야 한다.


Option2:

condition: 10월 1일까지 XX Scope전부를 론칭
Trade off: 외주를 쓰거나 프리랜서를 채용하는 방법이 있으나, 아웃풋 퀄리티에 대한 risk 높음, 개발 비용 높음, Scalable solution으로 가지 못할 risk 높다.


Option3:

condition: 12월 1일까지 XX Scope전부를 론칭
Trade off: 일정이 늘어나는 만큼 YY, ZZ서비스의 론칭이 X개월 뒤로 밀릴 것이다.


이러한 명확한 리스크, Trade off를 명시하고 공유한 다음, 모든 실무가 볼 수 있는 문서를 통해 리더십이 approver로 지목되어 최종 옵션을 선택하고 이에 Sign-off를 문서상으로 남겨놓는 최소한의 과정이 있다는 게 나는 조금은 공정하게 느껴진다.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이 카카오톡 업데이트 사태가 여러모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노출시키는 계기처럼 보여 흥미롭게 느껴진다. 사실 이렇게 블로그글까지 쓸 생각은 없었는데, 여러 가지 의견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다 보니 PM의 입장에서 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정말 빠르게 써 내려간 글이라 깊이가 부족할 수 있는데,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하다. 이 사태를 가지고 조직문화, 개발문화, 프로덕트에 대한 생각 등을 토론해 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혹시 원하시는 분들은 댓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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