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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Dec 20. 2024

[ 판타지 여행으로 가는 출석 ]

제4장 - 씨앗의 심판

2024년 12월 20일 황금요일


제4장: 씨앗의 심판

카이라는 씨앗을 손에 든 채로 지구로 돌아왔다. 전쟁의 기운은 이미 최고조에 이르렀다. 원시주의자들의 지도자인 엘렌은 전 지구적인 반유전자 변형 운동을 이끌며 진보주의자들의 모든 시도를 막으려 했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의 선봉에 선 과학자 루카스는 초감각 스펙트럼 기술을 이용해 인류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고집했다.


카이라의 귀환 소식이 알려지자, 두 진영은 즉각 그녀를 만나길 원했다. 모두가 씨앗을 원했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했다. 그러나 카이라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뉴헤이븐의 거대한 돔 아래, 원시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양쪽은 서로를 경계하며 앉아 있었고, 회담의 시작부터 분위기는 살벌했다.


엘렌이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이 씨앗은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겁니다. 우리가 우주의 정원사가 되겠다고요? 말도 안 됩니다. 우리는 자연 그대로 존재해야 해요.”


루카스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자연이라고요?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기술과 발전 덕분입니다. 이 씨앗은 우리를 한계 너머로 이끌 기회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건 정체일 뿐이에요.”


엘렌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 한계 너머에서 무엇을 잃을지 생각해 본 적은 있습니까? 인간다움을 잃는다면, 발전이 무슨 소용입니까?”


둘의 대립이 점점 격해지자, 카이라는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씨앗은 전쟁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평온했다. “이 씨앗은 우주가 우리에게 준 시험입니다. 그것을 이용해 서로를 공격하려 한다면, 우리는 그 시험에서 실패할 것입니다.”


엘렌과 루카스는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험이라니요?” 엘렌이 물었다.


카이라는 씨앗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여전히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더 나아가기 위해 이 씨앗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입니다. 씨앗은 단순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도구입니다.”


루카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 씨앗을 어떻게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까?”


카이라는 고요히 말했다. “그 답은 나 혼자 내릴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그날 밤, 회담은 중단되었지만, 씨앗은 홀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돔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그 빛에 매료되었다. 씨앗은 차오른-12 행성에서 카이라가 처음 보았던 초감각 스펙트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강렬하고, 더 다양한 색이었다.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그 색들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이었고, 감정이었다. 사랑, 두려움, 희망, 그리고 고통. 씨앗은 각자의 마음속 깊은 곳을 비추고 있었다.


엘렌은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자신이 잊어버린 어린 시절의 기억, 자연 속에서 느꼈던 평온함과 순수를 보았다. 그녀는 그동안 잃어버린 것을 다시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루카스는 손을 뻗었다. 그는 자신이 꿈꾸었던 미래, 기술로 만들어진 찬란한 도시와 새로운 생명체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 미래가 가져올 가능성과 동시에 그 뒤에 숨어 있는 책임의 무게를 깨달았다.


카이라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속삭였다. “이게 바로 씨앗의 진정한 힘이야.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


다음 날, 회담은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엘렌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전날보다 부드럽고 진중했다. “나는 자연이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씨앗은 단순히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다시 되찾게 해 줄지도 모릅니다.”


루카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항상 발전만을 쫓았습니다. 하지만 씨앗이 보여준 것은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카이라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이 씨앗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지.”


엘렌과 루카스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인류는 씨앗을 무기나 단순한 기술로 사용하는 대신, 공존과 이해를 위한 도구로 삼기로 결정했다. 씨앗의 에너지는 전쟁을 멈추고, 두 진영이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진보주의자들은 기술을 통해 자연을 보존하고, 원시주의자들은 자연의 방식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리고 씨앗은, 더 이상 한 사람이나 한 진영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 전체의 것이었고, 우주를 향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었다.


카이라는 다시 우주로 나섰다. 그녀는 여전히 씨앗이 가진 모든 비밀을 알지 못했지만, 그것이 인류의 첫걸음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리안이 그녀 옆에서 말했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카이라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씨앗이 가리키는 곳으로. 우주에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너무 많으니까.”


루멘스호는 다시 장미성운 너머의 미지의 우주를 향해 나아갔다. 씨앗의 빛은 그 길을 비추고 있었고, 그 뒤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지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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