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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wook Feb 19. 2017

[부부의 연애] 예행연습

#부부 #연애 #부모 #예행연습 #외출#사랑

"인욱이야, 아기 낳으면 평일엔 퇴근하고 밥먹고 나면, 저녁 8~12시까지는 내가 볼게."


"진짜? 그렇게 하면 인욱이가 대진이 새벽에 안깨우고 볼게. 담날 출근해야 하니까. 그럼 나는 그때 글쓰면 되겠다."


"주말에도 대진이가 볼게. 친구들 만나고 와. 그럴 땐 절대 전화 안할거야. 아기도 아빠랑 친해지고 인욱이도 숨통이 트여야지."


"아냐. 주말엔 같이 봐야지. 근데 나 나가면 정말 연락 안할 수 있어?"


"응. 처음부터 애기가 아빠랑 둘이 있어도 괜찮다는 걸 알려줄거야. 울 아버지가 그런거처럼 나중에 크면 고궁도 데려가고 서점도 가고 하고 싶어."


물론 안다. 너무 꿈같은 이야기. 육아는 현실이고, 그래서 섣부른 확신은 비웃음을 살거라는 거.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는 마음가짐이 예쁘고 고맙다. 그게 좋은거다.


어제 오늘은 지인 부부(남편 친구가 내 친구와 연애를 했고, 우리를 소개했다. 두 커플은 각각 5~6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가 두살배기 아기와 우리집에 왔다. 하룻밤을 자고 가는 동안, 대진이와 나는 부모 예행연습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아가를 위해 전날 새로 빤 이불을 내어 놓고 집을 깨끗이 치웠다.


귀요미 아가를 보는 일은 현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밥 먹이는 일부터 응아처리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잠시 눈을 돌리면 침대 위에서 방방 뛰던 아기는 바닥에 꿍 하고 머리를 찧고 아파서 엉엉 울거나, 입에 넣었던 밥을 몰래 이불 위에 뱉고는 밟고 돌아다닌다.


끝없이 엄마를 찾고, 그러다가도 엄마가 맘에 안든다며 따귀를 찰싹. 엄마는 손버릇을 혼을 낸다.


아빠는 새벽에 잠을 설친 엄마가 단잠에 빠진 사이 뽀삐 인형으로 놀아주고, 청소 놀이도 한다. 한창 잘 놀다가도 아빠를 아직 부르지 못하는 아가는 엄마를 부르짖으며 아빠를 떠나 엄마에게 가 세상 서럽게 울어댄다. 아빠에겐 괘심하고 머쓱한 순간.


그렇게 반나절을 보내고 남편들은, 아내들에게 세시간의 자유를 줬다. 두 남자가 합심해 애기를 볼테니, 수다를 실컷 떨고 오라고. 아내들은 지난 5월 두 남자의 주말 대구 야구장여행을 허해줬었다.


이번엔 여자들의 자유시간. 일년에 한두번 올까말까한 기회에 기왕이면 허세좋은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먼 길은 불안해 그나마 동네다.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서 두 중학생 동창은 어렸을 때처럼 팔짱을 끼고 길거리를 걷고, 브런치 카페에 다다랐다.


맛있는 것도 시켜 먹고,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 앞으로 출산은 어떻게 준비 해야할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가정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벌어먹고 살아야 할지. 시시콜콜하지만 우리의 인생이 걸린 이야기를 이어 갔다. 두시간이 지나 전화가 왔지만, 아이는 잘 놀고 있다는 말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돌아가겠다던 약속한 시간 오후 3시가 다 됐고, 둘은 남편들에게 전화를 걸어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남편들은 그 사이 졸린 아이를 무사히 재우고, 김치볶음밥을 쌍둥이처럼 먹고 있었다. 고맙고 귀여웠다.


"100점짜리 남편~!"

"재밌었어?"

"응."

"잘했어. 잘했어."


아기는 한동안 쌔근쌔근 잘 자더니, 엄마가 옆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 듯 잠시 울먹였다.


예비 부모인 우리에겐 예행연습이었던 하루. 뭔가 두 부부 모두 애틋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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