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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희 Feb 04. 2023

본격적인 제주탐사에 앞서, 체력보충시간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동문시장 갈 거죠? 그렇다면 짐만 풀어놓고 도망쳐 나와야 해요. 신발 벗으면 못 나오니까!'

'긴장 늦추지 말고 한 명만 들어가서 짐 던져놓고 나와요!'


짧지만 긴 여행으로 몸이 노곤노곤해진 우리는 지금 이 상태로 숙소에 들어간다면 다시 밖으로 나오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았고, 그래서 합의를 한 결과 입구에서 짐을 던져놓고 바로 뛰쳐나오자라고 다짐을 했지만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숙소의 온기와 캐리어의 무게감에 홀린 듯이 숙소에 들어가고 말았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그것 또한 재미없는 여행이겠지' (라는 비겁한 변명 한 꼬집 더하기)


짐을 풀고, 방을 살펴보고, 냉장고를 훔쳐보고 이내 실망하고(냉장고는 냉기를 잃었고 미적지근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그려졌기에 우리는 미소를 잃었다), 옷을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놓고 나니 점점 이불속이 평온하게 보이고, 밖으로 나가는 게 위험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던 참에 시선을 돌려보니 두 방랑자는 이미 침대에 누워서 자신들의 시간을 갖는 중이다.


똑같은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그녀들이야말로, 영혼의 단짝.


'저 자세가 편한 건 가?'


문득,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인 편함의 차이에 대한 고찰의 시간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서는 우리의 목표장소인 동문시장을 되뇌였다.(정신차리자) 동문시장은 매일 장이 열리는 곳으로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와 역사를 갖고 있는 시장이다. 또한 제주의 향토 식재료를 한 번에 볼 수 있으며, 제주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시장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으로 저녁시간이 되면 야시장이 열려 방랑자들을 유혹하는 곳이기도 하다.  몇 번의 제주여행을 통해 야시장에 들려서 음식들을 사가지고 숙소에 와서 맥주와 함께 먹었던 좋은 기억들이 많은 곳인지라, 이번 여행에도 코스에 넣어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고, 침대와 점점 하나가 되고 있는 그녀들을 일으켜서 택시를 잡아타고 동문시장으로 향했다.


-

짤막 팁. 카카오택시를 불렀으나, 택시를 잡는 동안 빈 택시가 3대나 지나가는 상황. 공항 근처에서는 카카오택시보다 오가는 택시를 잡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다는 사실을 여러 번 제주행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저녁 10시 반쯤 도착한 동문재래시장, 일반 상인분들은 하루를 마감하고 대부분 문이 닫혀있었고 야시장에서만 불빛과 소음이 들려오며 드문드문 사람들의 형체가 보였다.



오후 6시 즈음부터 열려 자정 24시에 마감하는 야시장에는 그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저녁 11시가 다 되어 간 동문시장에도 그 시간대에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은 음식을 팔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 세우고, 한쪽에서는 신나는 노동요를 틀어놓고 (릴스에서 많이 나오는 노래들) 매대를 정리하는 청년상인들의 모습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지는 그들이 삶의 모습이 지난번에 왔을 적에 보았던 왁자지껄한 모습과 다르게 보여서 매시간마다의 동문시장의 모습을 담고 싶은, 조금 게으른 관찰자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생각했다.


아마도, 11번의 제주기행 중에 한 번은 기회가 있을지도. 아니, 이번 여행의 흐름 중에도 다른 시간대에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남아있는 야시장의 음식들을 '은'과 '수'와 둘러본다. 마감을 얼마 남기지 않아서 그런지 줄마다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우리는 전략을 바꿔 각자 마음에 드는 음식을 골라서 하나씩 사 오기로 하고 흩어진다.


'요고 매운맛 하나 순한 맛 두 개 살게요!'

'닭강정은 무슨 맛으로 살까요? 큰 거 작은 거?'

'여기는 곧 나옵니다. 어느 쪽으로 갈까요!'


매운맛 하나, 순한 맛 두 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마다 피어나는 즐거움

 



각자 취향에 맞는 음식을 하나씩 손에 들고, 우리는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 4캔(만 사려다가 결국 더 사고 말았지만)과 과자를 구입해서 다시 택시를 불러 숙소로 향했다. 양손은 무겁게 발걸음은 가볍게, 매섭게 불어오는 제주의 밤바람을 맞아가며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제주기행이 시작되는 것을 기념하며 맥주캔을 부딪쳤다. '짠!'


'뭐 재미있는 거라도 보면서 먹을까요?'


입과 손을 위한 요깃거리는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공평하게 눈과 귀를 위한 요깃거리를 찾아주려던 참에 한때 '김태호' PD가 비와 노홍철과 함께 만든 '먹보와 털보'라는 작품이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 스쳐 지나갔다.


이 '김태호'란 사람에게 충분한 자본과 제한 없는 창작의 자유를 준다면 이 정도의 영상미를 뽑아낼 수 있었구나 라는 깨달음과 하지 못했던 게 아니라 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만들었던 굉장히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는데, 첫 시작이 제주도였다는 사실이 기억났기에 간단한 소개와 함께 이 영상을 보기로 했다.


'이걸 보면서 또 이쁘고 괜찮은 데가 나오면 우리의 일정에 포함시켜도 좋겠는데요!'

'좋은 생각인 거 같습니다!'




 

제주의 동부를 탐험하며 오름투어를 목적으로 당도한 제주기행의 첫 번째 프로젝트. 우리는 무사히 우리의 목표대로 오름을 오르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갈 수 있을지, 또는 발이 닿는 곳마다 우리의 흔적을 남기며 방랑자의 길을 걷게 될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새벽까지 맥주와 각자의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고 잠에 들었다 (라고 쓰고 각자의 침대에 너부러졌다라고 읽는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

'수'와 '은'과 '근'은 서울행을 당일 아침에 결정하고 바로 표를 끊은 뒤,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숙박을 알아보고 교보문고가 가고 싶었던 기억이 생각나 교보문고에 들렸다가, 근처에 경복궁이 있길래 들리고, 담길을 따라 걷다 보니 청와대 가는 길을 발견한 뒤 (입장시간이 끝난 지 확인도 안 하고) 홀린 듯이 따라 걷다가 닫은 걸 확인하고, 다시 돌아내려가는 길에 시티투어버스가 보여서 무작정 올라탄뒤 압구정에서 내려서 압구정 투어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P의 성향이 다분한 여행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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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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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795470f597b2478/4 2화, 제주 행 비행기 탑승은 2Gate 입니다.



제주여행이 기록될 사진공간.

https://www.instagram.com/talkwithpentax/   '근'의 시선  

https://www.instagram.com/mome_morable/  '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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