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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망고 Apr 23. 2022

방구석 1열 공연은 지속될 것인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가이 브라운슈타인의 환희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마침내 거리두기가 해제되었다. 공연기획사에겐 더 이상 좌석 사이를 비워둘 필요가 없다는 말이며, 아티스트들에겐 작년보다 무대에 오를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2년여 동안 멀어졌던 관객들과 다시금 얼굴을 마주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공연업계는 실시간 온라인 중계로 관객들과 만나왔다. 2020년만 하더라도 기획사와 아티스트 그리고 외주업체 모두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2021년 들어와서 장르별 특성을 살린 완성도 높은 실황 영상을 송출하였다. 비싼 수업료를 내며 습득한 경험과 기술은 2022년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 시점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연 관객들은 익숙한 거실과 방구석을 나와 이전처럼 공연장을 향할까?



실시간 온라인 중계. 



오프라인 공연의 대체물로서 그 소임은 여기까지일지 아니면 더 확장될 것인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환희로> 실시간 온라인 공연을 보며 관객과 공연기획사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본 공연은 네이버 공연을 통해 무료로 실시간 중계되었다



관객의 마음

1. 공연의 몰입도

라이브 공연의 특징인 현장감을 모니터 너머 관객들이 체감하려면 시청각의 만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공연의 경우 관람에 불편함이 없었다. 무대 위에서 파생된 소리를 담는 수음과 이를 공간감 있게 담아내는 송출 기술 모두 준수한 편이었다. 무대에서 시작된 소리의 진동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현장의 느낌까진 아니더라도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표현을 방해하진 않았다.


장점은 시각적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공연장에 있었더라면 등급 좌석에 따른 시야 제한이 불가피했을 텐데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오케스트라 공연의 경우 지휘자와 주 선율 악기 연주자들의 표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물론 곡의 흐름과 특징을 숙지한 연출 PD의 화면 전환이 선제조건이긴 하다)


합창석에서보다 더 자세히 지휘자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가이 브라운슈타인의 지휘를 보며 음악을 음미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오케스트라에게 최소한의 카운트를 주며 음악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느낌이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 출신이자 바이올리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배경의 영향 때문인가 생각해 보았는데,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프로젝트에서 악장을 맡았던 김민 음악감독의 연주 장면이 떠올라 개인의 특성이라 결론 내렸다.






2. 연주 외적 요소

재택근무의 특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동시간 절약이 공연 관람에도 해당된다. 서울에 거주하다 수도권 남쪽으로 이사를 가면서 콘서트홀 편중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막상 1순위로 낙점받은 예술의 전당을 가려고 해도 편도 2시간은 잡아야 넉넉하게 도착할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을 급 반전시키며 여유 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도 공연 시작 전 착석이 가능하도록 만든 게 온라인 공연이다. 심지어 귤을 까먹으며 연주 관람이 가능하다.

행동의 자유도가 높을수록 집중도는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한편, 관객의 공연 경험 범위를 공연장 밖으로 확장한다면 현장 관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들이 있다.


국립심포니의 반주에 맞춰 가곡을 부르는 VR 체험 프로젝트. 음악당 로비의 이목을 한순간에 사로잡고 싶다면 도전!   
조수미 홀로그램 미니콘서트. 자유로운 입퇴장이 가능하다


함께 관람할 지인들과 공연 전후 기대평과 감상평을 나누는 티타임과 식사 자리부터 공연 로비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참여까지 그날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 요인들이다.




공연기획사의 마음

1. 비용

비싼 수업료를 내고 온라인 중계에 대한 경험과 기술을 얻었지만 이를 활용하기 위한 사용료 또한 만만치 않다. 다양한 구도를 원한다면 이에 비례한 장비와 인건비가 상승하고 촬영공간 확보를 위해 객석 일부를 미판매할 경우 티켓 수익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아티스트별 초상권, 연주 프로그램의 저작권 등 영상 활용방안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투자 대비 온라인 공연 수익률이 높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클래식 공연계에서 그러한 사례는 많지 않다.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온라인 송출 이외의 분명한 목적이 필수적인 이유다.


2. 콘텐츠 확보와 연계

원천 IP 확보와 2차 가공이 콘텐츠 산업의 오늘과 내일을 결정할 주요 자원인 상황에서 온라인 중계는 그 자체로 다양한 소스가 된다. 휘발성이 강한 공연예술의 특성을 보완할 아카이빙부터 원본 가공을 통한 SNS 채널 홍보 자료까지 활용 가치가 높다.


인터미션 15분간 재생된 연주 프로그램과 작곡가의 이야기

또한, 온라인 공연 관객들을 타깃으로 여러 기획들이 가능한데 공연 시작 전과 인터미션 간 재생되었던 작곡가의 일생과 곡에 대한 비하인드를 엮은 소개 영상은 공연 프로그램지를 읽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라이브가 진행되는 동안 활발한 관객들의 댓글 소통도 정숙을 요구받는 공연장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국립심포니 담당자님의 실시간 피드백이 인상 깊었는데 악장별 곡 소개는 물론 다시보기 업로드 일자와 다음 공연 댓글 문의까지 실시간으로 이루어졌다.



나의 마음

예상치 못한 코로나로 인해 떠밀리듯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만 공연의 기획과 감상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혀준 게 사실이다. 공연업계나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챕터가 펼쳐진 2022년, 표류하기보단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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