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디지털노마드 사업가가 되다
고마운 첫 고객님을 시작으로 영업을 하지 않아도 의뢰가 들어오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대행업이라는 사업이 노동집약적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의 내게는 이보다 좋은 사업형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금이 없는 내게 목돈을 벌 수 있는 것만으로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처음이라서 어려운 부분도 많고 솔루션에 대한 노하우도 부족했지만, 나의 문제해결력으로 두려움 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되찾은 나는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 워드프레스 전문기업으로 상위에 올라가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콧웃음이 날 정도로 어이없는 자신감이었다. 사업 초창기의 고객들의 홈페이지를 생각하면 미안할 정도로 부족함이 많았는데 무식하면 용기 있다는 말이 정말 맞다. 영업을 다니지 않아도 고객이 찾아온다는 사실로 나는 걱정 없이 직원을 다시 채용했다.
서열이 없다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나 글로벌 기업문화를 따라 하고 싶었던 나는 관련 서적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단 한 명의 직원이라도 처음부터 조직문화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완벽주의가 나를 응원했다.
‘그래, 나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서 해외에서 살아야 하니, 지금부터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해!’
평등한 호칭, 유연근무제, 선택근무제, 자유로운 휴가 사용, 기준 연차보다 더 지급하기, 리모트 워킹 가능…
따를 수 있는 모든 근무조건을 따라 하고 싶었고, 실제로 따라 했다.
“레이나, 우리는 출퇴근 시간이 자유예요. 출근하고 싶을 때 출근하셔서 근무 다하시면 퇴근하세요.”
“레이나, 근무하다가 볼 일 있으면 외출 누르고 일 보세요.”
“레이나, 연차는 당일 사용 가능해요. 아침에 출근하기 싫으면 연차 쓰세요.”
“레이나, 재택근무를 하고 싶은 날은 1주일에 2번까지 신청해서 하셔도 돼요.”
내가 꿈꾸던 직장의 조건을 나의 회사에 도입했고, 그 과정이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다.
‘레이나는 왜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할까?’
‘레이나는 왜 은행일을 점심시간에 허겁지겁 볼까?’
‘레이나는 왜 연차를 사용하지 않을까?’
‘레이나는 왜 재택근무를 신청하지 않을까?’
내가 원하던 자유분방하고 즐거운 회사 분위기는 성실하고 정직한 레이나와 만들어낼 수 없었다. 그런 레이나와 함께여서 나 또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나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좋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싶었는데, 꼬박꼬박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레이나를 두고 그러기에는 사장으로서 너무나 눈치가 보였다. 레이나는 성실하고 바른 서열을 분명하게 인정하는 직원이었다.
이것은 내가 원하는 조직문화가 아니다.
오전 9시 15분, 오늘은 미팅이 있어서 이르게 출근했다. 사무실 앞에 왔는데 불이 꺼져있고 문이 잠겨있다.
‘어라? 레이나가 웬일로 없지? 항상 9시 전에 출근하던데.’
갑자기 이상한 직감이 들었다. 나는 바로 출퇴근 앱에 접속해서 레이나 상태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레이나의 기록은 8시 57분경 출근한 것으로 나왔다. 너무나 혼란스러워서 상황 정리가 되지 않았다. 사람을 믿은 내가 바보인 건지, 너무 많은 자유를 주는 문화가 나쁜 건지, 항상 정직하다 누르다가 오늘만 이런 건지, 계속 이렇게 속여온 건지.. 이건 속인 거라고 할 수 있는 건지?
곧, 레이나가 출근했고, 사무실 문 앞에서 내가 혼란에 빠져있던 그때, 레이나는 건물 옥상에서 흡연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건물에 도착했으니 출근을 누른 거라고 하니 조금은 납득이 간다. 하지만, 납득이 된 것과 신뢰가 깨진 것은 다른 측면의 문제였다. 사소한 일들이 불편하게 느껴지고, 성과에 대한 불만까지 생기는 등 레이나에 대한 나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한 명의 직원을 추가로 채용해야 되는 때가 오니 나의 고민은 극에 달했다.
‘직원에게 깨져버린 이 신뢰를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는 거지?’
자유를 줘도 사용하지 않고 성실함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 나는 그들이 너무나 불편했다. 그리고 일에 대해서는 그들을 믿고 싶은데 출퇴근이 뭐라고 이렇게 신뢰가 깨져버린 건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몇 개월의 고민 끝에 나는 나만의 답을 찾았다. 디지털노마드 삶을 위한 리모트 워킹 시스템 구축을 놓을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주도적인 기업문화부터 만들어 내야 한다고 확신했다.
‘지금의 불신은 그냥 나의 감정 문제야.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낫겠어! 아예 출퇴근을 하지 말자.’
내가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리모트 워킹을 도입해 버렸다. 완벽한 리모트 워킹을 시작하고 업무 결과만 확인하는 신뢰되는 관계를 만들자. 그러기 위해서는 리모트 워킹 환경에 어울리는 성과 주의자 직원들로 채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리모트 워킹을 하려면, 학습능력과 소통능력, 업무관리능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곁에서 사수의 도움을 받지 못하니 학습능력이 뛰어나야 하며,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니 소통능력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업무계획부터 성과측정까지 개인에게 모든 권한이 있으니 업무관리능력이 부족한 경우 성과가 보일 수가 없다.
나는 학습능력과 소통능력, 업무관리능력을 인정하는 사람들과 일하고자 했다. 그들은 내가 일일이 참견하지 않아도 자기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고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할 일은 모든 권한을 이양하고, 모든 책임을 지는 것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주도적으로 일하게 하는 환경이 갖춰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에서 권한을 주고 책임을 대신 져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권한은 정해진 업무 범위 내에서 행해지는 과정에 대한 자유이다. 결과에 도달하기 전의 과정에서는 모든 주도권을 주고 , 사소한 권한들을 함께 주기로 했다.
“믿을만함 사람과 함께 믿으면서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