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리마까지 오는 비행이 이렇게 지루하고 힘든 줄 알았으면 내가 과연 이 여행을 했을까 싶다. 인천에서 마드리드까지 무려 15시간, 마드리드공항에서 4시간을 죽치고, 리마까지 11시간. 경유시간까지 합해 도대체 이게 시간이 몇 시간이냐. 나이 드니까 인내도 끈기도 없어지는 거 같다. 몸을 피곤케 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적대감과 불안감 때문이겠지. 리마 공항에서 호텔로 달려가며 거친 파도를 밀어올리는 리마의 바다를 보고, 첫날투어로 산 마르틴 광장(원조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레티로에 있는 공원인듯)과 대통령궁과 리마성당이 있는 메인광장을 둘러봤는데 몸이 피곤해서인지 "아아, 여기가 페루로구나" 하는 감동 같은 게 크게 밀려오진 않았다. 산 마르틴 장군 앞에서 여행팀원들이 인증사진을 찍고 어쩌고 할 때 아주 잠깐 길 건너 괜찮게 생긴 건물이 뭔지 사람들에게 묻고 돌아서니 어라라, 아무도 없다. 두 명의 인솔자가 나를 챙기지 않고 다음 투어장소로 가버린 것. 현지유심 사려고 로밍을 하지않은 상태라 완전 연락두절 상황이 된 것. 휴대폰 배터리는 간당간당하고ㅡㅡ 착하게 생긴 페루 청년에게 사정을 말하니 와이파이를 잡아준다. 덕분에 인솔자에게 연락. 청년이 약속이 있다며 가야한단다. 무차스 그라시아스~~~ 잠시후 데리러온 두 명의 인솔자와 메인광장으로 합류, 리마에서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단체급식했는데 페루식 회무침인 세비체와 볶음밥, 생선튀김, 피시앤칩스와 제육볶음을 믹스한 뭔가가 나왔는데 n분의1로 55솔을 냈다.(산스타인광장 근처에서 다들 환전은 했고.) 음료는 각자 알아서 시키고 각자 계산. 저 맥주는13솔이더라. 팁도 각자 계산. 식사하고 호텔 들어가면 뻗을 거 같아 부부팀과 혼자 온 여자랑 넷이 미라플로레스해안에 조성된 쇼핑몰 라르꼬마르를 구경하고 해안을 따라 한 시간 반쯤 걷다가 호텔입성했다. 다들 씻고 한잠 잔다는데 지금 자면 밤에 잠이 안올 거 같고, 시차적응하려고 로비에서 커피 마시면서 노는 중. 오늘밤 필시 다리경련이 겁나 올거같다. 나는 반 죽었다고 보면 된다. 내일은 오전 자유시간 보내고 오후 한시반에 모여 피스코로 간다. 캐리어는 이 호텔(텔레비바)에 맡기고, 2박3일 일정으로 이카(와카치나), 나스카 여행을 한 뒤 다시 리마로 돌아왔다가 항공편을 이용해서 쿠스코로 날아갈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