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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대 Mar 25. 2016

프롤로그

다시 봄,  

무슨 말이라도 다 하고 싶었어.
아홉수의 존재를 확실하게 믿었던 스물아홉 봄에, 앞으로의 아홉수 고비마다 든든한 벽이 되어줄 것 같이 다가와 준 너에게는.

유난히 버거웠던 그때는 새벽의 고요함과 차가운 시간들을 곁에 두고 매일같이 삶의 의미를 물었고,
돈을 벌어 시간을 사는 사회에서 마음을 나누는 사적인 사이는 사치라고 생각했어.
아, 매일 가면을 쓰고 사는 것 같아.

그때 즈음 따뜻한 사진을 찍고 책을 좋아하던 동갑내기인 네가 환히 웃으며 다가와 준 게 기억나.
새벽에 시를 읽던 너는 매주 한 통의 편지로 온기와 진심을 나누어주었고,
난 마음 깊이 담아두었던 아픔과 허무함을 모두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벽이 되어 주겠노라 말해주는 너에게, 나는 둘 곳 없던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고 좋아하는 것들을 늘어놓아.
그리고는 꼭 오래오래 곁에서 축복과 위로를 전하는 친구가 되겠다고 생각해.

혜화야,
우리의 4번째 봄을 맞는 지금 다시 꺼내어 보는 너의 '시 편지'에서는 애잔하고 달큼한 향이 나.
수많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서로의 혼잣말을 나눌 수 있는 너라는 존재가 너무나 고맙다.

내가 새벽에 깨어 편지를 쓴다면,
그건 오롯이 너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 일 거야.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아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던 너에게 내가 그런 존재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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