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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스타일의 현대 희곡]

가면 뒤의 왕국 ( 1막 2장 / 1막 3장 )

by 혜성 이봉희 Mar 21. 2025

1막 2장 – 그림자 속의 거래

(무대: 킹스턴 그룹 본사 옥상. 도심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며, 거대한 기업의 힘과 위엄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는 비밀스러운 속삭임이 오가고 있다.)


(줄리엣이 난간에 기대어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다.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고, 올리비아 하퍼가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올리비아: (가볍게 가면을 벗으며)

"이런 데서 바람을 쐬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 킹스턴 양."


줄리엣: (고개를 돌리며, 경계하는 눈빛)

"당신은…? 연회장에서 봤던 사람인가요?"


올리비아: (미소 지으며)

"올리비아 하퍼, ‘트루스 타임스’ 기자입니다. 방금 연회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요. 강제적인 결혼이라니, 21세기에도 이런 일이 있나요?"


줄리엣: (쓴웃음 지으며)

"기자는 원래 남의 인생에 그렇게 깊이 끼어드는 건가요?"


올리비아:

"남의 인생이 아니라, 킹스턴 그룹의 내부 문제를 취재하는 중이죠. 당신이야말로 이 거대한 제국의 후계자로서 이 결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줄리엣: (잠시 침묵하다가, 깊은 한숨을 쉬며)

"이 결혼이 기업의 합병을 위한 거래라는 걸 모를 만큼 순진하진 않아요. 하지만 난 아버지의 꼭두각시가 될 생각도 없어요."


올리비아: (살짝 몸을 기울이며, 조용한 목소리로)

"그럼 나와 협력하는 건 어때요? 난 킹스턴 그룹의 내부 부정 거래를 조사 중이에요. 그리고 당신도 알겠지만, 이 기업은 깨끗하지 않죠."


줄리엣: (눈을 가늘게 뜨며)

"…무슨 증거라도 있나요?"


올리비아: (주머니에서 작은 USB를 꺼내 흔들며)

"리처드 킹스턴과 몇몇 정치인들 사이에서 거액의 뇌물이 오간 정황이 담긴 자료입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완벽한 왕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환상은 깨질지도 모르겠군요."


(줄리엣이 USB를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곧 표정을 가다듬는다.)


줄리엣:

"당신이 말하는 진실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모든 기업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완전히 깨끗한 곳은 없어요."


올리비아:

"하지만 킹스턴 그룹은 그 정도를 넘었죠. 난 진실을 밝히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도 그걸 알고 있을 겁니다."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마크 레스터 등장.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줄리엣과 올리비아를 번갈아 바라본다.)


마크:

"흥미로운 만남이군요. 우리 킹스턴 양께서 기자님과 이렇게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줄이야."


(올리비아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리지만, 곧 태연한 표정을 되찾는다.)


올리비아:

"부사장님도 여기 계셨군요. 늦은 밤에 산책을 즐기시는 건가요?"


마크: (미소 지으며)

"산책도 좋지만, 더 좋은 일은 정보 수집이죠. 예를 들면, 기자님이 우리 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든가 하는 것 말입니다."


(올리비아가 태연한 척하지만, 살짝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줄리엣: (냉정하게)

"마크, 무슨 의도죠?"


마크: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내 의도는 단순합니다. 킹스턴 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아버님께서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잘 알고 있겠죠? 기업을 위협하는 건 어떤 일이든 제거해야 한다는 원칙 말입니다."


(줄리엣이 표정을 굳힌다. 올리비아는 조용히 주먹을 쥔다.)


올리비아: (도발하듯이)

"기업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마크: (조용히 웃으며)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걱정 마세요, 기자님. 우리가 기자님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은요."


(마크가 한 발짝 다가서며, 올리비아의 손에서 USB를 빼앗으려 한다. 하지만 줄리엣이 한 발 앞으로 나선다.)


줄리엣: (단호하게)

"그만해, 마크. 기자가 뭘 조사하든, 내 문제야.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해."


(마크가 미묘한 표정을 짓지만, 결국 한 발짝 물러선다.)


마크: (살짝 미소 지으며)

"좋아요, 줄리엣.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이 왕국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게 돌아가니까요."


(마크가 천천히 퇴장하고, 올리비아는 줄리엣을 바라본다.)


올리비아:

"지금이 당신이 선택할 순간입니다, 줄리엣. 아버지의 꼭두각시로 살 건가요, 아니면 진짜 왕국을 세울 건가요?"


(줄리엣이 깊은 고민에 빠진 채 야경을 바라본다. 무대 암전.)


(1막 2장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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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3장 – 음모의 서막


(무대: 킹스턴 그룹 비밀 회의실. 어둡고 웅장한 분위기 속, 긴 테이블을 둘러싸고 몇몇 인물들이 앉아 있다. 중앙에는 마크 레스터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고, 그의 맞은편에는 에디 베인과 킹스턴 그룹의 중역들이 자리하고 있다.)


에디: (의아한 표정으로)

"이렇게 비밀리에 날 부르다니, 무슨 일이지?"


마크: (잔을 흔들며 미소 짓는다)

"에디, 자네도 알다시피, 킹스턴 그룹과 베인 코퍼레이션의 결합은 단순한 사업적인 협력이 아니라 더 큰 그림을 위한 초석이야."


에디: (팔짱을 끼며)

"나도 그 점은 알고 있어. 하지만 줄리엣과의 결혼은 아직 그녀의 동의 없이 진행되고 있지."


마크: (눈을 가늘게 뜨며)

"줄리엣은 감정이 앞서는 사람이지. 그러나 감정이 언제까지 합리적인 선택을 막을 수는 없어."


(마크가 손짓하자, 한 직원이 노트북 화면을 돌려 보인다. 화면에는 리처드 킹스턴과 정부 고위 인사들이 비밀리에 만나는 장면이 찍혀 있다.)


에디: (눈살을 찌푸리며)

"이건… 뭘 뜻하는 거지?"


마크: (목소리를 낮추며)

"리처드는 오래전부터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이 위험할 정도로 공격적이었어. 정치권과의 유착, 뇌물, 그리고 불법 자금 세탁까지… 이 모든 것이 밝혀지면 킹스턴 그룹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어."


에디: (조용히 손가락을 두드리며)

"그러면 너는… 리처드를 몰아내려는 건가?"


마크: (웃으며)

"난 기업이 안전하게 유지되길 바랄 뿐이야. 그리고 우리 둘이 손을 잡으면, 킹스턴 그룹과 베인 코퍼레이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게 되지."


에디: (고민하는 듯하다가)

"하지만 줄리엣이 널 지지할까? 그녀는 아버지를 배신할 사람이 아니야."


마크: (미소를 지으며)

"줄리엣이 알아서 선택할 거야. 다만, 선택지가 많지는 않겠지."


(무대 조명 어두워지며 장면 전환.)


(무대: 줄리엣의 방. 밤이 깊어가고, 창문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인다. 그녀는 올리비아가 준 USB를 손에 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줄리엣: (혼잣말하며)

"아버지는 이 기업을 위해 모든 걸 바쳐왔어. 그런데… 정말 저 자료에 나온 것처럼 부정한 방법을 써왔을까?"


(그녀가 노트북을 열고 USB를 삽입하자, 여러 문서들과 동영상 파일이 뜬다. 그녀의 눈이 커지며 충격을 받은 듯하다.)


줄리엣: (속삭이듯)

"이게… 진실이야?"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줄리엣이 급히 노트북을 덮고 몸을 돌린다.)


리처드 킹스턴: (문을 열며 등장)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 줄리엣."


줄리엣: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리처드: (미소를 짓지만, 눈빛은 예리하다)

"네가 요즘 고민이 많아 보이더구나. 혹시 올리비아 하퍼 같은 기자들과 어울리는 건 아니겠지?"


(줄리엣은 순간 움찔하지만, 태연한 척하며 고개를 젓는다.)


줄리엣:

"그럴 리 없어요. 다만… 결혼 문제로 고민이 많아서요."


리처드: (한숨을 쉬며)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구나. 이 결혼은 단순한 개인적인 일이 아니야. 우리 기업과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


줄리엣: (고개를 숙이며)

"하지만 제 감정은… 제 선택은요?"


리처드: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왕좌에 앉은 자는 가끔 감정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는 법이지."


(조명이 점차 어두워지며, 줄리엣의 표정이 흔들린다. 무대 암전.)


(1막 3장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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