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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Aug 25. 2020

[폴랑폴랑] 강아지가 왜 내 말을 듣지 않죠?

관계 쌓기와 관계 유지

타인의 언어를 배경 지식과 이해 없이 옮기면 전혀 다른 왜곡된 내용을 전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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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2016년과 2020년에 받은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서로 연관이 있어 함께 정리해보았습니다.



2016년 발표 Q&A 중 발췌


질문 1. 

지금까지 많은 반려견들을 키워왔는데, 개들과의 교감을 위해서 나는 눈을 보면서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개와 친해지는 팁을 하나 더 알고 싶다. 남들보다 더 빨리, 순식간에 반려견과 친해지는 비결을 공유해달라. 

 

답변 1.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이나 개와 친해지는 방법이나 같은 맥락이에요. 

사람 만나본 적 있으세요?


배우자가 있으세요? 친구가 있으세요?

처음에 어떻게 친해지셨어요? 


똑같은 방법이에요. 강아지도 다르지 않아요.   

첫눈에 반했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나와 결혼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으셨겠죠.

인사를 나누고, 차를 마시고, 같이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공통 관심사나 공통점도 찾아보고... 그러면서 조금씩 친해져 가는 것 아닌가요? 

쥐도, 강아지도, 고양이도... 모든 동물이 마찬가지예요.


그보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이 있죠.

결혼해서 살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뭘까요?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그것이 결혼이라는 관계를 계속 지탱해주는 버팀목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상대방이 정말 싫다고 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게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고 매너잖아요.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 점을 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 아닐까요?

반대로 싫다는데도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건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동물들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2016년도) 바이럴 되었던 동물 보호소에서 올린 소셜미디어의 영상이 있었죠. 

동물 보호소에 들어온 이후 식사도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불안에 떨던 유기견 아이의 영상인데요.

보호소 담당자가 그 아이의 켄넬 안으로 들어가 함께 식사하는 영상이었는데 보셨죠?

그 영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보호소 담당자가 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친해지는 단계가 있는 거예요. 

배우자와도 결혼 전에 그런 단계를 거치지 않으셨어요?

처음에 만나서는 '식사 한번 같이 할까요?'부터 시작하셨을 거예요. 


동물이라고 해서 우리가 다가가고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을 그냥 감수해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

단지 동물이라고 해서 그런 무례함을 견뎌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요.

우리는 동물이 마음을 허락하는 만큼씩만 다가갈 수 있는 거예요.


보호소 담당자가 했던 게 그런 거예요.

지금 이 아이가 "나는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거나 나를 만지는 것이 너무 두려워. 싫어. 불편해."라고 말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때 "아, 그렇구나. 네가 불편하다면 하지 않을게." 하고 물러나 주는 것 - 이게 존중입니다. 

'내가 너의 의사를 이해했고 그 의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예요. 이 순간에 그 유기견은 '고마움'을 느끼겠죠. 그게 관계를 만드는 첫 고리가 되어줍니다. 


"혹시 내가 너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밥을 먹어도 괜찮을까? 어때? 괜찮겠니?"라고 물어보고, "그 정도는 괜찮아"라고 하면 그만큼. 

그다음에 아이가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서 스스로 다가오면, 그 거리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또 찾아보는 것이죠. 

"그럼 나랑 장난감 갖고 놀까? 아니면 나랑 산책 나가는 건 어때? 오늘은 산책 준비만 한번 해볼까?"

그렇게 하나하나,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거리만큼씩 관계를 '빌드해가는(쌓아가는)' 겁니다.

테크닉으로 없던 관계를 덜컥 세우는 것도 아니고, 내가 주절주절 수다를 떤다고 해서 그게 관계를 쌓아주는 것도 아니에요.


테크닉이 있으면 쉽고 빠르게 관계가 만들어지고, 기다리면서 다가가면 그 반대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우리가 성실하게 관계를 쌓아나가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보일 때, 상대방은 신뢰를 느끼고 더 쉽게 마음을 열게 되어있고, 그렇게 쌓은 관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아래는 2020년에 받은 질문과 답변 내용입니다.


질문 2.

이 개는 왜 나랑 나란히 걷질 않아요? 내가 먹을 것도 주고, 쓰다듬고 만져줬는데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왜 날 힘들게 해? 빨리 내 말 듣게 만들어 주세요. 


답변 2. 

'먹을 것을 주고 쓰다듬고 만지면, 그게 개에게 보상이 되고, 그러면 개가 나의 말에 복종할 거다'는 생각은 개를 생명으로 보지 않을 때 할 수 있을 법한 표현입니다.

개는 먹을 것만 주고 쓰다듬어만 주면 뭐든지 하는 기계가 아니에요.

동전만 넣으면 물건이 튀어나오는 기계가 아닙니다.


네 발로 걷는 동물로 태어나, 사람 사는 세상에서 우리의 보살핌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 아이들은 사람의 이해 수준을 넘어서는 사고 능력과 감정을 갖고 있는 생명입니다. 

당신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대하는지 누구보다 섬세하게 느끼고 반응하고 있어요.


간식, 사람의 손길, 장난감 등은 많은 개들이 좋아하는 것이고 보상이 되기도 하죠.

그러나 그것들은 우리가 보상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보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상이 아니라 오히려 불쾌함을 줄 수도 있는 것들입니다. 

http://blog.naver.com/animalmind/221621994932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손길은 불쾌합니다. 그건 보상이 아니죠.

단지 간식을 몇 개 던져주었다고 해서 개의 의사를 존중해주지 않고 싫다는 행동들을 멈추지 않는 당신을 그 개가 좋아하게 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기분 내키는 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가 아이에게 용돈을 쥐어주었다고 해서,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게 되지는 않겠죠.  

이 아이의 감정과 필요를 마음으로 살피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서, 이 아이가 나와 나란히 눈을 마주치며 걷고 나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매우 큰 오산입니다.

개의 신체에 위험을 초래했었으면서 '이 개가 내 말대로 하게 해 달라. 나를 좋아하게 해 달라. 나와 눈을 마주치게 해 달라.'라고 한다면, 나는 이 개를 당신의 손길로부터 구할 방법부터 찾아보겠습니다.


반려견을 쓰다듬으면서 아이의 바디랭귀지를 들으셨나요? 아이가 무슨 느낌으로 그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셨어요? 아이가 그 손길이 불편하고 싫다고 말하는 걸 보셨나요? 경멸하는 표정을 보았나요? 

그랬다면 '내가 개를 쓰다듬고 있는 맥락이나 쓰다듬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채고 멈추었을 텐데 그러지 않으셨죠? 

그건 개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이때 개는 '이 사람은 내 감정을 무시하고, 내 의사를 존중하지 않아. 정작 내가 필요로 하는 것에는 관심조차 없어'라고 느꼈을 겁니다. 당신과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이유입니다.  

  

동물을 대할 때는 '의도를 갖고 현재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반려견과 함께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하고 싶다면,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 아이의 감정과 필요에 매 순간 매초 주의를 기울여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걸 폴랑폴랑에서는 '연결 (Connect)'이라고 부릅니다. 


이 아이가 지금 힘들지는 않은지, 내가 도와줄 것은 없는지, 지금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인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그런 것을 마음을 기울여서 살피고 알아채고 도와줄 때, 반려견은 신뢰와 감사를 느낍니다. 

그리고 반려견이 마음을 열고 다가와 그 사람과 애정 어린 관계를 쌓아가기 시작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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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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