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푹 잤다. 어제 마추픽추 마을을 떠나 살리네라스의 소금염전을 구경하고 모라이와 친체로를 들렀다가 쿠스코로 돌아왔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바깥보다 기온이 낮아 방이 춥고, 방 구조가 거시기해 캐리어 펼치는 거, 화장실 사용하는 거 다 불편하지만 그끄저께 처음 보는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던 숙소에 돌아오니 마음이 푸근해지네. 그끄저께 마을을 돌아보며 '아, 여기서 한달살기 하고 싶다' 생각한 마을이라 그런지도.
오늘 나를 뺀 일행 전원이 무지개산 정상을 오르는 비니쿤카 투어를 떠난다. 쿠스코 고도가 3,300m인데 비니쿤카 정상까지는 5,029m이다. 어제 고도 3600m인 안데스고원을 거쳐 오는 동안 일행 절반이 약간의 고산증 증세를 겪고, 나와 덩치 큰 아저씨는 숨이 차 허덕거렸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일곱빛깔 무지개산이 아무리 예쁘단들 숨이나 제대로 쉴 수 있을까 싶은 모험까지 불사할 정도는 아니지. 고민할 것 없이 포기했다. 덕분에 여행온 이후 처음으로 내게 완전한 자유일정의 하루가 생겼다. 아이고 신나라. 잠을 푹 자서 컨디션도 좋고~
다들 출발 앞두고 식사 중인데 끝날 때쯤 올라가서 느긋하게 식사하고 마을을 돌아봐야지. 그끄저께 가려고 했던 말차 카페도 가고, 인솔자가 추전해준 식당도 가보기로.
아, 저번에 쿠스코 도착했다고 포스팅한 날 로밍데이터가 작동 안하고 와이파이도 시원찮아 사진을 못 올렸는데, 오늘 쿠스코 광장과 골목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많이 찍어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