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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song Sep 25. 2015

걸어서 넘어가는 북아메리카, Hola! MEXICO!

국경, 멕시코- Frontera, Mexico

20140918

우에우에떼낭고에서  한두 시간을 달려 국경마을 메시아에 도착하면 뙤약볕에 살이 금방 익을 정도로 다시 온화한 날씨를 만나게 된다. 아, 이제 고산 추위는 여기서 끝인 것인가? 할렐루야



과테말라 쉘라에서 출발해 우에우에떼낭고 들어가는 길목에서 우리를 태워 멕시코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로 국경을 넘는 외국인용 셔틀 미크로부스가 도착할 생각을 안 한다. 셔틀을 타기만 하면 과테말라 화폐인 께찰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비상금 조금 남겨놓고 남은 모든 께찰을 은행에서 미리 멕시코 페소로 바꿔 놓았기에(부지런 떨면 꼭 이런다) 마음도 조급한데, 예약한 여행사나 버스회사에선 1시간이 넘도록 연락하나 없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 상황을 위해 조금 충전해 놓은 휴대폰으로 셀라 여행사에 전화를 하니 오늘 셀라 근처에서 단체 시위가 있어서 버스가 길거리 위에 서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위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덧붙인다. '아니 그런 일이 있으면 미리 연락을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지니 미안하단 말 하나 없이 곧 길이 열릴 것이란 말만 반복한다. 



전에 안티구아에서 셀라로 넘어올 때 이미 시위로 길이 막혀 하루를 더 유숙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이 시위가 곧 끝난다는 여행사 직원의 말은 결코 신빙성이 없음을 직감하고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그렇게 두 시간을 넘게 기다리니 결국 돌아오는 대답은 '오늘은 너희들을 데리러 못가!'였다. 미안하단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모든 계획이 무산되어 거리에 내동댕이 쳐져버린 우리는 열이 눈썹 위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화를 일분이라도 빨리 다스리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 결국 우리 부부는 산크리스토발에 있는 연계 여행사에서 환불을 받고 치킨버스를 이용해 과테말라의 북쪽 마지막 마을로 가 걸어서 국경을 넘는 방법을 선택했다.


 

우에우에떼낭고에서 국경이 있는 마을 메시아까지 치킨버스로 약 2시간이 좀 안되게 달린 것 같다. 

한동안 산골짜기만 굽이굽이 지나다 앞으로 쭉 뻗은 도로를 달리니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전 날 추가로 구매한 위삘의 마을 넥따nekta와 남자들의 모자가 화려하고 예쁜 아띠땅 atitan마을을 지나 메시아에 도착했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 MIGRACION까지 커다란 배낭을 메고 걷기가 힘들것 같아 지나는 툭툭을 타기로 했다. 지붕도 없는 툭툭이 10께찰을 부르기에 내 가방을 부여잡은 청년의 손을 정중히 뿌리치고 다른 툭툭에게 가격을 묻는다. 한 자리에 2께찰씩인데 너네는 두 명이고 짐도 두개니 6께찰이란다. 4께찰이면 충분히 가는 거리겠구나 예상을 했지만 국경 마을에서  계속될 실랑이를 한 번이라도 피하기 위해 5께찰에 가기로 하고 짐을 실었다. 가는 길에 운전 기사 양 옆으로 두 명 우리 옆으로 어른 한 명 아이 두 명 해서 총 8명이 툭툭 에 몸을 싣는다. 국경마을 택시와 툭툭 등 모든 교통수단은 이런 식으로 좌석제로 이용한다. 약간 당황했지만 걸어가도 되었을 만큼 짧은 거리였기에 불편함이 크지는 않았다. 

 



 아담한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는 세명의 공무원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신랑은 삐딱하게 앉아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는 여유로운 상황을 바라보며 과테말라에선 '이 곳이야 말로 꿀보직'이라며 부러워한다. 답답할 정도로 느린 출국수습을 마치고 네 다리로 뚜벅 뚜벅 걸어서 중미 centro america땅을 떠나 북미 norte america로 향한다(멕시코는 지정학적으로는 북미에 속하지만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서 중미 남미와 함께 라틴 아메리카에 속하여지기도 한다). 2013년 3월 30일 결혼식 직후, 중미 엘살바도르 수도 예쁜 집을 신혼집 삼아 잠시 살다가 남미 에콰도르로 잠시 여행한 것 말고는 제대로 처음 떠나 보는 중앙 아메리카이다. 




 




원하고 섭섭하고를 느낄 새도 없이 금하나 넘는 것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다. 

넘어왔음은 넘어 가서 느껴야 하는 것인가 보다.     


금을 넘었는데 출입국 관리사무소는 보이지 않는다. 들어보니 약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라 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한다. 멕시코는 국경마을에 툭툭을 허가하지 않았나 보다. 오렌지색 택시는 출입국관리사무소까지 두당 10페소, 멕시코에서 자주 이용하게 될 콜렉티보는 두당 8페소라는 현지 주민의 정보를 입수했지만 10페소라고 속이는 콜렉티보 운전기사로부터 과감하게 등을 돌려 편하게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금 하나 넘었다고 산의 모양, 땅의 모양, 도로의 모양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가장 달라지는 것 중 하나가 출입국 사무소일테다. 거만한 표정의 풍채 좋은 공무원 한 명이 업무를 보는 출입국 사무소에 에어컨이 빵빵하다. 세명이나 있었음에도 달달거리는 선풍기 하나 허락되지 않는 옆 마을 출입국 사무소와는 사정이 많이 달라 보인다. 사정이 다른 것을 그도 아는 표정이었다. 거만한 표정으로 우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자랑스러운 멕시코 입국 도장을 힘 있게 찍어 눌러주곤 우리를 멕시코로 들여보내 주었다.








맞은편에 있는 멕시코 시내버스 OCC로 건너가 산크리스토발 행 버스가 언제 오는지 문의하니 오후 여섯 시는 넘어야 온다고 한다. 멕시코가 아직 낯설기도 하고 어느 나라던지 늘 문제가 많은 국경마을에서 3시간이나 머문다는 것이 싫기도 해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콜렉티보를 타고 다음 도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음 도시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사실 우리의 목적지는 산 크리스토발도 어디도 아니다. 오늘의 계획은 그냥 국경을 넘는 것뿐. 여기 멕시코부턴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누려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여행 중에 계획이 없다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국경 근처 삼거리에서 갈아탄 미크로부스는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까지 가지 않고 중간의 작은 도시 꼬미 딴을 거친다. 일단 타기로 했다. 꼬미딴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산 크리스도발 데 라스까사스까지 갈 차비가 없다. 출금을 해서 바로 다음 도시로 넘어갈까도 생각했지만 멕시코의 은행들이 너무 낯설다. 아무 은행에서 출금해 수수료 폭단을 맞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여기 이름도 처음 들어본 작은 도시 꼬미땅에 하루 머물고 이동하기로 했다.


역시 목적지가 있는 걸음이 아니기에 순간순간 결정을 내리는 것이 참 쉽다.

 

아, 멕시코다. 전혀 실감은 안 나지만.

2년간 어색하게 살아왔던 엘살바도르도, 가끔 바람 쐬러 마실 나갔던 과테말라도 아닌

처음 밟는 땅, 처음 만나는 사람들, 처음 맡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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