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망고 Jan 08. 2023

금호아트홀이 상주음악가를 대우하는 방법

<2023년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스케치 Sketch> 금호아트홀 연세


2023년 신년을 맞이하고 첫 음악회이다.


클래식에 진심인 금호아트홀이 선정한 올해의 음악가라 얼마나 공연이 좋을지 기대가 되었다. 무대를 선보일 연주자에 대해 온 신경이 쏠렸다는 건, 공연의 만족도는 거진 연주자에게 달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준수한 연주자를 발 빠르게 섭외하고 모객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면 공연을 기획한 공연장의 역할은 5할 이상은 끝냈다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연주자의 퍼포먼스를 보러 왔지 티켓이나 하우스, 무대 운영에 대한 어떤 기대나 바라는 점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연이 시작되기 전 금호아트홀에서 받은 일련의 긍정적 경험, 곧 상주음악가에 대한 예우와 진심은 아무 연고 없는 한 명의 관객에게도 전달될 만큼 세심했다. 티켓을 수령할 때부터 공연장을 나설 때까지 말이다.


금호아트홀 연세 티켓박스


먼저는 색감 있는 홍보물과 소소한 센스가 돋보이는 생수가 눈에 띄었다. 디자인이나 스티커 작업이 사소해 보여도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작업이기에 은근 감동이 있었다. 로비 벽면에는 디자인이 다른 대형 현수막 2개가 걸려 있었고, 벽면엔 인터뷰 영상이 재생되고 있어, 있어 보이는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김수연 피아니스트 스티커가 부착된 생수, 색감 있는 프로그램북과 클리어 홀더 무료 배포중. 오늘의 주인공으로 뒤덮인 로비


공연 시작 전에도 생각지 못한 이벤트가 있었는데 공연 안내 멘트를 상주음악가가 직접 녹음했더라. 한국말과 영어 안내가 나오고 (아마도) 독일어 인사말까지 있었다. 상주음악가 공연이 총 5번 예정되어 있던데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안 가질 수 없겠더라.


공연 전 영상으로 소감과 안부를 전하는 오늘의 주인공


콘서트홀에 어둠이 내리고 무대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피아니스트 김수연이 걸어 나왔다. 남색 드레스의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아 의자를 두세 번 고쳐 앉고 건반을 고루 쓰다듬은 후 심호흡을 한다. 관객 수백 명의 숨소리가 잦아들었고 모든 시선이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에 향한다. 익숙한 바흐가 들려온다. 피아니스트의 눈앞엔 악보 한 장이 없다. 검은색 보면판과 그 너머의 콘서트홀 목재반사판, 고개를 좀 더 들면 연두색 비상구 유도등이 시야에 들어올 뿐이다.


※커튼콜 때 촬영한 사진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눈앞엔 무언가 보이는 듯하다. 세자르 프랑크의 곡을 연주하고 있는 지금은 바람 부는 들판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자연스러운 표정에 살짝 머금은 미소가 편안해 보였다. 쇼팽의 녹턴을 처음 접하는 내게 오늘의 가이드 프로그램 노트는 자칫 난해하고 과할 수 있음을 미리 언지해주었다. 한데 그녀의 녹턴은 유연했다. 피아니스트의 표현력과 이를 받쳐주는 역량이 굉장함을 반증했다. 이어지는 쇼팽은 흐르는 물이었다. 잔잔한 시냇가보다 급류가 많은 계곡에 가까웠는데도 맘 졸일 것 하나 없이 유연하게 흘러갔다. 쇼팽의 한가운데서 일터의 한 장면과 연관 짓는 상상을 했고, 일상 어느 것과도 매여있지 않는 공상에 다다른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공연을 마친 후 후련한 표정의 김수연님


화음(畵音): 그림과 음악. 


2023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피아니스트 김수연이 선보일 다섯 차례 공연의 주제라고 한다. 음악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보다 친숙하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매 공연 주제를 미술 용어로 선정한다는데 공연의 기획의도가 참 흥미롭다. 본인의 음악생활의 밑바탕이 되어준 스케치와 같은 오늘의 공연 프로그램에 만족감을 느끼며 다음 공연을 기다려본다.


공연 종료 후 사인회를 기다리는 관객들


작가의 이전글 2022 공연직관 결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