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인플레이션 예상과 정책 무력성 명제에 대하여
굿하트의 법칙 : 경제지표를 정책목표로 삼고 규제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지표의 통계적 규칙성은 사라진다
우리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기본으로 인구수를 어떻게 줄이느냐를 주 관심사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구 대역전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지난 30~40여 년간 세계 경제의 흐름을 만들어낸 sweet spot (최적점)이 약화될 것입니다. 향후 30년 이내에 인구구조의 변화와 역 세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대세가 될 것입니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제가 주로 경제활동을 해온 30년 동안, 대규모 통화완화와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장기금리가 꾸준히 하락했던 것은, '(유효 노동) 인구' 공급의 증가 (30년간 약 2배 증가) 때문이었습니다. 첫째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의 주축이 되었고, 둘째는 중국과 인도의 생산가능 인구가 세계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편입되었으며, 셋째로 냉전 체제의 붕괴에 따라 '동유럽'이 세계 경제에 통합되었고, 넷째 일하는 여성이 많아진 것이 그 주된 이유이었습니다. 이러한 비숙련 노동자들이 대거 일터로 나서면서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심지어 하락했고 이로 인해 생산원가가 낮아져 고성장 시대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신경제' 국면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세계화도 점점 둔화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생산성의 상당 부분을 끌어가는 선진국가의 고령화는 이미 오래 지속되었고 아프로도 피할 수 없는 예견된 수순이고, 새로 유입되는 중국의 노동자 수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치면서 각국이 국경을 걸어 잠근 결과, 세계화는 이러한 역풍을 맞아 둔화되고 가용한 노동 인구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급격하게 줄어들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입니다. 노동자들은 소비하는 것보다 더 생산하는 반면(디플레이션 성격), 피부양자들은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기 때문입니다(인플레이션 성격). 준비되지 못한 노년층은 정부의 지원과 연금에 의존하고, 길어진 수명만큼 충분히 저축하지 못할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피부양자가 디플레이션적인 노동자를 넘어서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입니다.
사회 고령화로 공공 지출이 급속하게 증가할 텐데, 지출의 원천이 될 실질소득의 증가율은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악화되는 상황은 최근 여러 해 동안의 양적완화로 인해 명목금리가 하락하고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상쇄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개월 동안 그리고 향후에는 그렇게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부채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즉, 저금리와 자본주의 구조로 인해 부채가 증가한 나머지 금리가 큰 폭 인상되지 못하게 되었고, 그 결과 부채가 더욱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거시경제 정책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구별됩니다. 지금까지 정부와 중앙은행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를 관리해 왔는데, 재정정책은 정치적인 반대로 인해 사실상 시행되기 어려워서 지난 40년간의 물가 안정은 대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그러나, 재정 적자, 민간 부채, 그리고 명목금리 등 3자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고령화 및 치매 등 노인성 질환들, 경제 사회적 불평등, 포퓰리즘, 부채와 세금 이슈 등의 거시경제적 요인들을 잘 살펴야 합니다.
아울러 금융 불균형의 누적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금융 불균형이란, 금융자산(부채) 규모가 한 경제의 생산 역량에 근거한 미래소득의 현재가치를 크게 상회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며, 그 정도는 불균형이 해소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물가 상승폭이나 금융 및 실물 자산가치의 하락폭, 또는 과잉투자로 인해 활용되지 못한 자본의 분량입니다. 특히 거시경제 정책의 관점에서 금융 불균형의 정도는 내수 증대에 소요된 자원이 시간을 두고 지속 가능한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은 만큼 낭비된 부분(dead weight, 재화중량)입니다.
각국은 이제 테이퍼링 즉, 자산 매입 축소, 즉 정부에 의한 회사채의 매입을 줄여나가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파가 긴축정책 선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5~64세 생산연령 인구가 3600만 명 수준인데, 우리나라의 실업자 수준은 360만 명에서 490만 명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정책 무력성 명제 (政策無力性 命題 , policy ineffectiveness proposition)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 거시 경제학계에 신고전학파(new classical school) 또는 합리적 기대 학파(rational expectation school) 등장하며, '합리적 기대'라는 가정에 기초하여 정부의 정책 개입은 기본적으로 단기와 장기에 걸쳐 모두 효과가 없다고 하는 정책 무력성의 명제(policy ineffectiveness proposition)를 제시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단기적인 경제변동은 경제주체의 정보 부족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신속하고 충분하게 정보를 제공하여 모든 경제주체에 대부분의 정보를 충분히 인식시키면 국민경제의 경기변동 현상은 최소화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예상된 총수요 정책은 실질 총생산이나 고용과 같은 실질 변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간주하므로, 경제주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형성할 때 체계적인 오류를 범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예상된 총수요 정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이 물가 수준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며 그들은 이러한 예상된 정책 조치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반응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확대통화정책이 실시될 경우 그들은 일반물가 수준이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인가 그리고 이에 따라 그들의 실질임금이 얼마나 잠식될 것인지를 예측하고, 예측된 실질임금의 잠식을 보상받기 위하여 물가상승분만큼의 명목임금인상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되면 물가 수준의 상승으로 잠시 떨어진 실질임금은 곧바로 원래의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되며 이로 인해 기업은 고용을 늘리고 생산을 증가시킬 아무런 유인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실질 총생산은 예상된 총수요 정책에 의해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데, 이는 경제주체들이 합리적 기대를 가질 경우 그러한 정책 조치들의 효과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정보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결론을 정책 무력성의 명제(policy ineffectiveness proposition)라고 하는데, 이와 같이 합리적 기대가설은 거시경제정책과 관련하여 매우 혁명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만약 정책 무력성의 명제가 옳다고 한다면 경제의 안정화를 도모하려는 총수요 정책에 대하여 어떠한 역할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한 마디로 경제 주체들이 정책의 효과를 미리 알고 있어 정부 예측과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