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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희 Jan 01. 2019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와중에도

살아가는 모습은 변함없고나

12월 31일과 1월 1일의 그 어느 한 지점에서  나는 미세먼지가 그득한 도시의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연말의 분위기 때문인지 오늘따라 택시는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고 바람은 매섭게 뺨을 갈겨댔다.  길거리에는 택시를 잡으려는듯 사람들이 드문 드문 나와 있었고,  이 추위에 생존용품이라도 되는 듯 꺼내 든 스마트폰 불빛만 어두운 거리를 간헐적으로 밝히고 있는 깊은 밤.


장미여관의 '퇴근하겠습니다.'를 들으며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고 있다. 몇 사람들과 눈빛을 마주치긴 하였지만 금세 그들은 손에 들린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리고 머쓱하니 나는 그들을 관찰한다. 그리고 문득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서 긴 거리를 허우적거리며 농밀한 미세먼지를 헤치며 나아간다.


꾸짖는듯 바라보는 존재들


지난 한 해 동안 싹을 틔우지도 못하고, 열매를 맺지도 못한 메마른 가지가 되어서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 가지를 내어줄 수도 없는 나무, 그래서 비쩍 마르고 볼품없는 장작이 되어버리진 않았나 스스로를 돌아본다. 그저 하루를 넘기고 순간을 살아가는데 정신이 팔려서 주변을 돌보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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