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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연구원 Apr 08. 2021

7화 당신의 몸 속에도 미세플라스틱이?

플라스틱의 두 얼굴에 큰 충격을 받은 날

 에코맘들의 수다 라디오 방송을 하며 부쩍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된 어느 날, 팀원들과 함께 업사이클링 관련 제품들을 구경하러 나섰다. 아침 일찍부터 홍대 근처 업사이클링 제품을 파는 가게에 들러 구경을 마치고 새활용플라자로 이동해 다양한 전시작품 감상에 나섰는데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듯한 느낌에 그야말로 나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예쁘면서도 독특한 LP판 시계부터 헌 티셔츠를 잘라 손베틀로 만든 매트, 타이어로 만든 신발,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팩, 양산으로 만든 필통,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귀걸이, 양주병으로 만든 더치커피 기구 등…. 

 분명 쓸모없어 버려진 물품들인데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실용적인 제품들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마법 같아 정말 놀라웠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하고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제품은 바로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모빌이었다. 패키지 형태의 모빌세트는 동그란 모양, 해초 모양, 네모난 모양 등 알록달록한 색깔만큼 그 모양과 크기도 다양하게 구성되어 쉽게 조립이 가능한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또,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플라스틱 재료로 만들어진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보며, 나 또한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소비를 줄이면 환경에 도움이 될 거라 굳게 믿고 실천에 힘써야겠다고 느꼈었다. 

 그런데, 몇 년이 흐른 지금, 플라스틱에 대한 내 생각은 좀 달라졌다. 왜냐하면, 단순히 물건들을 재사용하고 소비를 줄이며 업사이클링 제품 등에 관심을 둔다고 플라스틱에 대한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젠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미처 몰랐던 미세플라스틱이란 이름을 가진 녀석의 등장 때문이기도 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     


 2016년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바다에 흘러 들어가는 쓰레기 중 약 60~80%는 플라스틱으로 이렇게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은 약 5조 2,500억 개로 추정되는데 이마저도 해변에 쌓여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포함하지 않은 측정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버린 뒤, 그나마 분리수거를 통해 재활용을 거치는 큰 플라스틱과 달리 미세플라스틱은 길이나 지름이 5mm 이하인 탓에 해양 동물들이 쉽게 섭취할 수 있어 그 피해 또한 더 크다 할 수 있다. 

 또 미세플라스틱을 좀 더 세분화해서 구분해 보면, 제조 당시부터 작게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1차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큰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과 파도 등의 자연 작용의 영향으로 마모되거나 쪼개진 것을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한때 나노입자 형태로 들어가 효과가 좋다고 선전하던 많은 생활용품 속 나노 플라스틱도 있는데,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보통 100㎛인데 반해 나노 플라스틱은 길이나 지름이 1㎛ 미만으로, 다시 말하면 우리 눈으로는 절대 확인할 수 없기에 더욱 위험하며 주의해야 할 플라스틱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바다에 떠다니던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동물들의 건강뿐 아니라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바로 최근 몇 년 동안 수돗물과 생수, 해산물 등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연구자료를 살펴보면, 해외의 경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미세플라스틱이 14개국 수돗물의 83%에서 검출되었다고 밝혔는데, 미국 연구진은 9개국 11개 브랜드 생수를 검사한 결과, 에비앙, 네슬레퓨어라이프, 아쿠아 등 90% 이상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또 국내에서도 환경부가 수돗물과 생수를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함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돗물이나 생수 일부에서, 굴과 게 등의 표본 97%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나일론과 같은 석유화학 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중금속, 비스페놀 등 주변의 유해화학물질 등을 흡수하고 축적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다. 

 다시 말하면, 난분해성인 미세플라스틱은 한 번 환경에 방출되면 이러한 특성 덕분에 오래도록 잔류하는데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플랑크톤을 섭취한 홍합이나 게, 새우 등이 식탁 위에 올라오게 되고 결국, 미세플라스틱이 우리의 몸속에 축적되어 암이나 생식독성 등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세플라스틱은 각질 제거 기능 있는 세안제, 메이크업 리무버 같이 씻어내는 또는 바르는 화장품 속에, 치약과 치아미백제 같은 구강 관련 용품 속에, 세제 속 향기 캡슐과 청소용 세제 속에, 도료, 왁스, 건축자재 및 알약 코팅 등, 의약품뿐만 아니라 농업과 원예 제품 속 등 일상 속 우리가 모르고 사용하는 많은 제품 속에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얼마 전, 한 뉴스에서 유아의 경우 젖병에서 매일 미세플라스틱이 158만 개 흡입된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장바구니와 개인 용기 등을 이용해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과일 하나 먹으려면 비닐 포장재를 벗기고도 스티로폼으로 감싸 있어 포장재 뜯는 것이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은 아마도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일 터, 이러한 공통적인 생각을 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고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제도를 바꾸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로 한 뉴스에서 그것이 현실 가능한 일임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대형할인점과 슈퍼마켓, 전통시장에서 같은 품목(백미 쌀 1kg, 사과 2개, 당근 1개, 감자 1개, 고등어 1마리, 상추 100g, 삼겹살 300g, 콩나물 100g, 대파 100g, 두부 한 모 총 10개)을 구매한 뒤 포장을 풀어 쓰레기를 모두 세어보며 비교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대형상점 쓰레기는 총 15개로 그 중 비닐이 7개, 플라스틱 3개, 스티로폼 2개, 습기 제거제 2개, 띠 1개로 가장 많았고, 전통시장 쓰레기는 대파를 묶은 띠를 제외하고는 포장재 없이 모두 물건을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전통시장에서는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물건을 살 때 비닐봉지에 습관적으로 담아주는 행동에 앞서 비닐봉지를 거절할 때 이것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비밀이 바로 이것이다. 물건을 살 때 습관적으로 우리는 비닐봉지에 담는다는 것…. 우리는 이것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내가 버리는 쓰레기 속 미세플라스틱이 돌고 돌아 언젠가 내가 먹는 음식을 통해 내 몸속으로 들어 올 수 있다는 생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습관적으로 불필요한 비닐봉지 사용을 줄여보자. 그리고 더 나아가 생수나 플라스틱 식기 등의 사용과 구매를 줄여나가 우리의 힘을 합치고 목소리를 높여 제도가 변하고 언젠가 기업들이 스스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그러한 변화의 날들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기다려보자.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Tip >     


1. 될 수 있으면 생수 섭취 줄이기 

: 먹는 샘물의 병입과 병마개 패킹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될 가능성 제기되는 만큼 줄이자.     


2. 유아용 젖병이나 식기는 플라스틱 재질 대신 무거워도 유리스테인리스 등을 사용하자.

 : 플라스틱 용기의 경우 온도가 높은 음식은 담지 말고, 냄비나 유리그릇 등에서 일정 시간 식힌 후 플라스틱

   용기로 옮기자.     

3. 되도록 일회용 포장 용기나 식기비닐 사용을 줄이자.

 : 식료품 구매 시 육류포장 등을 위한 비닐 사용을 제외하고, 일회용 컵, 포크 등의 사용도 줄이자.      


4.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

 :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장보기에 도전해 보고, 제로웨이스트(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려는

   운동)샵(더 피커, 지구샵, 디어얼스)도 이용해 보자.                     


에코맘들의 수다4 <미세플라스틱>

<참고 문헌>

- 그린피스,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 2016.

- 박정규, 서양원, 조지혜, 정다운, 간순영,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미세플라스틱 관리 동향 및 정책 제언

   KEI 정책보고서》, 2018.

- 환경부 보도자료, 《수돗물 중 미세플라스틱 함유 실태 조사 결과 발표》, 2017.11.24.

- 생활 속 미세플라스틱 줄이기 2019년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 행동 × 여성환경연대, 《화장품과

  세제 속 미세플라스틱 의심 성분 모니터링 보고서》, 2019.10.

- 김상우 기자, 《유아, 젖병에서 매일 평균 158만 개 ‘미세플라스틱’ 흡입》, 《YTN》, 2020.10.2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2/0001504154)

- 김진화 기자, 《쓰레기는 안 사고 싶은데요? 물건 사면 따라오는 포장재 쓰레기》, 《KBS 뉴스》,

   2020.04.22.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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