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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Dec 06. 2023

시 읽는 사람들

모 시인이 해남읍 연동리에 시 읽는 사람들이 있단다. 1년에 두 번 그동안 읽고 연습한 시 낭송회를 하는데 그날이 오늘이래서 마실 가는 기분으로 따라나섰다. 

행사장에 들어가니 열 명쯤 되는 분들이 한껏 멋을 내어 차려입고서 파티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마침내 음악이 잔잔잔 흐르고 낭송회가 시작됐다. 앞에 나가서 서는 분의 표정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떨림과 잘해내겠다는 결의가 빚어낸 빛으로 반짝였던 것을 본인들은 알았을까. 

유안진의 시가 낭송되고, 윤동주, 마종기, 신달자... 시인들의 시가 행사장을 채웠다. 대부분 내 연배 아주머니 아저씨들이었는데 어찌나 정성을 다해 낭송하는지 이거 장난아니구나 싶었다. 낭송하다 실수라도 하면 세상 무너진 듯 울상이다. 무슨 교통사고라도 난 듯, 다들 웅성웅성 안타까워하고 위로하고 격력하며 힘내라고 외친다. 그게 뭐라고...

다시 자세를 잡고 서서 눈을 빛내며 시를 읊는 이들은 낭송가이면서 시인이다. 시인보다 더 시를 깊이 음미하며 외는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 울컥 감동을 준다. 같이간 이곳 상주작가와 나는 마지막까지 충실한 관객으로 앉아있다가 본격적으로 뒤풀이가 시작될 때 조용히 빠져나왔다. 그들에겐 그들만의 회포를 누릴 시간이 필요하겠기에.

참, 마지막에 관객평을 묻기에 솔직히 말해주었다. 애송시를 낭송하는 분들 한 분 한 분이 다 곱고 아름다웠다고. 진심...

*사진공개환영한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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