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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망고 Mar 21. 2023

현대카드가 클래식 음악에 손을 댄다면?

<드니성호 앨범발매 콘서트 UNE VIE>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우리 회사는 문화 마케팅을 합니다!



홈페이지와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 마케팅을 외치는 기업은 참 많다. 그중 문화마케팅을 세련되게, 힙하게, MZ스럽게 하는 기업을 떠올려 보면, 내겐 현대카드다.


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와 언더스테이지


한 대기업 부회장의 SNS 게시물을 궁금해했던 적이 있던가?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SNS를 통해 발표되는 슈퍼콘서트의 내한공연 라인업에 대중(곧 고객)들의 열렬한 댓글이 달린다.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문화 공간은 또 어떠한가? 이태원에 위치한 뮤직라이브러리, 언더스테이지 등은 오늘의 인스타 스토리로 합당한 감성 돋는 공간이다. 이제 현대카드를 소유하는 것은 단순 할인 혜택을 누리는 것을 넘어 문화를 남들과는 다르게 즐기는 사람으로 인식되게 한다.


현대카드가 다루는 콘텐츠와 공간을 살펴볼 수 있는 DIVE 홈페이지 ⓒDIVE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언더스테이지에서 2022년 흥미로운 소식을 발표했다. 공연 장르의 확장을 위해 클래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해당 장르의 큐레이터로 손민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손민수 피아노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신예 뮤지션들의 공연 큐레이션을 이어갈 예정임을 밝혔다. 현대카드스러움이 클래식과 만났을 때 어떻게 발현되는지 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의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관람하며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현대카드 Curated 79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손민수 ⓒDIVE


먼저, 이색적인 공간과 운영방식이 흥미로웠다. 티켓 부스에서 입장권 팔찌 받는 것부터 시작해 지하에 있는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통로까지 모두 새로운 경험이었다. 또한 거대한 눈이 그려진 무대 벽면과 검은색 착장의 군용 조끼를 입은 어셔의 손전등 안내까지 클래식 음악과 대비되는 환경들 모두가 새로웠다.


그레이 바탕의 민트 레터링이 적힌 입장권 팔찌와 검은 눈동자 앞에 선 어셔의 안내 멘트


공연 진행 간 특징으로는 토크를 진행할 때 아티스트와 관객이 여타 공연장보다 밀접하게 소통 가능한 점이었다. 200석이 안 되는 작은 규모의 공연장이기도 했다만, 중간중간 토크가 들어가는 게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앰프 활용이 기본 셋업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또한, 조명 효과도 인상적이었는데 공연 도입부에 COAST82 현악앙상블을 한 명씩 비춰줄 때와 앙코르곡 연주 시 드니 성호 뒤로 펼쳐지는 빛줄기가 멋졌다.


드니 성호와 COAST82(좌측), 앙코르곡을 마친 모습(우측)


다만, 음향적인 측면에서 공간의 한계도 분명히 존재했다. 메인 클래식 기타 외에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까지 모두 마이킹을 했는데 특정 악기 소리가 한 번씩 튀었다. 또한, 곡 사이마다 기타를 조율하는 게 당연하겠다만 조율하는 소리가 확성되어 들리다 보니 곡이 끝난 뒤의 감흥을 방해했다. 앙상블이 무대 뒤로 퇴장할 즈음 철문 소리로 의심되는 “쾅”소리가 연주 중간 몇 번 난 부분도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플라스틱 의자가 클래식 음악 공연 관람을 어렵게 하는 요소였다. 환호가 자연스러운 대중공연과 고요함이 필수인 클래식 공연의 특징에 따라 관람의자에도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앞서 몇몇 후기를 보고 온 터라 개별 방석을 준비했음에도 허리와 엉덩이가 불편했다. 더구나 인터미션이 없는 공연이라 공연 후반부엔 그냥 버텼다고나 할까?


사진만 봐도 엉덩이가 배긴다


관람 경험의 아쉬움을 차치하고라도 현대카드의 클래식 공연은 한 번씩은 추천하고 싶다. 서초 아님 잠실의 선택지 밖에 없던 클래식 음악 관객들에게 용산구 이태원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 점과 진입장벽이 높아 선뜻 건드리기 부담스러운 영역을 다루기로 결심한 결정권자와 실무자들을 응원하는 마음 때문이다.


더불어 멋진 인증샷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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