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배 장밋빛 인생을 흥얼흥얼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날 저녁은 아빠와 나 둘 뿐이었다.
내게 다정한 사람, 우리 아빠는 그날도 우리 딸에게 무조건 행복한 저녁을 안겨줄 거란 마음이 얼굴에 쓰여 있었다.
아빠와 단 둘이 저녁을, 그것도 외식이라니. 처음 있는 일에 조금 떨렸던 것 같다.
나지막한 상가들을 지나 학원 건물 지하로 내려가니 다른 세상이 있었다.
우아한 카펫의 선명한 색감과 흐르는 음악은 어린 나에게도 ‘여긴 좋은 곳’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예쁘고 멋있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높은 등이 있는 의자에 앉아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이었지만 미소가 닮은 우리는 앉으면 푹 꺼져 손이 공손해지는 소파에 앉아 마주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나는 돈가스, 아빠는 함박 스테이크.
음식이 나오고 포크와 나이프를 양손에 쥔 채썰기 바쁘게 입에 밀어 넣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음미하고 아껴먹었다.
다음에 가족 모두 여기 와서 또 이걸 먹자고, 다정한 사람이 말했다.
엄마는 분명 내가 살찔까 봐 못 먹게 할 텐데, 나는 다음에도 아빠랑만 올 거라고 답한다.
장밋빛 인생.
경양식 레스토랑과 어울리는 이름인가. 암튼.
그날의 노란 불빛과 붉은 카펫이 생각난다.
진득한 소스와 향수 냄새가 섞여 코가 먹먹했던 느낌도,
꽃무늬 반바지 차림의 젊은 아빠가 함박 스테이크를 썰어 내 접시에 놓아준 것도,
사진처럼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