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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Dec 25. 2024
[ 판타지 여행으로 가는 출석 ]
제9장 - 빛의 씨앗
2024년 12월 25일 수요일
제9장: 빛의 씨앗
루멘스호가 심판의 별을 떠나고 나서, 선원들은 모두 깊은 침묵 속에 빠져 있었다. 심판의 별에서 마주했던 자신의 과거와 후회는 그들의 마음에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었지만, 그 경험은 새로운 힘과 목적을 부여해 주었다.
솔라의 빛은 이전보다 더 밝고 따뜻하게 배 안을 가득 채웠다. 마치 그들이 내린 결정을 격려하듯 빛은 일정한 리듬으로 반짝였다.
“우린 이제 어디로 가는 거지?” 리안이 묻자, 아르카가 항로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솔라가 새로운 좌표를 설정했어. 아주 멀리 떨어진 은하로 향하고 있어.”
“또 다른 시험일까?” 리안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카이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시험이라기보단… 새로운 기회를 찾는 여정일 거야. 솔라는 우리를 목적 없이 데려가진 않을 거야.”
며칠 후, 루멘스호는 새로운 은하의 가장자리에 도달했다. 그곳은 마치 우주의 한복판에 떠 있는 거대한 정원 같았다. 별빛으로 이루어진 강, 꽃처럼 피어난 성운, 그리고 수없이 빛나는 작은 구체들이 정원을 이루고 있었다.
“이건… 믿을 수 없어.” 리안이 창밖을 바라보며 숨죽였다. “우주에서 이런 풍경이 가능하다니.”
카이라는 그 풍경에 숨을 삼키며 말했다. “이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야.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거야. 마치… 생명체를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환경처럼 보여.”
솔라는 루멘스호를 정원의 중심으로 인도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나무처럼 보이는 빛의 구조물이 서 있었다. 나무는 수천 개의 가지를 펼치고 있었고, 그 가지 끝에는 작은 씨앗 같은 구체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저건… 씨앗 같아 보여.” 아르카가 분석 결과를 보여주며 말했다. “하지만 단순한 물질이 아니야. 그건 에너지와 기억, 그리고 생명력을 동시에 품고 있어.”
갑자기 솔라의 빛이 강렬하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루멘스호 내부가 빛으로 가득 차오르며, 선원들은 그 빛 속에서 새로운 메시지를 듣기 시작했다.
“이곳은 ‘빛의 정원’이다. 여기에 있는 씨앗은 우주의 생명을 잉태하는 씨앗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선택받은 자들만이 이 씨앗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카이라는 그 메시지에 놀라며 물었다. “우리가 선택받은 건가요?”
솔라가 부드럽게 반짝이며 대답하듯 빛을 퍼뜨렸다.
“우리가 씨앗을 가져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빛의 메시지는 이어졌다. “씨앗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너희에게 달려 있다. 그것은 너희 세계를 구할 수도,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
카이라는 정원의 중심에 선 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씨앗의 힘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막대한 책임을 동반했다.
리안이 말했다. “우리가 이 씨앗을 가져가면 지구와 화성, 그리고 우리가 탐사했던 세계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힘이 오용된다면…?”
아르카가 대답했다. “우리는 이미 빛의 시험을 통과했어. 우리의 선택이 옳다는 걸 믿어야 해. 씨앗은 파괴가 아니라 창조를 위해 사용될 거야.”
카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린 씨앗을 가져갈 거야. 하지만 우리가 씨앗을 어떻게 사용할지 철저히 고민하고, 빛의 가르침을 잊지 말자.”
솔라의 도움으로 선원들은 나무에서 씨앗 중 하나를 조심스럽게 가져왔다. 씨앗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스스로 빛을 내며 부드럽게 맥동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정원 전체가 밝아지며 마지막 메시지가 전해졌다. “너희는 새로운 시작의 씨앗을 품었다.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너희의 선택이다. 그러나 명심하라.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고, 모든 끝에는 또 다른 시작이 있다.”
루멘스호는 씨앗을 품고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카이라는 씨앗을 손에 쥐고 조용히 다짐했다. “우리가 이 씨앗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렸어. 하지만 우린 빛의 가르침을 기억할 거야.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법을.”
루멘스호는 이제 새로운 사명을 품고 있었다. 그들이 선택한 씨앗은 우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도, 혹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들은 이제 우주와 빛, 그리고 생명의 운명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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