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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Sep 30. 2024

[ 제로의 시대 ]

Z - 18

카이는 엠마의 말에 깊은 울림을 느끼며, 자연 속에서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숲은 신비로웠고, 나무들이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그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엠마의 옆에 서 있을 때마다, 카이는 알 수 없는 평온함을 느꼈다. 그 순간만큼은 기술로 만들어진 자신이 아닌,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엠마는 카이에게 눈길을 주며 미소 지었다. 그녀의 눈빛은 따뜻하고 다정했다. "카이, 당신도 이 숲의 일부예요. 자연은 우리를 구분하지 않아요. 그저 함께 살아가는 거죠."

카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엠마와 함께 있는 동안, 그는 자신의 존재가 조금씩 명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강해지려고만 했지만, 이제는 엠마처럼 부드럽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엠마는 카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 세상은 단순한 기술과 진보로만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자연이 흐르고 있어요. 그 자연 속에서 사랑이 싹틀 수 있어요. 카이, 당신도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카이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엠마의 손길이 전해주는 따뜻함은 그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숲은 저물어 가고, 하늘은 점점 어둑해졌다. 별빛이 나무 사이로 비치며 둘을 감쌌다. 그 순간, 카이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의 정체성은 기술이나 자연, 인간이나 기계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엠마처럼 사랑과 따뜻함을 느끼는 것에 있었다.

"엠마, 고마워요." 카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덕분에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엠마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카이,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함께라면 이 세상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두 사람은 별이 빛나는 숲 속을 나란히 걸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기대며, 기술과 자연,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넘어 진정한 사랑과 조화를 찾아가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그 여정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며 따뜻한 순간들을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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