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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wook Feb 14. 2017

[부부의 연애] 발렌타인데이

#부부 #결혼 #연애 #발렌타인데이

"대진이야, 오늘 발렌타인데이라 다들 난리다"

"그런건 상술일 뿐이야"

"(맞아. 그래도 조금 서운) 오늘 저녁 뭐 먹지?"

"우리식으로 파스타 해먹자"

"그래"


아고. 근데 잠들었다. 저녁 6시 반. 어제 병원 갔을 때 애기도 작고 양수가 부족하다 했는데, 오늘은 몸이 축 처지더니, 손발이 차가워 침대에 누웠는데

그대로 잠들어 버린게 그 시간까지였다.


몸이 안좋네 ㅠㅜ.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빨리 준비해야지. 원래는 팬케이크에 초코도 뿌리고 딸기랑 바나나도 녹여 올리려고 했는데. 못하겠다.


그냥 파스타라도;; 근데 그 순간 '띠띠띠 띠리릭~'

대진이가 왔다.


암것도 안했는데 ㅠㅜ.


"잠들었었어?"

"응, 몸이 안좋았나봐"

"그냥 자지."

"아냐, 괜찮아. 얼른 만들게."


네녀석은 내 기미를 살피더니, 피곤한 모습을 봤는지


"인욱님, 여기에 물 끓일까요?"

"네."

"또 할거 있어요?"

"아뇨. 제가 할게요."


대진이는 소금을 넣은 물에 파스타를 500백원짜리 동전 두개 만큼 넣고, 나는 마늘, 버섯, 양파를 찹찹찹. 바지락 넣고 달달 볶다가 소주 넣고 파이아. 마른고추도 넣고 면이 다 삶아지니 건져 볶다가 파슬리, 로즈마리, 타임 넣고 면수랑 소금으로 간 맞추기. 마지막엔 파마산 치즈 담뿍. 


멍한 상태로 만들었으니, 재료가 훌륭해도 맛은 평소의 반도 안되는 수준. 면도 불고 간도 안맞고.

실패.


그래서 그런지 네녀석은 "배불러요. 남은건 나중에 먹을게요." 하더라고.


"아냐. 내가 먹어도 맛이 덜하다. 버려. 과식하면 안돼"


하니, "아냐 다 먹을 수 있어."  하고 다 먹더라고.


깨끗이 비운 그릇. "고마워." 하고. 쉬고 있는데,


내가 요즘 애기가 커지면서 위를 압박해 속이 안 좋아 토를 하니, 불쌍했는지. "또 토했어요? 괜찮아요?" 묻고, 나는 "응 괜찮아요." 하고 어지러워 침대에 누웠지.


그러다가 걱정됐는지 슬그머니 오더니, 웃으며 어제 받아온 삐뽀삐뽀 소아과 책을 같이 읽자고 했고. 애기를 기다리며 우린 짧은 독서를 했지. 그리고 양수 늘리는데 혹시 모르니 포카리 먹어보자며 아이스크림이랑 같이 사왔지.


우리만의 발렌타인데이. 음식은 맛없고, 몸은 아프고 그랬지만, 그리 특별한 것도 없었지만, 서로를 이해해줬던 날. 그래서 또 하루가 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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