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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wook Feb 23. 2017

[부부의 연애] 아픈날

#부부 #연애 #아픈날 #마사지 #임신 #태교

어제, 산후조리원에서 해주는 무료 마사지 예약이 있어 다녀왔다.


사실 말이 무료지, 무료라고 할 수 있을까. 2주에 2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가는 거니. 그 안에 포함돼 있으리라. 서울 평균은 315만원이나 한단다. 월에 200~300 벌기도 어려운데 ㅠㅜ.


사실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 여유가 있다면 마음은 내 몸 생각해서 백만원이 넘는 마사지권을 척 하고 끊고 싶지만, 지금은 아껴야 할 때. 영업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상체 마사지를 받았는데, 생각 외로 정성스럽게 잘 해줬다. 배가 나오면서 디스크 수술을 했던 허리도 아프고 골반도 아프고, 어깨도 결렸다. 따뜻한 돌로 뭉친곳을 풀어주고 오일로 피곤함을 달래주니 금상첨화. 아, 이래서 다들 받는구나 싶더라.


역시나, 개운하게 마사지를 받고 나면 추가 마사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강요하진 않았지만, 옆 손님이 추가하는 모습을 보니 내심 부러움이 밀려왔다. 나는 설명을 경청하고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하고 돌아왔다.


'부러우면 지는 거야. 내 상황에 맞게 살면 돼.'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주관적으로 살려 했는데 이렇게 휘둘리다니.


'괜찮다.'


속으로 되뇌였다.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오늘같이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이면 난 고생을 한다. 특히 자주 삐었던 왼쪽 발목이나 디스크가 터져 신경을 눌렀던 아랫쪽 왼쪽 허리가 시큰거린다. 그 때문인지 몸이 더 무겁다.


나가서 글 쓰는 것도 미루고 집에 누워 끙끙 앓다가, 남편이 오기 전 시금치 된장국에 삼치구이를 준비했다. 남편은 비가 오니 막걸리에 전이 생각 났다 한다. 그래도 아픈 몸으로도 저녁 준비한 내가 애처로웠는지 감자전을 후딱 만들었다.


둘이 냠냠 먹고나서, 설거지를 하고 난 다시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속이 안 좋았는지 또 다 게워내고. 애기한테 미안해 하고 다시 누웠다.


"많이 안좋아요? 어여 자요."


남편은 티비를 보며 피곤을 덜어줄 맥주를 한잔 마시고 있었다.


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욱씬거리는 다리와 허리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하는수 없이,


"오빠, 혹시 맥주 다 먹었으면 나 좀 주물러주면 안돼요?"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조금 다리를 주물러 주면 나을 것만 같았다.


남편은 "나, 담배 한대만 피우고 해줄게."


하고 잠시 뒤 손을 씻고 안방으로 들어왔다.


오일을 조금 손에 덜어 발목과 종아리, 허벅지를 열심히 마사지를 해줬다. 시큰했던 다리가 나아지는 기분. 고마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어제 조금 서럽고 부러웠던 맘이 풀렸다. '나 정말, 못났다.' 싶었다.


사실은 난 어제 남편이 "마사지권 끊어." 하면,

내가 "아냐, 괜찮아." 하고싶었던게 아닐까.


말도 꺼내보지 못한 내가 싫고, 빈말이라도 해보라고 하지 않았던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던 것이리라.


'진짜, 못났다. 나.'


그래도 난 내 남편이 있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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