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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Sep 26. 2023

선주 씨, 요즘 뭐 하고 살아요?

책 출간과 밥벌이

언젠가 누군가 내게 물었다. 책을 내고 난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고. 나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엄청 유명해질 줄 알았죠!"


나는 무려 '월말 김어준'에 출연도 한 사람인데 나의 일상은 크루즈 승무원과는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참고로 나는 2022년 3월, 크루즈 승무원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바다에 반하다, 크루즈 승무원]을 출간했다. 책 출간을 준비하던 2021년은 사실 방황하던 시기였다. 


그때의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 신분으로(내 입으로 프리랜서라고 말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뭔가 프리랜서라고 하면 거침없이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일궈나가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생활했는데 마침 장기화되는 코로나로 매일 놀고먹는 생활이었다. 그냥 먹고 놀기만 했으면 다행인데 공간을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월세가 밀리지 않는 게 감지덕지할 상황이었다.


그대로 2021년을 보낸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만 같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게 책 만들기를 시작했고 마침표를 찍었다. 아직도 책 몇 십 권의 재고가 남아있지만, 한 달에 몇 권씩 팔리는 걸 보면서 흐뭇해한다. '누가 내 책을 샀을까?' 궁금해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각 잡고 앉아서 '글'이라고 불리는 것을 쓴 지도 참 오래되었다. 기록을 위한 글쓰기, 정리를 위한 글쓰기를 주로 하고 있다 보니 브런치에 로그인해서 들어올 때마다 죄책감 같은 것이 있다. '좋아요'에 좌지우지되는 나의 기분은 아니지만, 뭔가 이곳에는 의미 있는 '스토리'를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다.


브런치 스토리에 '내 글'은 자주 안 쓰지만, 이곳에서 활동하는 여러 작가님들의 글 읽기를 즐긴다. 글 쓰기는 꽤나 품이 드는 과정인데 이렇게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는 건 개인적으로는 꽤 행복한 일이다. 읽는 동안 너무 즐거우니 말이다.


선주 씨, 요즘 뭐 하고 살아요?

책을 내기 전에도 책을 난 후에도 나는 강연을 하고 싶었다. 물론 책 출간 전 후에 간헐적으로 강연을 하고 있지만, 늘 목마르다. 책을 매개로 직접 만나 크루즈 관련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난 요즘 언제나 늘 그렇듯이 참 바쁘다. 함께 사는 남편조차 가끔씩은 내가 뭘 하느라 그렇게 바쁜지 이해 못 하는 눈치인데 왜 그렇게 시간이 부족한 지 모르겠다. 할 일이 태산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면서도 슬픈 사실은 돈벌이에 내 바쁨이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크루즈를 하선하고 어떤 구체적인 직업적인 미래를 그리지 않았다. 그저 대학원에 진학했고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취득하는 동시에 우연히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 


요즘 주로 하고 있는 일은 주 2회 2시간씩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대면 수업, 주 1회 2시간씩 외국인주민을 위한 한국어 온라인 수업, 지역의 평생교육강사 양성과정 교육 듣기, 주 2회 90분씩 온라인 수어 수업 듣기, 저녁 시간에는 온라인 영어 수업, 그리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3학년 2학기 재학 중이다.


취미 생활을 즐기는 학생인 한국어와 영어 강사. 쯤으로 요즘의 나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한 시점인가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너무 가만히 앉아서 '내 이야기를 좀 들어주세요.' 거만하게 있었는지도 모른다. 근처 도서관에 강연제안서를 보내본다. 모쪼록 좋은 소식들이 하나둘 씩 들렸으면 좋겠다.



"선주 씨, 요즘 뭐 하고 살아요?"

"그냥 저냥 이것 저것 하며 바쁘게 아주 잘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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