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지숙 Dec 04. 2023

<백련재, 문학의 집>으로

시골의 어둠은 도시의 어둠과 질적으로 다르다.

어젯밤(23.12.02), 금호고속에서 내릴 때 기사아저씨가 저기 700 버스 타면 고산윤선도 간다기에(기사가 백련재 문학의집을 모를것같아 윤선도 유적지 간다고 몇마디 주고받았더니 ) 내리자마자 트렁크 끌고가서 올라탔다.

그런데 이 아저씨 네 구역쯤 달리더니 내리란다. 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느낌상 이런 차도 근처는 아닐거신디? 의아해하며 내리려는데 700 기사, 왼쪽으로 꺾어진 길 가리키며 하는 말, 주우욱 따라 올라가면 나옵니다.

(나중에 여기 관리자에게 들으니 낮에는 안쪽 유적지로 차가 들어온단다)

버스가 휭 가버리고, 주위가 확 어두워졌다. 길 따라 걸어 들어갈수록 어둠은 깊고, 들리는 건 미세한 바람소리뿐. 저 멀리서 반짝이는 별빛인지 불빛인지를 바라보며 걸었다.

카카오맵에서는 분명 700번 버스에서 내리면 3분 도보였는데 이기 머슨일이고...  했지만, 사실은 좋았다. 밤길.

얼음속에서도 견딜 방한 롱파카를 입고 있어서 바람도 선선하게 느껴졌고, 가볍게 습기를 품은 공기가 뺨에 닿는 감촉도 부드러웠다. 끌고가는 캐리어만 없으면 한 시간 반쯤 이렇게 터벅거리며 걷고싶었다. 생각없이 멍한 상태로, 마치 뭔가에 홀린듯. 길이 닦이긴 했어도 도깨비가 출몰할것 같은 분위기의 밤길이었다.

요며칠 살짝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어젯밤은 한번도 안깨고 푹 잤다. 창호지문으로 햇살이 비치는 방에서 모닝 믹스커피 한 잔 하며 절반의 입주소감 끼적.


작가의 이전글 감기몸살로 비실거리며 구시가지를 걷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